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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리듬 있게, 일관성 있게 스트로크

박인비가 지난달 6일(한국시간) 미국 윌리엄스버그에서 열린 LPGA투어 킹스밀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8번홀에서 파퍼트를 성공시킨 후 갤러리들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AP]
“퍼팅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면 박인비의 흔들림 없는 스트로크를 배워라.”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마술 같은 퍼팅에 미국 PGA닷컴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PGA닷컴은 미국프로골프협회(PGA)의 공식 사이트다. PGA 공인 티칭 프로 수지 웨일리(미국)는 이곳에 ‘우승에서 배우는 교훈 : 박의 긴장 없는(tension-free) 퍼팅’이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웨일리는 “만약 골프 스윙의 모델로 삼을 만한 새로운 선수를 찾고 있다면 박인비의 스윙을 참고해야 한다. 특히 퍼팅은 강력 추천한다”고 썼다.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3개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 이후 64년째 이런 기록을 낸 선수는 없었다. 도전 무대는 2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 골프장에서 개막한 US여자오픈이다. 이 대회에서도 박인비는 선두권을 달리고 있어 우승도 가시권이다. 연승 행진도 중요하지만 세계 골프 팬은 박인비의 퍼팅과 스윙에 주목하고 있다. ‘박인비에게는 마법의 퍼터가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퍼팅이 정교하다.

 마법의 퍼터를 앞세워 박인비는 올 시즌 12개 대회에 출전해 5승을 거뒀다. 무려 41.7%의 놀라운 승률이다.

 웨일리가 분석한 박인비 퍼팅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팔과 어깨에서 전혀 긴장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퍼터를 제어하려면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립 압력은 매우 미묘한 문제다. 즉, 그립 압력이 너무 세면 긴장하면서 매끄러운 스트로크를 못하게 한다. 그런데 박인비의 퍼팅은 ‘어느 순간이고 물이 흐르는 듯한 리듬감과 일관성을 보여준다’고 찬사를 보냈다.

 박인비는 “그립은 손에서 돌 정도로 가볍게 잡는다”고 했다. 그립을 가장 세게 잡는 것을 10이라고 했을 때, 박인비는 아이언 스윙은 약 5 정도, 퍼트 그립은 2~3 정도의 힘으로 잡고 있다. 그립을 가볍게 잡으면 더 예민하게 퍼팅 감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홀에 넣지 못해도 큰 실수는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웨일리는 “박인비는 실패한 경우에도 ‘한 뼘 거리 퍼트’를 남겨놓곤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3퍼트가 거의 없다. 셋째는 퍼팅의 속도를 완벽하게 제어한다는 것이다. 웨일리는 “박인비의 퍼트는 대부분 퍼트 라인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동료와 선후배도 박인비의 퍼트를 부러워한다. 지난 24일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패한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은 “인비 언니의 퍼팅은 거액의 상금을 안겨주는 요술 지팡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박)인비 언니는 내기를 좋아한다. 연습 때 항상 내게 홀당 10달러 정도를 걸고 내기하자고 한다. 그런데 언니는 2.4m, 4.8m 정도의 부담스럽고 까다로운 파 퍼트를 쉽게 성공시킨다. 그러다 보면 매번 50달러 정도를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소연은 “인비 언니는 퍼팅 때 왼발과 오른발에 체중을 7 대 3 정도로 배분한다. 미리 왼쪽으로 체중을 옮겨 놓아야 퍼팅 때 자세가 안정된다는 것이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박인비를 지도하고 있는 백종석(52) 스윙 코치는 “박 선수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동물적 감각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백 코치는 “보이는 느낌대로 퍼팅하는 게 박인비의 장점이다. 연습 때는 눈으로 확인하고 바로 서서 퍼팅한다. 판단을 단순화시켜 사전에 불안 요인을 스스로 제거해 버린다”고 했다. 거리도 재지 않고 거침없이 퍼팅을 해도 척척 홀에 붙이는 게 ‘박인비 스타일’이다.

 백 코치는 또 “박인비의 퍼팅에는 기술적으로 철저하게 지키는 대원칙이 하나 있다”고 했다. 헤드를 지면과 최대한 밀착해 움직이는 스트로크 방식이다. 그리고 백스윙 때 헤드를 살짝 안으로 움직였다가 공을 임팩트한 뒤 폴로스루까지 진행하는 동안에는 헤드를 일직선으로 움직인다. 이른바 ‘인 투 스퀘어(In to Square) 스트로크’다. 과거 박인비는 ‘인-스퀘어-인’의 궤도를 보였다. 약간은 원의 형태를 그리는 스트로크 방식이었다. 하지만 인 투 스퀘어 스트로크로 바꾼 뒤 공의 직진성이 크게 좋아졌다.

 그렇다면 스윙은 어떨까. PGA 공인 티칭 프로 웨일리는 “박인비의 스윙은 클럽 페이스가 약간 닫혀 있고 스윙 면도 가파르다. 하지만 임팩트 타이밍과 스윙축이 안정돼 있어 실수가 적다. 결코 교과서적인 스윙은 아니다”라는 얘기다.

 박인비의 스윙 특징은 느린 템포로 살짝 클럽을 들어올리는 듯한 백스윙, 그리고 업라이트한 톱스윙의 위치다. J골프의 임경빈 해설위원은 “주말 골퍼가 박인비의 스윙을 따라 하려면 두 가지 변수를 고려해 한다”고 했다. 박인비처럼 백스윙 톱이 낮게 되면 파워가 떨어지고 거리가 줄어든다. 박인비 스윙은 비거리용 스윙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공이 깎여 맞을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대신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임경빈 위원은 “적지 않은 아마추어 골퍼가 박인비의 콤팩트한 스윙에 관심이 많지만 어깨 회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슬라이스성 타구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인비 스윙은 언뜻 보기에는 백스윙을 하다가 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깨 회전은 90도까지 진행된다. 어깨의 회전량이 적은 채로 팔만 들어올려 스윙을 하면 클럽을 몸 밖에서 안쪽으로 끌어당기게 돼 슬라이스 구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스윙 템포는 박인비처럼 느린 것이 빠른 것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확률이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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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