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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거리에멋쟁이들이왜 부쩍 늘었을까

사진 BFWBBB
“지금 베를린은 독일의 정치ㆍ문화만을 대표하는 수도가 아닙니다. 베를린은 현재 독일의 ‘패션 수도’이고, 장차 세계의 패션 중심이 될 겁니다.”

스타일#: ‘패션 수도’ 꿈꾸는 베를린

1일 막을 올린 ‘베를린 패션 위크(BFW)’에서 만난 우베 하이어 독일 외교부 다자(多者)문화교류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패션 수도 베를린을 상징하는 행사가 BFW라고 말했다. BFW란 말만 놓고 보면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 등에서 열리는 패션쇼 위주 행사와 비슷하겠거니 짐작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베를린의 경우는 좀 다르다. 화려한 모델들이 런웨이를 오가는 패션쇼 외에도 세계 최대 캐주얼 박람회 ‘브레드앤드버터베를린(BBB)’, 뉴욕ㆍ파리 등을 오가며 열리는 패션 브랜드 박람회 ‘캡슐’, 패션 전문 바이어들이 총집합하는 패션 박람회 ‘프리미엄 메세’ 등 총 14개의 크고 작은 패션 행사가 BFW 기간 동안 열렸다. 2007년 베를린 주정부가 패션 산업을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ㆍCI)’의 중심축으로 삼고 육성한 결과다.

8년째를 맞는 BFW의 성과는 주목할 만했다. 주관사인 ‘베를린 파트너’에 따르면 BFW를 찾은 사람은 첫해 5만 명에서 지난해 25만 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다 보니 베를린에 소재한 패션 관련 기업도 뮌헨ㆍ함부르크 등 독일 내 다른 주요 도시보다 많은 3600여 개에 달한다. 베를린 파트너는 ‘패션 수도 베를린’ 덕에 관광객 수도 는 것으로 본다. 2000년 베를린을 찾은 관광객은 500만 명 선. 2011년엔 두 배 가까운 980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역량을 결집한 BFW의 성공 행진을 자랑하고 싶었는지 다자문화교류국은 독일 문화원 ‘괴테 인스티튜트’와 함께 세계 각국 패션 관계자를 초청해 활기 넘치는 베를린의 패션 현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짰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ㆍ중국ㆍ러시아ㆍ브라질ㆍ캐나다 등에서 20여 명의 패션 담당 기자와 방송인, 디자이너, 패션쇼 기획자 등이 초대됐다. 하지만 주한 독일대사관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을 때 주변 반응은 이랬다. “독일에 무슨 패션이 있냐.”

기술 강국, 혹은 근검절약의 상징 독일인들이 프랑스ㆍ이탈리아를 제치고 ‘패션 수도’를 말할 수 있겠느냐는 구체적인 반문도 곁들여졌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BFW가 자랑하는 수치 외에도 베를린 시내를 걷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괴테 인스티튜트의 아이카테리니 드미트리우는 “BFW에 세계 곳곳에서 멋쟁이가 모여드니 독일 사람들도 자극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무채색 일색이었던 거리 풍경이 나날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몬트리올 패션 페스티벌’을 주관하는 GSM의 샹탈 디라바주 회장은 “패션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요즘 베를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알고 싶어 할 정도로 패션 도시 베를린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디라바주 회장의 이어지는 말이 흥미로웠다. “독일의 자동차ㆍ기술이 발전했다고 독일에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을까? 멋쟁이들이 넘치는 도시라면 얘기가 다르다. BFW 덕분에 베를린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패션 도시로서 베를린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

BFW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풍경이 떠올랐다. 서울시가 10여 년간 꾸려 온 ‘서울패션위크’, 바이어들을 위한 각종 박람회, 뉴욕ㆍ파리 등에서 열리는 한국 패션 알리기 행사 등이 BFW의 노력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 과제라 할 ‘창조경제’와 BFW의 뼈대인 창조산업은 똑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유사점은 여기까지다. 여전히 ‘대통령이 애용하는 몇 천원짜리 손지갑’만을 보길 원하는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만약 ‘대통령의 화려한 패션’을 보게 될라치면, 사치나 과소비라며 눈에 불을 켜고 비난할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검소함의 상징 독일인들도 패션을 창조산업의 핵심 분야로 꼽는다. 근검만이 미덕이라면 창조경제가 만들어낸 무엇을 소비하는 것도 사치일 수 있다. 패션에만 유독 허영과 사치란 낙인을 찍어 창조경제의 중요한 한 분야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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