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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 문호 개방, 교대·사범대 독점 없애야 … 보육교사도 공무원 자격을”

조완규 제18대 서울대 총장(1987~91)과 교육부 장관(1992~93)을 지낸 교육계 원로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과 한국 생물과학협회장·한국바이오산업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교육부 장관 시절 사학비리 의혹에 휘말린 인천대를 시립화해 부실사학 구조조정의 모델을 제시했다. 국립대 법인화 등 교육계 이슈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한·미우호협회 수석고문 등 언론과 외교 분야에서도 활동했다. 94년 국제백신연구소(IVI)를 국내에 유치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IVI는 제3세계 국가에서 발생하는 질병 백신을 개발해 염가에 제공하는 유엔 산하 기구다. 조 전 장관은 이 연구소의 후원회 상임고문을 맡아 어린이 백신 개발에 힘쓰고 있다. 1928년 황해도 재령 출신. 서울대 생물학과에서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하버드대 등에서 교환교수로 활동했다. 국민훈장 모란장(1987)과 과학기술훈장 창조장(2003) 등을 수상했다.
-교육부 장관 시절 느낀 점은.
“교육은 최소한 4~5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짜야 한다. 노태우 대통령에게서 교육부 장관직을 제의받고 처음엔 고사했는데 일방적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해 어쩔 수 없이 맡게 됐다. 노태우정부 마지막 13개월간 교육부 수장으로 일했다. 전임 장관이 확보한 예산을 쓰고, 다음 장관을 위한 예산을 짜니 임기가 끝나버렸다. 내가 내 예산을 만들어 이상을 실현하는 건 전혀 할 수 없었다. 보람이 없는 자리였다. 교육의 장래를 생각하면 교육부 장관의 임기는 정권과 같이 가야 한다.”

-장관과 정권 임기가 같아야 하는 이유는.
“정권이 바뀌는 건 물론이고 장관이 한번 바뀌어도 일선 학교는 큰 혼란에 빠진다. 또 우리나라 학교는 사람을 키우는 대신 어느 대학에 학생을 몇 명 집어넣느냐가 목표다. 이런 틀을 바꾸려면 장관이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하면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영·유아 때 두뇌발달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우리는 어린이집은 복지부가, 유치원은 교육부가 관장한다. 교육과정을 일원화해야 하는 건 아닌가. 생물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맞는 말이다. 교육 프로세스를 하나의 부처가 맡아서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게 맞다. 복지부 등 다른 부처는 시설이나 재정을 지원하고 교육과정은 교육부가 일관성 있게 맡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린이집·유치원 교사가 한 달에 120만~150만원을 받는다. 일반 교사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의 월급을 올려주고 신분도 교육공무원으로 해줘야 질을 더 높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는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봉사의 자세로, 적은 월급을 감내하는 마음으로 교육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는 다르다. 국가는 보육 교사들에게 대우를 잘 해줘야 한다. 그래야 교육의 기초가 튼튼해진다. 이들의 월급을 올려주고, 지위도 공무원 자격을 부여해 안정시켜 줘야 한다.”

1 1992년 9월 조완규 교육부 장관(당시)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부정입학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 91년 8월 남북과학기술학술대회에서 허병진 북한측 단장(가운데)과 환담하는 조완규 고문(오른쪽).
-우리나라 초·중·고생들의 지능지수가 대단히 높은 것으로 나온다. 실제로 그런가.
“그렇다. 머리는 정말 좋다. 미국 아이들과 비교하면 우리 아이들이 똑똑한 것 같다. ‘강남스타일’의 싸이 등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데 그런 바탕이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성공한 한국인 중엔 정규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사람이 더 많다.
“당연히 그렇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원이 돼버렸다. 아이들이 창의성을 계발할 여지가 없고, 창의성 있는 아이들은 학교교육에서 뒤처지고 만다. 반드시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 재능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부모는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은 안다. 아이들이 뭘 하고 싶다고 하는데 부모가 ‘왜 그걸 하려고 하느냐, 이런 이런 걸 해라’라고 하기 때문에 문제다.”

-아이들 스스로도 자신에게 무슨 재능이 있는지 모를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좋은 교사와 좋은 교육과정이 있어야 하는 거다. 현재 교육과정대로 하면 앞서 나가는 아이들은 교육이 안 된다. 과학 선생님이라면 ‘왜 해가 동쪽에서 뜰까’ ‘왜 봄이 되면 꽃이 필까’ ‘왜 벚꽃과 살구꽃이 다르게 필까’.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경험을 쌓게 하는 게 중요하다. 왜 봄에 꽃이 피는지 정답을 교과서에 미리 써놓고 가르치지 말라는 말이다. 그러면 아이들이 생각할 겨를이 없다. 미국의 교과서를 보면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 많다. 답이 틀리더라도 정답을 찾기까지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두뇌를 발달시킨다.”

-좋은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한국에선 하버드대나 서울대에서 박사를 받은 사람이 학교 교사가 되지 못한다. 지금처럼 교대나 사범대 중심의 교원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데.
“초·중·고 선생님을 하는 데 박사학위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다. 박사는 연구하는 사람이다. 또 하버드대 박사라고 꼭 유능한 선생님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교직 문호를 개방할 필요는 있다. 교대나 사범대 출신만이 교사가 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범대를 없애자는 건 아니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공대를 나왔다고 다 공장 가는 게 아니듯 교대나 사범대를 나왔다고 전부 선생님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자 등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능시험 한 번 치르는 것으로 평생의 운명이 결정된다.
“맞다. 시험날 감기에 걸렸거나 집안에 문제가 생겨 마음을 가다듬지 못해 제 성적을 못 낼 수 있다. 그런데 그 결과를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한다. 그건 너무 가혹하다. 그래서 교육부 장관 시절 ‘성적을 더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한 번 더 기회를 줘 평균 성적을 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노태우정부 때 한 차례 시행됐었다. 그런데 대입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선생님들이 ‘한 달 동안 갇혀 문제를 내는데, 시험을 두 번 하면 두 달을 갇혀 있어야 한다’고 불평했다. 그래서 결국 사라졌다.”

-미국은 대학수학능력시험(SAT)을 아무 때나 본다. 우리도 그렇게 바꿀 수 없나.
“미국에선 아이들이 가고 싶은 대학에 가려고 일 년에 몇 번이나 시험을 본다. 이건 굉장히 객관적인 시험제도다. 이 방식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수능 치르는 비용의 절반으로 해결된다. 교육평가원이 시험문제를 개발하도록 하고, 이를 문제뱅크에 집어넣어 시험 때마다 무작위로 꺼내 출제하면 된다. 아이들이 점수를 잘못 받으면 또 보면 된다. 1년에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기회를 줘야 한다. 고등학교 3학년만 치를 것도 아니고 1~2학년도 치르면 된다. 학교 안 다니고 독학한 사람에게도 시험 기회를 줘야 한다. 내가 교육부 장관을 1년만 더 했어도 이 제도를 도입했을 것이다.”

-초·중·고에서 체육시간이 없어지고 있다.
“건강한 신체, 건전한 정신은 연관돼 있다. 건강을 잃으면 마음이 삐뚤어진다. 건강한 사고를 할 수가 없다. 건강이 없으면 이상이 높고 소망이 깊어도 헛된 일이다.”

-초·중·고 정책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는 어떠해야 하나.
“교육감 선거는 반대한다. 선거를 한다고 좋은 교육감이 나오는 게 아니다. 결국은 사람이 문제다. 선거 대신 좋은 사람을 정부에 추천하는 방식이 좋다. 교육계에서는 누가 능력 있고 누구한테 맡기면 될지 다 안다. 국회의원은 지역구만 챙기면 되지만, 교육감은 서울시 전체를 전부 돌아다녀야 한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교육감이 감당하나. 돈 없으면 교육 못한다. 정치 입김이 들어오고 교육현장에 정치색깔이 나타나게 된다.”

-이공계 기피현상을 극복하려면?
“오늘날 한국이 누리는 풍요는 지난 20∼30년간 과학기술자들이 노력한 덕분이다. 지금 다시 부흥을 시작해도 20, 30년 걸릴 것이다. 과학기술을 대대적으로 장려해야 미래가 있다. 우선 아이들 때부터 과학 소질을 발견해 키워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 들어가면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일관된다. 고쳐져야 한다. 둘째, 과학기술자들을 우대해야 한다. 돈뿐 아니라 사회·정책적으로 우대해야 한다. 셋째, 기술고시 선발인원을 대폭 늘리고 합격자들이 나라의 모든 분야에서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프랑스의 엘리트 교육기관 ‘그랑제콜’은 교과과정의 90%가 수학과 물리·화학이다.
“나도 가봤다. 그 학교 교장이 장군이더라. 학생들에게 거의 1년 동안 병영교육을 시키면서 ‘나는 프랑스인이다’란 자부심을 갖게 한다. 강한 애국심이 결국 모든 분야의 기틀이 된다. 애국심 없는 학자는 존재 이유가 없다. 수학과 물리·화학 교육은 과학적 사고를 하게 만들고, 일의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대통령과 장관·기업총수 등 프랑스의 중추가 된다. 프랑스가 강한 나라인 이유 중 하나다.”

-‘평준화 교육으로 가야 한다’와 ‘아니, 엘리트 교육이 대세다’의 논쟁은 어떻게 봐야 하나.
“평준화란 것은 ‘기여의 평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회평준화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가장 우수한 사람을 낮고 힘든 곳에 보내 봉사하게 하는 게 평준화다. 그러나 엘리트 교육은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 대학은 지능지수 높은 학생들을 뽑아놓고도 왜 세계적인 대학이 못 되나.
“미국은 자율적인 분위기 아래 철저한 경쟁을 통해 대학이 살아났다. 대학의 질이 좋아지니 발전기금도 수십조원이 들어온다. 그걸로 우수한 교수와 학생을 선발해 더 좋은 대학이 된다. 반면에 우리 대학은 역사가 짧은 가운데 규제와 통제에 의해 운영돼 왔다. 아무리 좋은 인재를 선발해 키운다 해도 이런 체제에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대학을 마친다. 참 안타깝다.”

-부모는 자녀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나.
“사랑으로 대하되 가르치는 데는 엄격해야 한다. 또 부모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어른들이 도덕에 맞게 행동하면 자녀들은 자연히 따라온다.”

-교육계 원로로서 요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1980년대 학생들이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벌이며 매일 시위를 했다. 참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그때 학생들은 눈이 반짝반짝했다. 그때 만난 도쿄대 총장은 ‘한국 학생들의 눈을 보니 한국에 미래가 있다’고 했다. 도쿄대 학생들은 뭘 해줘도 도무지 반응이 없어 일본의 장래가 걱정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학생들은 졸업해서 어디 취직할까에만 관심이 있지,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지엔 관심이 없다. 그게 걱정이다. 학생들이 비판의식을 갖춰야 한다. 젊을수록 개혁 의지가 있어야 한다.”

-70, 80년대엔 ‘잘살아 보자’는 산업화, ‘나라를 제대로 세우자’는 민주화의 열기가 있었다. 지금은 그런 에너지가 없어진 것 같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한국 민족은 강한 민족이다. 문제가 있어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러려면 다시 한번 교육개혁과 과학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중에 꼭 했으면 하는 것은.
“교육의 틀을 바꾸는 거다. 예전엔 초·중·고 다닐 때 손바닥 매를 많이 맞았다. 지금은 학생의 팔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폭력이라고 난리가 난다. 선생이 ‘학생들 무섭다’고 한다. 요즘 선생에게 학생은 제자가 아니고 학교는 직장에 지나지 않는다. 학생에게 선생은 지식을 공급하는 대상일 뿐이다. 사제관계가 원래대로 회복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웃음이 터지는 밝은 학교가 됐으면 좋겠다. 지금 학교는 너무 살벌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핀란드는 교육개혁을 위해 범국가적 기구를 만들었다. 그 결과 교육 분야에서 선두를 달린다. 우리도 범정부적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자뿐 아니라 기업인 등 사회 여러 분야 사람들이 모여 어떤 교육 방향이 옳은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사람이 태어나 자기에게 주어진 천부의 수명에 이를 때까지 숨 쉬고 사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여러 경험을 하게 된다. 사회를 보는 눈이 넓어지면서 ‘내가 어떤 위치에 있나’ 생각해 보게 된다. 살아가면서 처해진 상황에 만족하고, 분수를 알고 그렇게 사는 거다. 그러면 마음이 편하다. ‘저 사람과 경쟁해야 하겠다’ 이럴 필요가 없다. 내가 내 능력을 갖고 살면 끝나는 거다. 다른 사람보다 잘되려 애쓸 필요는 없다. 내 인생관은 그렇다.” 



이광재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그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17, 18대 국회의원과 강원도지사(2010~2011년)를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했다. 1965년생(48세)으로 원주고와 연세대 법대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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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