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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심신지려 다음엔 광이불요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
진정한 소통과 상호 신뢰의 증진을 위해 떠난 ‘심신지려(心信之旅)’가 끝났다. 한국은 세심한 준비를 통해 중국인의 마음을 얻으면서 공공외교의 지평을 크게 넓혔다. 중국도 손님을 잘 대접하는 ‘하오커(好客)’의 관행대로 오랜 친구에게 최고의 의전을 제공하면서 성의를 다했다. 그 결과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한국인의 마음속에 포용력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었다. 이러한 성공 비결에는 양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한편 국제 관계도 결국 인간 관계의 연장으로 본 두 정상의 정치철학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했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 형식이 격상됐지만 그 내용을 채우지 못했다.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은 ‘신뢰 적자’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방중 기간 내내 신뢰를 통해 모든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은 정상 간 빈번한 회동, 양국 간 외교안보 책임자의 대화기제, 다양한 전략적 소통을 확대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또 하나는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를 넓혔다. 사실 북핵 문제는 이미 20년 동안의 성공과 실패의 역사를 동시에 가지고 있고, 냉전의 유산, 북·미 관계, 남북 관계, 공포와 불신 등이 작용하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다. 그럼에도 양국이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는 점은 대화공세를 시작한 북한에 주는 정치적 메시지가 컸다.



 마지막으로 한·중 관계의 기초를 튼튼히 했다. 그동안 한·중 관계는 뜨거운 경제 관계에 비해 다른 분야는 여기에 부응하지 못했다. 사회·문화적으로도 서울과 베이징에 북적거리는 한류와 한풍(漢風)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문화 교류는 제한적이었다. 더구나 민족주의에 포획된 네티즌들의 거친 주장은 정치안보 영역의 차이를 더욱 부풀렸다. 이런 점에서 양국 정부 차원에서 인문 교류를 제도화해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멀다. 이미 정상회담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브루나이에서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려 북핵 문제에 대한 치열한 외교전이 시작되었다.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대화를 통해 풀자는 중국과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한국의 온도 차를 조율하는 문제는 말처럼 쉽지 않고, 우리의 ‘희망적 기대’가 관철된다는 보장도 없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도 양국 정부의 협상 지침을 받은 상태에서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민감 품목을 제외한 ‘낮은 수준의 자유무역지대’ 대신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지대’에 합의했다. 이를 위한 치열한 협상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더구나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단순히 교역의 룰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질서 재편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러하다.



 따라서 한·중 정상회담의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노자의 말처럼 ‘빛이 나되 번쩍거리지 않게(光而不耀)’ 가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를 묻고 여기에 부합하는 한국형 대중국 전략을 짜야 한다. 우선 ‘새로운 대국 관계’를 선보인 중국과 이를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을 중심으로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모색하는 미국 사이에서 상관성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남북 관계도 외교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수행할 전략적 마인드를 가진 외교관을 양성해야 한다. 대통령이 최고의 ‘중국 전문가’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대중외교 인프라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결국 외교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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