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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컬래버 화장품의 계절

컬래버레이션=서로 다른 둘 이상의 인물이나 브랜드, 기업 등이 손잡고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걸 말한다. 다른 장르의 예술 분야가 협업하는 크로스 오버를 떠올리면 된다. 화장품 업계에서의 컬래버레이션은 흔히 예술 분야의 아티스트나 패션 디자이너, 배우·가수 등 셀레브리티 등과 함
께 새로운 화장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취한다. 그 브랜드와 평소 특별한 친분이 있거나 브랜드가 갖고 있는, 혹은 갖기를 원하는 기업철학과 어울리는 이미지나 작품 세계를 가진 인물, 기업 등이 파트너가 된다.


화장품 비수기에 매출 살려주는 효자 노릇
불황 탓 올해 특히 더 많은 제품 출시
유명 연예인 등과 협업한 상품은 소장용으로 인기

여름이 되면 평소에 못 보던 톡톡 튀는 화장품이 매장에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하나같이 그 브랜드가 기존에 보여왔던 제품 틀에서 벗어난 독특한 형태나 디자인의 제품들이다. 아티스트나 유명 가수, 디자이너 등 셀레브리티(유명인)와 함께 작업해 내놓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 화장품이다.



올여름엔 유독 많은 브랜드가 컬래버레이션(이하 컬래버)을 시도했다. 매년 여름이면 컬래버 제품을 내놓았던 맥과 슈에무라는 물론, 한 번도 컬래버 작업을 하지 않았던 여러 브랜드도 협업 제품을 내놨다.





랑콤도 그중 하나다. 랑콤 마스카라는 늘 검은색 케이스였다. 그런데 올해는 패션 브랜드 랑방의 스타 디자이너 알바 엘버즈와 협업한 새 제품을 선보였다. 하얀 케이스에 손으로 쓱쓱 그린 것 같은 빨강·파랑·분홍색 별·하트·동그라미 그림이 그려진 마스카라다. 프랑스 브랜드 멜비타는 국내 디자이너 송자인과 손잡고 파우치를 만들었다. 이니스프리는 유명 해외 패션 브랜드 질 바이 질 스튜어트와 협업해 아이섀도 펜슬을 내놨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만든 브랜드 나스(NARS)는 구두 디자이너 피에르 아르디와 함께 여름철 페티큐어에 사용할 수 있는 네일 폴리시를 만들었다. 남성 화장품 브랜드 디티알티(DTRT)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부부 일러스트레이터 팀 ‘토이 오일’과 협업했다. 화장품 종이 패키지에 이들이 그린 오토바이를 탄 남자 일러스트를 인쇄했다.



 

매년 다양한 아티스트와 컬래버 제품을 내놓고 있는 슈에무라와 맥(MAC)도 올여름 어김없이 컬래버 제품을 선보였다. 슈에무라는 지난해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와의 작업으로 화제를 모으더니 올해는 일본에서 주목받는 신진 작가 오비(ob)를 선택했다. 그런가 하면 맥은 팝스타 리한나와 협업한 립스틱·블러셔 등이 한데 담긴 ‘리리 서머’ 컬렉션을 출시했다. 리한나의 이름을 딴 ‘리리 우’ 립스틱도 있다. 리한나가 즐겨 바른다는 맥의 붉은빛 립스틱 ‘루비 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국내에선 온라인으로 먼저 출시했는데 판매 1시간 만에 품절될 정도로 인기였다.



 최근 2~3년간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컬래버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컬래버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어오지만 유독 여름과 겨울엔 수가 크게 늘어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화장품을 잘 사지 않는 시즌에 눈길 끌기용으로 내놓는 것이다. 여름은 화장품 매출이 급감하는 비수기다. 평소 매출에 큰 역할을 하는 크림·에센스 등 스킨 케어 제품 판매율은 더 저조하다. 그나마 메이크업 제품이 좀 팔리는 편인데, 더욱 고객의 시선을 끌도록 아티스트나 패션 디자이너 등의 DNA를 제품에 심는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컬래버를 진행한 브랜드는 2~3개에 불과했다. 컬래버는 진행하기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화장품을 하나 개발할 때 걸리는 시간은 1년 정도라고 한다. 맥 박미정 부장은 “컬래버 계획은 보통 20~22개월 전에 시작한다”며 “브랜드 입장에선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여름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10여 개의 브랜드가 컬래버를 감행했다. 아무래도 경기 불황 탓이 크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컬래버는 진행 과정은 힘들지만 일단 출시하면 다른 제품을 광고하거나 홍보할 때에 비해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든다”며 “비수기인 여름엔 최소한의 비용으로 홍보를 할 수밖에 없는데 컬래버가 최적의 방법인 셈”이라고 전했다. 여름에 한시적으로 제품을 출시하다 보니 정규 제품을 론칭할 때보다 마케팅 비용을 적게 쓸 수밖에 없는데, 이때 컬래버가 소비자의 마음을 잡아끌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디티알티가 지난달 말 강남역 부근에 연 팝업 스토어를 찾은 20~30대 남성들은 호기심을 나타냈다. 김동훈(27·강남구 역삼동)씨는 “일반 화장품과 다른 패키지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며 “눈길을 끌길래 한번 발라봤더니 느낌이 좋아 하나 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메이크업 제품 위주로 컬래버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스킨 케어 화장품에 비해 쉽게 산다. 컬래버 파트너가 마음에 들거나 패키지 디자인이 예쁘면 소장용으로 구입한다. 갤러리아백화점 양희은 화장품 바이어는 “똑같은 제품이면 컬래버한 게 더 잘 팔린다”며 “또 한정판으로 출시되다 보니 비슷한 제품을 가지고 있어도 소장용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미영(이희 헤어&메이크업)원장은 “직업상 화장품이 많지만 패키지나 내용물 구성이 좋으면 소장용으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확실히 컬래버 화장품은 매력적이다. 기존에 브랜드가 보여왔던 DNA를 간직한 채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서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새 컬래버 제품을 내놓고 있는 맥(Mac)의 박미정 홍보팀 부장은 “제품 하나를 내놓더라도 이야기를 담아 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며 “지금까지 찾은 최적의 방법이 컬래버”라고 말했다. 맥은 지금까지 마돈나·레이디 가가 등 팝스타와 패션 브랜드, 유명 패션 편집매장, 키티·원더우먼 같은 만화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 협업해 왔다.



 

랑콤은 이번 협업 컬렉션이 인기를 얻어 오히려 고민이 늘었다. 7월 둘째 주부터 컬래버 컬렉션에 대한 홍보 전략을 세웠는데 이걸 가동하기도 전에 일부 상품이 품절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남경희 랑콤 홍보팀 차장은 “판매 시작 10일 만에 일부 제품이 품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백화점의 랑콤 매장 직원은 “종전 마스카라가 하루 2~3개 정도 팔렸다면 이번 알바 엘버즈와 컬래버한 마스카라는 하루 8~9개 이상이 팔린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다 보니 주목도가 높다. 그 브랜드를 평소 사용하지 않던 사람도 관심을 가진다.



  올여름 화장품 업계의 컬래버는 확실히 진화했다. 해외 빅 스타를 대동한 랑콤과 맥 이외에도 멜비타, 이니스프리는 국내 패션 디자이너와 협업했다.



 

사람이나 브랜드끼리가 아닌 장소와의 컬래버도 눈길을 끈다. LG생활건강의 메이크업 브랜드 VDL은 미국 뉴욕의 부티크 호텔 갱스부르(Gansevoort)와 협업한 여름 메이크업 컬렉션을 내놨다. 지난 2월에 이은 두 번째 협업이다. 프라다·버버리 등 명품 패션 브랜드의 패션쇼 메이크업을 담당해 온 메이크업 아티스트 웬디 로웨가 갱스부르 호텔과 협업을 맺고 이 호텔에서 영감을 받아 1960년대풍 메이크업 제품을 만들었다. 갱스부르 호텔은 뉴욕 9번가에 있는 호텔로, 톱 모델과 배우 등 뉴욕의 셀레브리티가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모던한 인테리어의 레스토랑과 옥상 루프트 바(Bar), 야외 수영장은 뉴욕의 명소로 꼽힌다.



 여름철 비수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임에 분명하지만 화장품 브랜드들은 “협업이 장삿속으로만 하는 건 아니다”고 말한다. 그 브랜드의 기념할 만한 이슈가 있거나 브랜드의 이미지와 철학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제품을 만들기 위해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전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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