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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김정일이 본 노무현의 NLL 포기

전영기
논설위원
JTBC 뉴스9 앵커
2007년 10월 3일, 임기 말의 노무현 대통령은 낭만적이면서 조급해 보였지만 열정 하나만은 사줄 만했다. 결국 나는 그이의 열정에 감복해 군사적으로 민감한 해주를 내주기로 했다. 대신 노 대통령은 서해상의 골칫덩어리인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해결하겠노라고 내게 약속했다. 당시 나와 노 대통령이 나눈 2차 대화록의 막바지(남조선 국정원이 공개한 회의록 102쪽)엔 걱정과 결의가 묻어 있다.



 ▶나=“여기 우리 합의한 것에 대해 의문점은…? 우리는 뭐….”



 ▶대통령=“없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나=“김대중 대통령께서는 6·15 선언, 큰 선언을 하나 만드시고 돌아가셨는데… 이번 노 대통령께서는 실무적으로(중략)… 보다 해야 될 짐을 많이 지고 가는 것이 됐습니다.”



 ▶대통령=“내가 원하는 것은 시간을 늦추지 말자는 것이고… 또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니까… 뒷걸음치지 않게… 쐐기를 좀 박아놓자.”



 ▶나=“나는 이렇게 대만족하고 있습니다.”



 나는 노 대통령이 지게 될 짐을 걱정했고, 그는 쐐기를 박겠다고 결의했다.



 나야 뭐, 2차 회담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 군 장성들한테 ‘남조선이 NLL을 포기하는 조건하에 해주항을 내어줘도 괜찮다’는 확답을 받았으니(71~72쪽) 어려울 일이 없었다. 걱정은 노 대통령이 서울에 내려가서 NLL 포기 수순을 밟을 때 부딪힐 난관이었다.



 구체적으로 ‘남조선이 그은 NLL과 그 밑에 우리 공화국이 그은 군사경계선을 쌍방이 다 법으로 포기한다’는 내용을 내가 제안했고, 11월 중 평양에서 국방부 장관과 인민무력부장이 만나 실무적으로 이를 협의키로 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자기가 구상하는 서해평화협력지대의 핵심인 해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흥분이 됐는지 ‘NLL 포기가 실제 가능하겠는가’에 대한 나의 의문을 최소한 네 차례에 걸친 답변에서 싹 씻어주었다.



 “서해평화협력체제가 기존의 모든 경계선이라든지 질서에 우선한다” “실무 협의를 계속해 나가면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는 다 치유가 된다” “NLL보다 더 강력한 것” “나는 뭐 자신감을 갖습니다. 헌법문제라고 자꾸 나오고 있는데 헌법문제 절대 아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 가장 큰 목표를 삼았던 문제(서해평화협력지대)를 위원장께서 승인해 주셨다”(72~74쪽)



 사실 나는 오전 1차 회담으로 끝내려 했다. 노 대통령이 해주에 그 무슨 남북공동경제특구를 설치하자고 제의할 땐 너무 크고 허황하단 느낌이 들었다. 기왕의 개성공단도 우리 군부에선 ‘남조선 자본가만 배 불린다’고 불만이 많은데 ‘군사력이 개미도 들어가 배길 수 없을 정도로 집중된’(30쪽) 해주에 무슨 특구를 또 세운단 말인가.



 게다가 노 대통령은 서해 군사경계선 문제(16~19쪽)에 대해선 “내가 봐도 숨통이 막히는데 그거 남쪽에다 그냥 확 해서 해결해버리면 좋겠는데…”라고 내 뜻에 동조하는 듯하면서 종국엔 “NLL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 그건 옛날 기본합의서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협의해 나가기로…”(41쪽)라며 기존의 입장을 교묘하게 유지하는 2중화법을 구사해 기분이 좀 언짢았던 것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끈질기게 2차 회담을 요구하다 내가 탐탁잖게 반응하자 “오후 시간 내주시는 게 그렇게 어려우시면 나도 (서울로) 내려갈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때 내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이어서 “이번 걸음에 차비를 뽑아가야지요. 그리고 실제로요, 서해 문제는 깊이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56쪽). 아하, 이게 노 대통령의 승부수로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2차 회담을 수락했다. 2차 회담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군 장성들을 불러서 해주 지역을 남조선에 내주면 어떤 일이 생기느냐고 물었고, 그들은 남측이 NLL을 마음대로 쓰게 해준다면 내주어도 괜찮다고 답변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해주공단 하나 내주지 뭐. 그건 언제든지 우리가 회수할 수 있지만 NLL은 한 번 무너지면 더 이상 그들이 회수하지 못할 것 아닌가. 우리 군사력이 훨씬 센데… 하하하.’



전영기 논설위원·JTBC 뉴스9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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