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배용의 역사 속의 미소] 이골이 나도 미소로 이겨낸 길쌈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최근 서천군에 있는 한산모시 전시관을 둘러보고 여성들의 정성에 많은 감동을 느꼈다. ‘한산모시 짜기’는 1500여 년 동안 대대로 모시 짜기 기술이 전해 내려오는 전통과 세모시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전통의 현대화, 전통의 세계화는 지속력을 갖춘 새로운 한류의 대안으로 모색할 수 있다.



 옆의 그림, ‘길쌈’은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길쌈의 공정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길쌈은 주로 가정에서 베, 모시, 명주, 무명 등의 피륙을 짜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말한다. 길쌈은 삼한 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 되었고, 화폐의 대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신라 초기 유리왕비는 육부를 두 편으로 갈라 추석 한 달 전부터 두레길쌈을 시켜 추석날 이긴 쪽에 축하하는 의미로 ‘가배’라고 했다. 이 말이 한가위의 어원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왔다.



김홍도 ‘길쌈’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림의 상단은 날실에 풀을 먹이는 과정이다. 쪼그리고 앉아있는 여인의 오른편에 풀이 담긴 용기와 풀이 골고루 마르도록 하는 소위 ‘벳불’이 있다. 하단은 베 짜기 부분이다. 손에 든 것은 씨실이 들어 있는 북이라고 하고, 씨실이 북에서 빠져나와 베가 짜이게 되는 것이다. 베 짜는 여인 뒤에는 아기를 업고 있는 시어머니인 듯한 할머니와 바람개비를 들고 할머니 치마끈을 붙잡은 아이의 웃음 진 모습들이 정겹기만 하다. 직조과정에서 세모시를 만들기 위해 이(齒)에 걸고 섬세하게 쪼개다 보면 이빨에 골병이 든다고 해서 이골이 난다고 하였다. 바로 이골이 나도 포기하지 않고 가족들을 위해 인내와 끈기의 미소로 이겨내는 여인들의 강인한 의지에 숙연한 마음까지 든다.



 며칠 전 국립 여성사박물관 건립 추진 발기인 대회가 열렸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치열하게 삶을 살았던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는 전시공간을 마련하고자 함이다. 역사 속 여성들의 삶의 지혜, 창의력, 섬세함과 굳은 심지, 따듯한 가슴, 도전과 열정을 통해 우리는 생각의 바다를 넓혀 희망과 용기와 무한한 가능성의 힘을 발견할 것이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