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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덜떨어진 남편

“난 당신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다 싫다고!”

 S씨는 참 나쁜 남편이다. 3년의 결혼생활 동안 신혼여행 때 두 번 성행위를 시도해 본 이후로 지금껏 아내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 이후 끊임없이 아내를 구박하며 과도한 요구를 반복했다.

 첫 번째 요구는 가슴 확대였고, 두 번째는 얼굴 성형이었다. 아예 자신이 좋아하는 가슴 형태와 연예인 얼굴 사진을 들이대며 이대로 만들어 오라고 강요하다시피 했다. 그 다음엔 허벅지가 굵다며 지방흡입술까지 주문했다.

 S씨는 자신의 취향이 까다로워 적어도 연예인급 외모가 돼야 성 흥분이 된다는 거였다. 결혼 전엔 아내의 전부가 맘에 든다며 결혼을 서둘렀던 사람이 말이다.

일러스트 강일구
 아내는 남편의 이런 과도한 요구에 모두 응했고, 원래 미모였지만 수술 덕분에 눈에 확 띌 정도로 미모가 돋보였다. 그럼에도 S씨의 구박과 비난은 갈수록 심해졌다. 심지어 술집 여성과의 외도 사실을 수차례 들키고도 사과는커녕 적반하장 오히려 큰소리다. “그 여성과는 성행위가 잘 되는데 당신과는 잘 안 되니, 이는 네가 매력이 없는 탓”이라며 외도를 합리화했다. 성형수술로 외모 집착이 줄어든다 싶더니 이번엔 아내가 교태가 없다고 투덜거렸다. 심지어 입기도 민망한 변태 의상을 들이대고 포르노 여배우처럼 행동하면 성생활을 다시 시도해 보겠다는 식의 억지주장도 했다. 이쯤 되면 혹시 아내도 무슨 문제가 있는 여성인가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사실 아내는 극히 정상이다. 예쁘고 훌륭한 됨됨이에 집안 좋고 학력 수준도 높다. 누가 봐도 매력덩어리다. 아내가 성적으로 굉장히 보수적이거나 무지한 것도 아니다.

 신혼여행 첫날밤 남편은 아내보다 더 수줍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샤워를 한다며 무얼 하는지 2시간 동안 욕실에서 나오지 않았고, 아내더러 부끄러울 거라며 조명을 모두 꺼야 한다고 고집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나타난 남편은 리드는 전혀 없고, 침대에 넙치처럼 납작 드러누워선 “여자가 남자를 흥분시켜야 발기가 된다”고 우겼다.

 치료 초반 철저히 저항적이고 자신의 문제를 부정하던 S씨, 상담이 반복되면서 자신이 여러 여성과의 성행위에서 실패한 사실을 고백했다. 자위를 처음 알게 됐던 어린 시절, 부모에게 들킬까 극단적인 죄책감에 그야말로 어둠 속에서 이뤄졌던 습관적 자위, 공부밖에 몰랐고 결혼 전까지 번번이 실패했던 이성교제. 그는 외로움과 성적 욕망을 오로지 성매매를 통해 풀어왔고, 첫날밤 신부에게 리드를 강요했던 이유도 단 한 번도 자신이 주도적으로 리드하는 이성교제나 성관계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구제불능의 남편은 그동안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고 아내에게 모든 것을 투사했던 것이다. 겉으론 멀쩡한 스펙의 S씨지만 내면은 뿌리 깊은 열등감과 콤플렉스가 심한 자기애성 성격이다. 서글프게도 S씨에게 아내는 자신의 스펙 리스트에 한 줄 덧붙여진 추가사항일 뿐이었다.

 이 정도라면 아내 입장에선 아이를 갖기 전에 얼른 이혼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내는 치료 의지가 강했다. S씨는 자신의 미성숙한 성격과 대인관계, 이에 따른 심인성 발기부전을 상당히 긴 시간 다룬 후에야 안정됐다. 자기 문제를 보지 못하고 남 탓만 하는 미성숙한 어른들이 진료실뿐 아니라 우리 주변엔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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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