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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 아닌 핌피 … 화성시 6개 마을 화장장 유치 경쟁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배산임수(背山臨水) 형태의 명당.”(화성시 서신면 궁평2리)



300억 지원받고 상가·일자리 늘어
주민들 "두말 않고 땅 내놓겠다"
입지 홍보하며 유치 신청서 제출

 “주변에 국도와 고속도로가 있어 군포·의왕·시흥까지 30분 거리.”(매송면 숙곡1리)



 “인근에 습지공원과 택지개발지구 예정.”(비봉면 삼화2리)



 아파트 분양 광고 문구가 아니다. 경기도 화성에 들어서는 종합장사시설(장례시설) 유치 신청서들에 적힌 내용이다. 각 마을이 어떻게든 장사시설을 가져오려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가며 신청서를 작성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마을 두 곳은 ‘장사시설을 유치하면 쉽게 지을 수 있도록 두말 않고 땅을 내놓겠다’는 토지주들의 매도의향서까지 제출했다. 서류를 제출받은 시 사회위생과 고영만(31) 주무관이 “대기업 사업장 유치 신청서를 보는 것 같다”고 했을 정도다.



 사실 화장장과 장례식장 등을 갖춘 장사시설은 대부분 꺼리는 대표적인 혐오시설이다. 화성시도 당초 2008년 비봉면 청요리에 추모공원(납골당)을 개장하면서 화장로 3~4기를 함께 만들려 했었다. 그러나 주민 반발에 슬그머니 계획을 물렸다. 이는 화성시만의 일이 아니다. 경기도 안산·포천·이천·김포·시흥·연천도 마찬가지다. 장사시설 예산을 확보하고 부지까지 확정했음에도 대부분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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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너도나도 나섰다. 지난달 28일 마감한 유치 신청에 ▶서신면 궁평2리 ▶봉담읍 상2리 ▶매송면 숙곡1리 ▶매송면 송라1리 ▶비봉면 삼화2리 ▶비봉면 양노2리 6개 마을이 출사표를 던졌다. ‘내 마을엔 절대 안 된다’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가 ‘제발 와 달라’는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로 바뀐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일까.



 첫째 비결은 당근이다. 각각 장사시설을 지으려다 좌절한 부천·안양·평택·시흥·군포·의왕·과천·화성 8개 지자체는 공동으로 이용할 장사시설을 짓기로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들이 힘을 보태 유치 마을에 300억원의 보상을 주기로 했다. 농촌의 작은 마을로서는 큰돈이다. 마을 숙원사업을 실시하는 데 100억원을 지원하고, 주민들이 논의해 쓸 수 있는 발전기금 50억원을 조성하는 등이다. 일자리도 늘어난다. 장사시설과 내부 편의시설이 문을 열면 청소나 관리 인력 30~40명이 필요하다. 궁평리 정용락(61) 유치위원장은 “먼 데서 문상객들이 올 테니 주변에 상가가 생겨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들로 인해 주변에 공장 하나 없는 농촌마을들이 대거 신청을 한 것이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경북 경주시가 가져가면서 3000억원 지원을 받게 된 것을 본 학습효과도 작용했다.



 혐오시설에 대한 인식 개선 역시 한몫했다. 주민들은 2010년 8월 화성시 봉담읍에 문을 연 소각시설 ‘그린환경센터’ 안에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가 들어선 것을 목격했다.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는 월 3만~4만원에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상2리 이석연(58) 유치위원장은 “주변에 있는 그린환경센터의 영향 때문인지 다들 장사시설 유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린환경센터 부지도 주민 공모제를 통해 선정했다. 당시 4~5개 마을이 신청서를 냈었다.



 지자체들의 준비 과정 또한 철저했다. 주민 대상 설명회를 4~5차례 열고, 장사 전문가를 초청해 “첨단 화장장은 공원처럼 꾸며진 편의시설이 될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 결과 6개 마을은 평균 80%가 넘는 주민 동의를 얻어 유치를 신청하게 됐다.



 충북대 강형기 행정학 교수는 “님비 현상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주민들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결과를 통보만 하는 일방통행식 행정 때문”이라며 “사업 초기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묻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유치 여부를 자발적으로 결정하도록 한 것이 님비를 핌피로 바꿨다”고 말했다.



 화성시는 다음 달 건립추진위원회 회의를 열고 후보지 6개 마을에 대한 현장 실사 등을 거쳐 오는 10월 말 시설이 들어설 곳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화성=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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