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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시대 ‘차이나 3.0’ 맞춰 소프트 산업 공략을





박근혜 대통령 방중 계기로 본 한·중 경협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외교 행보도 두드러진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중국 경제의 사령탑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만나선 우리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대한 지원을 부탁했다. 29일 오후엔 시안(西安)에 도착해 서부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향후 한·중 경협의 틀은 내수시장, FTA, 서부시장 개척 중심으로 진전될 거라는 것이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하고, 한국 기업은 어떤 대응책이 필요할까.



 지난 24일은 리커창 총리가 취임한 지 꼭 100일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축하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주가가 폭락했던 탓이다. 이날 상하이 증시는 5.3%나 빠지며 2000선이 무너졌다. ‘콜시장 위기’가 폭락의 도화선이었다. 콜시장의 단기 금리(7일물 기준)는 5월 중순부터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하더니 6월 20일 급기야 연 11%까지 치솟았다. 평소라면 2~3%에 머물렀던 게 상식이다. 이 때문에 중국뿐 아니라 세계 증시가 충격을 받았다.









 간단히 말하면 리 총리가 ‘자초’한 일이다. 콜시장 위기 하루 전인 19일, 리 총리는 국무원(내각에 해당) 상무회의를 주재했다. 콜시장 문제가 안건으로 올라갔다. 관례대로라면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자금난을 해소시키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리 총리가 브레이크를 걸었다고 중국 언론은 전한다. ‘자금난에 봉착할 때마다 인민은행을 쳐다보는 악습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결국 ‘온건한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화폐 총량을 합리적으로 유지한다’는 게 이날 회의의 결론이었다. 돈을 풀지 말라는 뜻이다. 이 소식이 콜시장에 전해지자 금리가 폭등한 것이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지난 2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콜시장 위기를 ‘리코노믹스(Liconomics·李克强經濟)의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인위적 부양책 억제, 부채 축소, 구조 개혁’ 등 세 가지를 내용으로 하는 ‘리커창 경제’가 위력을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리(李)코노믹스’의 핵심은 구조개혁이다. 최근 단행된 핫머니 대책은 단적인 사례다. 중국은 지난 4월 들어 대(對)홍콩 수출을 엄격히 관리하기 시작했다. 수출 내역을 부풀린 뒤 그만큼 달러를 반입하는 핫머니 통로를 틀어막기 위해서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지난 1~4월 전년 동기보다 69%나 늘어났던 대홍콩 수출 증가율은 5월엔 7.7%로 뚝 떨어졌다. 그 바람에 5월 중 총수출은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훙빈 HSBC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수출이 줄어드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경제 왜곡을 막겠다는 게 리커창 총리의 의지’라고 평가했다.



 ‘리코노믹스’의 최종 목표는 ‘소비시대’를 여는 것이다. 투자·수출 두 축에만 의존했던 성장 패턴을 소비(내수)가 이끄는 구조로 변화시키겠다는 뜻이다. 오승렬 한국외대 교수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소비의 비중은 40%가 채 안 된다”며 “꾸준한 시장구조 개혁을 통해 2020년까지 이를 6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리 총리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수시장 육성 없이는 ‘중진국의 함정’을 피해갈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매년 20%씩 올리는 것 역시 소비시대를 앞당기려는 포석이다.

 영국의 외교 전문가이자 중국사회과학원 방문학자를 지낸 마크 레너드는 “지금 중국 경제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1949년 건국 후 마오쩌둥(毛澤東)이 통치했던 78년까지를 ‘차이나 1.0’, 이후 30년간의 개혁·개방 시기를 ‘차이나 2.0’, 그리고 2009년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등장 이후를 ‘차이나 3.0’의 시작으로 봤다. <표 참조> ‘리코노믹스’는 중국이 ‘차이나 2.0’ 시대를 끝내고 ‘3.0’ 시대로 진입한다는 걸 알리는 신호인 셈이다.

 덩샤오핑이 열고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가 이어받은 ‘차이나 2.0’은 ‘제조의 시대’였다. 약 4억 명의 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가진 중국은 201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로 등장했다. ‘세계의 공장’이란 별명이 이를 상징한다. 이에 비해 시진핑 체제가 열어간 ‘차이나 3.0’ 시대는 ‘소비의 시대’로 규정할 수 있다. 성장 패턴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다. 중국의 노동자 임금 인상은 소비자 구매력을 높여주기 위한 것이다.

 물론 중국 경제가 온통 장밋빛 일색은 아니다. 투자 중심의 시대, 제조의 시대를 거치며 왜곡됐던 수많은 문제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시적으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지난주 상하이 콜시장에서 터진 금리 파동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그럴 때마다 단기 쇼크에 놀라지 말고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를 연구하고, 한 차원 높은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한·중 비즈니스의 과감한 혁신을 요구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제조업에 집중했던 우리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소비시장에 맞추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 수석연구위원은 “제조의 시대에 중국 비즈니스는 가급적 원가를 낮춰 싸게 만드는 게 핵심이었지만 ‘소비의 시기’에는 고급 제품을 가능한 한 비싸게 파는 게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브랜드, 마케팅, 품질, 고급화 등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중국과 FTA를 체결하려는 것도 중국 소비자와의 소통 채널을 보다 넓고 깊게 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다.



 중국의 ‘소비 시대’에 맞는 전략 상품도 개발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소프트 산업’이다. 박한진 KOTRA 중국실장은 “중국인들의 문화 수요가 고급화되면서 영화·음악·예능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새로운 유망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밖에도 디자인·캐릭터· 광고 등 소프트 분야 상품을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박근혜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가 가장 잘 실현될 적지(適地)가 바로 중국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박근태 CJ차이나 사장은 “한국에 온 중국 관광객들이 난타, 비보이 등에 열광하는 것은 우리 문화상품이 그들에게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젠 단순한 보여주기에서 벗어나 한·중이 공동으로 문화상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0년대의 제조업 투자, 2000년대의 상품·시장 교류 등으로 이어진 한·중 비즈니스의 큰 흐름을 이제는 소프트 산업과 문화상품 영역으로 넓혀 나갈 때라는 얘기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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