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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 교사가 과학 쪽보다 훨씬 많은 건 ‘교육 마피아’가 자리 늘리려 과목 쪼갠 탓”

조용철 기자
조완규 전 총장이 나라의 가장 큰 과제로 교육개혁을 제시했다. 최재천(59·사진)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구체적인 방법론을 들어봤다. 학문 간 소통을 의미하는 ‘통섭’이란 개념을 2005년 국내에 처음 소개해 시대의 키워드로 만든 최 교수는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회과학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교육개혁과 기초과학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최 교수는 교육개혁을 위해 우선 교대와 사범대 출신이 독점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원 충원 제도를 일반 학문 전공자와 외국 유학 경력자에게도 개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사회과목에 비해 너무 적은 자연과목과 담당 교사를 대폭 늘리고, 대학·정부가 기초학문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영·유아 시절에 인간의 뇌가 가장 발달하므로 이 기간 중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진화생태학자로서의 견해도 내놓았다.

-침팬지와 인간을 비교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는데.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침팬지랑 99%의 DNA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기어다닐 때 침팬지는 나무를 타고 다닌다. 유전자에 그런 프로그램이 입력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게 없이 태어난다. 대신 유연한 두뇌를 갖도록 진화했다. 따라서 인간은 교육의 영향이 굉장히 큰 동물이다.”

-아프리카인과 동양인의 지능지수 차이가 크다는데.
“한국 아이들의 지능지수는 대부분 110~130인데 아프리카에서 그런 수치가 나오는 아이는 별로 없다. 교육의 자극이 적다 보니 뇌가 개발될 기회를 못 가진 것이다. 또 뇌는 영양분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의 하나다. 영양 부족도 원인의 하나였을 것이다.”

-어릴 수록 교육의 자극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영·유아기와 아동기에 지능이 급격하게 발달한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애쓰는 태교도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니다. 뇌세포들의 연결고리가 가장 활발히 이어지는 기간은 출생 뒤 3년이다. 이때 어떤 자극을 주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유럽에선 보육원과 유치원 시절에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도록 지원한다. 우리도 본받아야 한다. 보육원과 유치원 교사를 교육공무원으로 대우해야 한다.”

-본인의 아이도 그렇게 키웠나.
“미국 유학 시절 아이를 낳았다. 이웃의 미국 할머니가 아이에게 뉴욕타임스 기사를 소리 내어 읽어주면서 ‘아이가 다 알아듣는다’고 하더라. 그 뒤로 아이가 눈 뜨고 있는 시간엔 무조건 책을 읽어줬다. 내 논문까지 읽어줬다. 그래선지 아이가 대학생이 되기 전에 책을 5000권은 읽은 것 같다.”

-교사 충원 구조도 문제 아닌가.
“우리는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도 초·중·고 교사가 될 수 없다. 심한 표현으로 우리 교육계엔 ‘교육 마피아’란 말도 있다. 특정 학맥이 대한민국 교육 전체에 너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문제다. 이젠 아이들 수가 적어져 교대나 사범대를 나와도 교사가 다 될 수도 없다. 교사 충원 구조에 변화가 와야 한다.”

-교과과정도 혁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교과과정위원회에 몇 번 나가봤다. 가슴이 아파 더는 못 나가겠더라. 우리나라 교육이 말기암 수준이다. 전국에 있는 사회과목 교사가 자연과목 교사보다 훨씬 많다. 지방에는 과학 선생님이 전무한 학교도 있다. 반면에 사회과목은 7, 8개로 쪼개 가르친다. 이게 무슨 의미냐. ‘교육 마피아’들이 교사 일자리를 만들 목적으로 교과과정을 만든 거다.”

-학교에서 체육·예능시간이 사라지고 있다.
“평형동물은 뇌가 온몸에 분포한다. 척추동물이 되면서 뇌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중앙집권화된 거다. 따라서 체육을 해야만 몸이 발달할 수 있다. 예술도 인간 진화에 굉장한 역할을 했다. 서양음악은 수학과 관련이 있다. 피타고라스에 의해 음의 체계가 만들어졌다. 아이에게 어느 한쪽(과학)만 키워줘선 안 되고 양쪽(과학과 예술)이 부딪치게 키워야 창의성이 늘어난다.”

-언어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어릴 때 인간의 뇌는 기막히게 유연하다.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래서 몇 개 언어를 한꺼번에 배워도 소화 능력이 있다고 본다. 아버지는 스웨덴인, 어머니는 한국인이고 사는 곳은 독일인 조카가 있다. 4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언어는 이렇게 일상에서 쓸 수 있는 환경이 돼야 는다. 우리도 TV를 원하는 언어로 시청하게 해야 한다.”

-수학(修學) 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내 연구실에 들어오려는 학생에게는 통계학과 영어를 공부하라고 한다. 아마추어는 감으로, 프로는 통계로 일한다. 또 영어를 공부해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능력이 생긴다. 50대 초반이면 직장에서 쫓겨나는데 그 뒤 100세까지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언제든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공부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외국에선 수학 능력을 어떻게 키우나.
“하버드는 370여 년 됐고, 옥스퍼드는 800년이나 됐지만 학습체제가 변한 게 거의 없다. 무슨 전공을 하든 인문학과 기초과학을 반드시 해야 한다. 문과 학생이 학점을 C나 D를 받더라도 양자역학을 배우고 간다. 우리 대학생은 그런 걸 못 배운다. 수학 능력을 키워주느냐가 우리 대학의 고민이 되어야 하는데 취직을 얼마나 시키느냐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제 교육계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매사추세츠 공과대(MIT)가 부속고등학교를 세우면 전 세계 누구나 MIT 부고를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이미 강남 학원 상당수가 외국자본에 넘어가고 있다. 전 세계 교육시장을 놓고 돈벌이가 시작된 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대학이 할 일은 결국 기초학문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이 언제든 다른 걸 배울 능력을 갖추게 된다. 대학이 기초학문을 잡지 못하면 나라의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다. 지금의 수 배, 수십 배 예산을 기초학문에 투입하면 나라가 살 수 있다.”

-최근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임기 내내 교육 문제를 확실하게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다문화가정에 신경써 주기 바란다. 동남아에서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은 도전정신이 있고 유전자가 좋은 이들이다. 한국인이란 유전자군이 더 건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문화가정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가 대한민국이 일어설지, 아니면 불안한 사회로 갈지를 결정하는 데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셰익스피어는 ‘인간은 자기의 역할도 모르면서 무대에서 한바탕 연극을 하고 떠나가는 존재’라고 했다. 인간은 사실 유전자가 만들어 낸 존재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세계관이 바뀌었다. 결국 인생은 DNA가 다 하는 것인데 아등바등 할 게 뭐 있나 싶더라. 자살충동까지 생겼다. 하지만 더 공부해 보니 기막히게 평온한 날이 오더라. DNA가 내게 ‘열심히 살아보라’고 했으니 열심히 살다 가면 되는 게 아니냐는 깨달음을 얻은 거다. 실패했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실패라는 건 원래 없는 거란 생각도 든다.”



최재천 1954년 강원도 강릉 출생. 서울대학교 동물학과를 졸업한 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지냈고, 세계적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와 ‘생명다양성 재단’을 설립했다. 저서에 『통섭』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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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