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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교사 꿈도 못 꾸는 미국 학부모 눈높이 못 맞추면 언제든 해고”

수지 오 교장


미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 인근 행콕파크(hancock park)엔 교육열이 높다는 한인과 유대인이 자녀를 입학시키려고 줄을 서는 공립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바로 3가 초등학교(Third Street Elementary school)다.

한인·유대인 많은 LA 명문 공립 3가 초등학교 수지 오 교장



이 학교는 캘리포니아주 학업성취도 평가(API·Academic Performance Index)에서 매년 최우수 학교로 꼽힌다.



API는 미 캘리포니아주 교육부가 1999년부터 매년 공립 초·중·고교의 학력 수준과 교육 환경을 200~1000점까지 점수화해 발표한다. 900점 이상이면 최우수 학교로 분류되는데, 3가 초교는 지난해 948점을 받았다. 이 학교는 이민 1세대인 수지 오 교장이 벌써 21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자녀 교육에 있어 누구보다 까다로운 유대인과 한인 부모 틈바구니 속에서 어떻게 LA 전체 공립 학교 교장 가운데 최장기 집권을 할 수 있었을까.



오 교장은 미국 교육계에 39년째 몸담고 있다. 평교사부터 출발해 미 LA통합교육구 장학사를 거쳐 1993년 공모를 통해 3가 교장에 올랐다. 강연차 최근 한국을 찾은 오 교장을 만나 한국과는 사뭇 다른 미국 공립 교육 시스템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또 유학생에 대해서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3가 초교를 소개해 달라.



 
미 LA 3가 초등학교의 모습.
“학교가 위치 한 LA 행콕파크는 유대인이 많이 사는 곳이다. 처음 교장을 맡은 93년엔 유대인이 50%, 한인이 30% 정도였다. 지금은 거꾸로 한인 수가 50%, 유대인이 30%를 차지한다. 학력 수준은 LA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전체에서 최상위다. 한인은 아무래도 학업 성적이 좋은 학교를 선호하다 보니 한인 학생이 증가했다.”



-이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고 일부러 이사 올 정도인가.



 “그렇다. 미국 공립학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거지에 따라 배정된다. 우리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집값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만 달러까지 차이가 난다. 한국에 8학군이 있다면 여기는 3가 학군이 있다.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집 팔려는 사람들이 광고에 ‘3가 학군’이라는 표현을 꼭 집어넣는다. 왜 이 지역으로 이사 오려 하는지 누구나 안다는 얘기다.”



-그 학교에도 조기유학으로 온 한인이 많나.



 
“2000년대 중반까진 많았다. 엄마가 유학생 비자를 받은 후 아이가 동반 비자를 받아 온 경우다. 이른바 기러기 가족이다. 미국 공립학교는 학비가 무료니까 유학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렇게 온 부모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많이 줄었다. 이런 식으로 비자 받기가 어려워진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교포 아니면 주재원 부모를 따라 온 학생이 대부분이다.”



-단기 유학 온 학생이 학교에 잘 적응하나.



 “글쎄···. 영어 실력 향상만이 목표라면 대부분 잘 적응했다. 한국 학생은 초등학생이라도 공부 양이 만만치 않다. 처음엔 어려워해도 공부하는 습관이 잡혀 있으니 금방 따라잡는다. 하지만 미국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혔느냐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난 실패가 더 많았다고 본다. 이유는 하나다. 한인끼리 뭉쳐 다니기 때문이다. LA에 한인이 많다지만 전체 인구의 6~7%에 불과하다. 소수계라 더 자기끼리 뭉치려고 한다. 이민 2, 3세대도 그런데 자녀 단기 유학을 위해 잠시 온 한국 부모는 오죽하겠나. 주말에 한인교회 가고, 아이 생일 파티엔 한인 학생만 초대한다. 미국 사회에 자연스레 녹아들지 못한다.”



-스스로 벽을 만든다는 건가.



 “그렇다. 단적인 예로 학생끼리 다툼이 벌어졌을 때 한인과 유대인 부모는 해결하는 자세가 다르다. 특히 상대방이 다른 민족일 경우 한인 부모는 그냥 놀지 말라고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유대인 부모는 문제가 왜 벌어졌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아이와 대화한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문화가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다. 아무리 화가 나도 논리적·합리적으로 대응하려 한다. 그래서 어쩔 땐 차갑게 느껴질 정도다. 이렇게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 편견 없이 어울려야 정말 미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 부모부터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부모가 나서서 같은 반 유대인 부모를 저녁에 초대해 서로 자녀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부모가 친하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다르겠다.



 “맞다. 한인끼리만 어울리니 한국인의 특성이 더 도드라진다. 여기서도 사교육의 힘이 대단하다. 학교가 오후 2시면 끝나는데, 이 시간만 되면 웃지 못할 풍경이 펼쳐진다. 인근 학원 버스가 한인 학생을 태우려고 줄 서서 대기한다. 사는 곳만 미국이지 한국에서 아이를 가르치던 방식 그대로 자녀를 교육하는 거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가니 다른 미국 아이들과 친할 수 있는 기회는 더 줄어든다. 한인 부모가 가장 많이 학교에 오는 날이 있다. 바로 영재교육 프로그램 설명회 날이다. 평소 학교에 오지 않던 부모도 이날은 꼭 찾아온다. 강당에 의자가 모자랄 만큼 한인으로 가득 찬다. 내 아이가 몇 등인지에만 온통 관심을 쏟는다.”



-그럼 유대인은 다른가.



 “한인 부모는 성적을 묻는다. 반면에 유대인 부모는 학교 교육 철학이 뭐냐고 질문한다. 한인은 좋은 대학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유대인 부모는 자녀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뭐고, 그 분야에서 어떻게 최고가 될지에 더 관심이 있다. 학업뿐 아니라 인성·사회성을 두루 갖춘 인재로 크기 바라는 것이다. 한인과 유대인 부모의 차이는 자녀가 다닐 상급 학교를 고를 때 확연하게 드러난다. 대부분의 한인 부모는 학교의 학력 수준에만 관심을 둔다. API가 평균 몇 점인지, 좋은 학교 진학률이 얼마인지만 본다. 반면에 유대인 부모는 자녀를 진학시킬 학교 후보지 수십 곳을 골라 일일이 방문한다. 교장과 교사를 만나고 수업을 참관하면서 특징과 장점을 미리 파악해 둔다. 심지어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학교를 찾아와 상담받는 유대인 부모도 있었다. 성적만 좋은 학교를 찾는 게 아니라 아이를 정성껏 보살피고 적성을 살릴 수 있는 학교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유대인 부모의 이런 노력엔 정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무조건 공부만 많이 시키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과제가 많다고 줄여줄 것을 요구하는 유대인 부모가 많다. 공부보다 예체능 교육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많이 한다.”



-그렇게 깐깐한 유대인 학생 비율이 30%나 된다. 교장으로서 쉽지 않겠다.



 “오히려 반대다. 큰 도움이 된다. 유대인 부모는 자신들이 학교 주인이라는 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 부족한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학교를 바꾸려 한다. 학교를 찾아 상담하는 것도 즐긴다. 아무리 바빠도 학교 행사와 학부모 모임엔 반드시 참석한다. 사소한 것 하나도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다. 지금도 하루에 수십 통씩 e메일을 받는다. 여기서도 한인과 유대인 부모 사이에 차이가 있다. 한인 부모는 내 아이와 관련된 일만 적극적이다. 성적 관련 문의가 가장 많다. 반면에 유대인 부모는 학교 전체를 점검한다.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 철학과 방향, 교사진의 수준, 학교가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의 질 등 학교 전체를 바꿔야 내 아이도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그래서인지 학교가 필요할 때마다 보조교사로 봉사활동을 한다든지 학교에 기부금을 내는 일 등에 적극적이다. 학부모의 자발적 참여가 늘면 학교 분위기가 산다. 학부모가 깐깐한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하면 학교가 발전한다.”



-교사의 긴장도도 높겠다.



 “그렇다. 교장으로서 내 큰 업무 중 하나가 수업 참관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2~3일은 직접 수업에 참관해 수시로 교사를 평가한다. 교장만 수업을 지켜보는 게 아니다. 학부모도 원할 땐 언제든지 수업을 참관할 수 있다. 교장은 물론 학부모까지 시도 때도 없이 수업을 지켜본다고 상상해 봐라. 당연히 해당 교사 입장에선 부담이 클 거다. 그래도 모두 감내한다. 그게 교육 질을 높인다는 걸 아니까 힘들어도 동의하는 거다. 교사를 채용할 때도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한다. 채용 인터뷰 때 해당 학년 교사 대표와 학부모 대표가 동석한다. 학부모 대표가 OK하지 않으면 아무리 경력이 좋아도 채용할 수 없다. 미국은 공립학교라도 학교마다 별도로 교사를 채용한다. 교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고 무조건 교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본인이 교사로서 수업 능력과 학생 관리가 뛰어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한국과 정말 다르다. 한국에서 교사는 ‘철밥통 공무원’ 이미지가 강한데.



 “미국은 다르다. 공립학교 교사라도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 교장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선 최근 공립학교 학력 저하를 심각한 문제로 본다. 지역·학교 간 학력수준 편차가 심하다. 부모 교육열이 높은 백인·아시안계 비율이 높은 학교가 학력 수준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교사에게 책임을 더 지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립학교인 만큼 교사가 학생을 책임지라는 논리다. 가르치는 능력이 떨어지는 교사는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년 전 LA타임스에서 LA 전 지역 모든 초등학교 교사의 수업능력을 평가한 뒤 등급을 매겨 공개했다. 각 교사가 1년 동안 맡았던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 향상 정도를 조사해 4등급으로 나눴다. 결과가 발표되자 난리도 아니었다. 당시 교사 능력을 학생 성적에만 기초해 평가하는 게 정당한가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학부모는 열렬히 환영했다. 사회의식 변화를 가장 먼저 짚어내는 곳이 언론이지 않나. 능력 있는 교사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준 거다. LA 법원에서도 교사 평가에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 정도를 반영하는 게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실제로 퇴출되는 공립학교 교사가 많은가.



 “현재 교사 평가를 만족과 불만족 2등급으로 한다. 교장 평가 70%, 학생 학업성취도 평가 향상 정도가 30%다. 일단 불만족으로 분류되면 퇴출 대상이다. 한 번 불만족 평가를 받으면 1~2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교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재평가에서도 불만족 등급을 받으면 교장이 해당 교사를 해고할 수 있다. 신임 교사는 더 깐깐하게 평가한다. 미국에서 신임 교사는 무조건 2년 동안 임시직으로 근무한다. 6개월 단위로 평가를 진행하는데 평가마다 만족 등급을 받아야 다음 학기에 근무할 수 있다. 이렇게 네 번의 평가를 통과해야 정식 교사로 임명된다. 학벌이 아무리 좋아도 가르치는 능력이 부족하면 소용없다. 현재 2개 등급을 4개 등급으로 세분화해 평가를 더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평가가 교사에게 페널티를 주기 위해서만 하는 건 아니다. 좋은 평가를 받은 교사에겐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다만 퇴출 대상에 포함된 교사는 여지없이 아웃이다. 교사 사회도 철저한 경쟁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거다. 3가 초등학교는 교사 수준이 다른 학교에 비해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교장으로 있는 동안 3명을 해고했다.”



-신임 교사 채용뿐 아니라 기존 교사 평가에도 학부모 의견을 반영하나.



 “교장에게 전권이 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학부모 의견을 반영한다. 매년 교육구 차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교사 만족도 조사를 한 후 결과를 학교로 통보한다. 학부모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어떤 교사가 불성실한지, 수업 능력이 뛰어난지 다 드러난다. 교장도 평가 대상이다.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 내 전임 교장도 정년을 1년 앞두고 학부모 불만이 쌓인 끝에 쫓겨났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교장 채용 공모 당시 최종 합격을 앞두고 교육감 인터뷰를 할 때였다. 32명의 유대인 부모가 동석해 있더라. ‘앞으로 3년간 학교 운영 계획을 말해 봐라’ ‘영재 교육을 어떻게 활성화할 거냐’ 등 학부모가 직접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글=정현진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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