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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급락·급등 멈추고 제자리 찾을 듯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더니 다시 크게 상승했다.

이번 하락은 다분히 시장이 잘못된 판단을 한 데 따른 반작용의 성격이 강하다. 시장의 오판은 대략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 주가가 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호전을 반영한다는 인식이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주가가 탄탄한 펀더멘털 기반 위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과연 그럴까. 유럽이 6분기에 걸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올 2분기에도 플러스 성장을 기대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면 거의 2년에 걸쳐 경제가 계속 후퇴하는 셈이 된다. 그 와중에도 독일·영국 등 유럽 주요국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차대전 이후 가장 나쁜 경제에 가장 좋은 주식시장이 만들어진 셈이 된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2.6%에서 2.5%로 후퇴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론 1.8%로 확정됐다. 경기가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인상적으로 좋은 상황도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주가는 3월 중순 이후 무려 20번이 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한국 증시 디커플링 원인은 순이익 감소
이 차이를 유동성이 메워 왔다. 워낙 금리가 낮고 많은 돈이 풀리다 보니 돈이 주가를 받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문제는 유동성 장세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주가가 대세상승을 하는 동안 시장은 여러 번 성격이 바뀐다. 처음에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낮춘 힘으로 주가가 오르지만 시간이 지나 경제가 제자리를 잡고 나면 실적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상승 과정에서 만들어진 모든 유동성을 모아 주가를 한번에 끌어올리는 과정이 나온다. 이른바 마지막 유동성 장세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마지막 유동성 장세가 벌어질 때 주가가 6개월 사이에 45% 이상 오르는 게 보통이었다. 미국 S&P500이 작년 11월 이후 7개월 동안 23% 올랐다. 이미 선진국에서 유동성 장세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의미가 된다. 아무리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많아도 주가가 너무 높거나 이익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주가가 더 이상 오를 수 없다. 그동안 이 부분을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디커플링(decoupling)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한국 시장이 선진국과 동일하게 움직이는 게 정상인데 무슨 이유에선지 차이가 났다는 거다. 그래서 조만간 한국시장이 빠르게 상승해 그 격차를 줄이는 과정이 나타날 거라 생각했다. 과연 디커플링이 이상한 현상이어서 해소되는 게 맞을까. 올해 1분기 실적을 보자.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21% 정도 이익이 줄었다. 미국 기업은 그래도 작년만큼은 됐다. 시간을 좀 더 넓혀보면 우리 기업은 벌써 1년 넘게 이익이 줄었지만 미국 기업은 9분기째 사상 최고 이익을 계속하고 있다. 서로 이익이 차이가 났기 때문에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 따라서 빠른 시간에 우리 시장이 선진국 시장만큼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돈의 흐름을 생각해 보자
올해 시장을 예상할 때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로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을 꼽았다. 또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란 단어가 유행했다. 세계적으로 채권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투자자산으로 이동할 거란 전망이었다. 올해의 절반이 지났다. 과연 채권에서 주식으로 돈이 넘어왔을까. 올 초 주식형수익증권 잔고가 84조7000억원이었다. 6월 말 현재는 72조9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반 년 사이에 주식형 잔고가 12조원 정도 줄어든 셈이다. 예탁금 등 다른 자금도 마찬가지다. 미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채권형과 주식형 모두에서 자금이 늘어났다. 돈이 채권에서 빠져 주식으로 간 게 아니라 중간지대에 머물고 있던 돈이 양쪽 모두로 움직인 거다.

출구전략은 일단 축소 쪽으로 가닥 
이렇게 지난 몇 개월 동안 시장을 구성하던 논리가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주가가 하락했다. 직접적 계기는 두 가지 사건이었다. 하나는 6월 초 일본 주가 하락인데 이때 처음으로 유동성 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결정적인 건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였다. 벤 버냉키 의장이 경제가 전망대로 회복될 경우 올해 말에 자산매입 속도를 완화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우려했던 출구전략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거다. 발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년 1분기까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고 2014년 중반에는 아예 자산 매입 자체를 중단할 수 있다고까지 얘기했다. 지난 7개월간 시장을 끌고 오던 힘의 상당 부분이 약해진 것이다.

이제 하반기 주식시장의 논점은 분명해졌다.

금융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에 양적완화 축소 정책을 수정해 다시 확장 정책으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비록 금융시장이 불안하더라도 실물경기가 크게 타격을 받지 않는 이상 양적완화 축소를 밀고 나갈 것인가로 좁혀졌다.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정해진 조건이 되어야만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게 아니다. 실업률이 6.5% 밑으로 떨어졌다 해서 바로 금리를 2%P 정도 올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떤 정책이든 순차적으로 바꿔가야 하는데 현재 미국의 금융완화정책은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일 때 만들어진 것이다. 경제가 회복된 걸 감안하면 지금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 여기에 최근에 주식과 채권 버블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주가 급락은 이제 더 이상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시장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빠르게 회복되기도 힘들다. 이제는 주식시장은 천천히 내려가 자기 실력에 맞는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을 밟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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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