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취재일기] '법관의 독립' 조항이 비리 '방패' 돼선 안 된다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그날 따라 유난히 아파트 윗집 8살짜리의 ‘쿵쿵’ 하는 발걸음 소리가 크게 들렸다. ‘욱’ 하는 마음에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윗집 주인의 차가 보였다. 손잡이 열쇠 구멍에 순간 접착제를 발랐다. 앞바퀴 두 개는 구멍을 내 못 쓰게 만들었다. 윗집 주인이 CCTV에 그대로 찍힌 ‘범행’을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 조사를 받았다. 물의를 일으킬 것 같았다. 그 길로 직장에 사표를 냈다.



 지난달 24일 사직한 이정렬(44)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 얘기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을 패러디한 ‘가카새끼 짬뽕’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을 빚은 법관이다. 그의 사직 배경이 알려지자 많은 네티즌은 “판사로서 상식 이하의 행동을 저질렀다”며 비난했다. 대법원은 “이 전 부장판사처럼 직무와 직접 관련 없는 행위 때문에 사직할 경우 징계 절차 없이 사표를 수리한다”고 밝혔다.



 2011년 이후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된 재판부 합의 내용을 공개한 이 전 부장판사, ‘벤츠 여검사’ 사건 변호사에게 금품을 받은 판사, 음주운전·택시기사 폭행, ‘막말’ 판사 등 7명의 법관이 정직·견책 처분을 받았다. 법관징계법은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에 의무적으로 징계를 청구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이를 적용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일반 기업은 어떨까. 포스코에너지는 최근 항공기 승무원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라면 상무’를 사건 직후 보직해임했다. 직무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품위 손상’을 문제 삼았다. 많은 대기업은 감사 시스템을 갖추고 회사의 품위를 손상한 임직원에 대해 엄벌하는 추세다.



 물론 일반 기업과 같은 잣대를 법원에 들이댈 순 없다. 헌법 106조는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징계하더라도 정직·감봉·견책 이상의 처분은 내릴 수 없다. 법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 때문에 법정관리 기업 감사에 지인을 선임하도록 알선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돼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선재성(51) 부장판사는 징계 처분(정직 5개월)을 받고도 여전히 복무 중이다.



 판사는 독립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미국은 법관의 비리에 대해 시민에게도 징계 청구권을 준다. 일본은 변호사 단체가 법관 재임용 심사에 참여한다. ‘법관의 독립’은 헌법으로 지켜야 할 가치다. 하지만 법관의 품위 없는 행동을 막는 방패가 돼선 안 된다. 법관의 품위는 그 독립성만큼 판사 스스로 지켜야 한다.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