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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117개 발의, 1건 가결 … 그것도 청년과 무관

“청년들이 왜 아파하는지 열심히 듣고, 그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해 문제를 풀어가겠습니다.”

지난 18일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출범하던 날, 장미란·박칼린 등 유명 인사가 위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남민우 위원장은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정치권에서 ‘청년’을 화두로 삼는 현상은 지난해 4·11 총선에서 본격화됐다. 민주당은 ‘락파티’라는 이름의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김광진(32)·장하나(36) 의원을 청년 비례대표 의원으로 19대 국회에 입성시켰다. 통합진보당 김재연(33) 의원도 비슷한 방식으로 초선의원이 됐다. 새누리당 김상민(40)·이재영(38) 의원 역시 지난해 총선 당시 30대 청년 비례대표 의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지난해 7월 개원한 19대 국회에서 일자리·보육·교육 등 같은 세대 청년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풀어줄 ‘해결사’로 기대를 모으며 입성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중앙SUNDAY가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바탕으로 살펴본 결과 현재까지 이들 다섯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모두 117건으로 평균 23.4건(19대 의원 평균 16건)이다. 법안 발의 건수는 적지 않지만 이 가운데 가결된 법안은 1건(원안수정 가결)뿐이다. 장하나 의원이 발의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다.

법안 가결 비율(0.8%)은 19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법안 가결률 17.12%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이들과 같은 세대였고 당시 초선의원이었던 17대 국회의 30대 의원들이 기록한 평균 법안 가결률 11.75%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진다.

일자리·보육·진학 ‘해결사’ 기대했지만…
‘청년’을 대표해 국회에 입성했지만 직접적으로 청년을 위한 입법활동은 전체 법안 가운데 10.26%에 불과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공기관 등에 청년 고용 비율을 할당하는 청년고용촉진법(장하나), 과외 중개업소 과다 수수료 제한법(김상민), 공기업 이력서 제출 시 출신 대학·키·몸무게를 적지 않도록 하는 법안(김광진) 등 10여 개에 그친다.

나머지 100여 건은 청년과 직접 상관없는 법안들이다. 성·장애·인종 등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김재연), 군인 사병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병역법(김광진),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재영) 등 젊은 세대의 새로운 시각을 반영한 법안도 있다. 하지만 청년 비례대표의 특성을 살린 법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청년이란 이유만으로 비례대표 ‘특혜’를 줬는데 국회의원이 된 뒤 청년 문제를 제대로 입법화하거나 이슈화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19대 의원들의 1년간 의정활동을 측정해 우수 의원에게 ‘헌정 대상’을 수여한 법률 소비자 연맹은 청년 의원들의 의정활동도 평가했지만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성적이 너무 낮아 공개하기 민망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청년 의원들의 성적표가 빈약한 이유는 우선 이들의 숫자가 국회에서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기엔 소수인 점이 꼽힌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30대는 20.1%에 달하나 19대 국회에서 30대 청년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은 1.67%에 불과하다. 지역구 의원을 포함해 30대 의원 전부를 합쳐도 3%에 그친다. 반면에 17대 국회 땐 386세대로 분류되는 청년 의원 23명이 대거 입성했다. 이들은 원내에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며 정책을 주도했다.

숫자뿐 아니라 ‘자생력’ 면에서도 청년 의원들은 386에 밀리는 한계를 보인다. 386세대 의원 중 한 명인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386의원들은 17대 총선에서 (지금 청년의원들처럼) 비례대표가 아니라 지역구에 출마해 중진 의원들을 꺾고 국회에 입성했다. 지역구 당선이 386 정치력의 뿌리”라고 지적했다.

“초당적으로 뭉쳐 성과 쌓아가야”
19대 청년 의원들의 정치력이 약한 건 386세대에 비해 결집력이 약한 397세대(30대, 90년대 학번, 70년대생)란 점도 지목된다. 장하나 의원은 “386세대가 완수하지 못한 정치개혁을 397세대가 이어가지 못하니 당에서 소수의 397세대를 뽑는 식으로 국회 진출이 이뤄졌다”며 “민주당이 그간 얻지못한 청년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낼 만한 활동을 펼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다른 청년 비례대표 의원의 보좌관도 “청년 비례대표 의원들이 특별히 튀는 아이디어를 내거나 기성 정치권에 맞서는 패기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청년 의원들이 뜻을 펼치기에 척박한 국회 환경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청년 비례대표인 A의원실 관계자는 “A의원은 청년 이슈인 반값등록금 문제를 다루기 위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원했지만 인기 상임위이다 보니 중진 의원들에게 밀려 다른 곳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의원실의 보좌관도 “대선 때 공약으로 등장한 ‘반값등록금’ 등 이른바 표가 되는 청년 문제는 힘 있는 의원들이 앞장서 발의하고, 그 밖에 눈길을 끌지 못하는 청년 이슈들만 청년 의원들에게 배정하는 형국”이라며 “청년 의원들의 활동을 오히려 제약하는 ‘청년’이란 수식어를 떼버리고 활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상민 의원은 “당에서 45세 이하 젊은이들에 대한 분석이 없고 대안도 내놓지 않아 나 혼자 청년정책을 떠맡고 있다. 당에서 청년 의원과 청년 유권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이란 타이틀로 비례대표를 뽑은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는 “국민을 대표하는 비례대표를 계층·직능이 아니라 연령으로 배정하자는 주장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당선권에 청년 후보 4명을 배정하자는 건의를 물리치고 2명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대에 당 지도부가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으로 국회의원이 됐다”고 지적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청년 비례대표 제도는 총선·대선을 앞두고 각 당이 청년 표를 겨냥해 급조한 생색내기 제도”라며 “그럴수록 청년 의원들이 존재감을 낼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17대 국회에 최연소 의원(당시 33세)으로 입성한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은 “지금 국회에서 청년 의원들은 선수(초선)와 나이(30대)에다 ‘비례의원’이란 세 가지 약점을 다 갖고 있다”며 “당장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우니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뭉쳐서 성과를 쌓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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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