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상남자들의 우정 아닌 애정 오, 얄궂어라

[사진=JTBC, NEW]
우연한 기회에 ‘브로맨스(bromance)’라는 단어를 접하게 됐다. 브로맨스란 ‘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를 합친 조어. ‘콩글리시’인가 했더니 ‘잉글리시’란다. 미국 UCLA에서 펴내는 속어사전에 2009년 오른 단어다. 남자들 사이의 돈독한 관계를 뜻하는 말인데, 섹슈얼리티가 없다는 점이 동성애와 다르다. 대신 우정보다는 훨씬 더 애틋하고 진한 빛깔을 띤다. 비슷한 단어로 ‘맨 크러시(man-crush)’가 있다. 남자가 남자한테 꽂혔다는 얘기다.



컬처# : 대중문화 속 '브로맨스' 붐

“괜히 어설픈 멜로 하지 말고 그냥 시현(정경호)과 수(윤현민)의 브로맨스로 계속 가주세요.”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JTBC 드라마 ‘무정도시’에 대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감상평이다.



대개 한국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의 화학작용을 동력 삼아 굴러간다. ‘무정도시’에서도 마약 조직에 위장잠입한 경찰 시현과 이를 모른 채 룸살롱 종업원으로 위장, 조직에 침투한 수민(남규리)이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정작 화제가 되는 건 전형적인 브로맨스인 시현과 수의 관계다. 아무리 험한 조직 생활에서 부대끼며 정들었다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갖는 애정과 지지는 기존 조폭 소재 드라마나 영화의 형님-아우 패러다임으로는 설명이 충분치 않다.



이처럼 최근 들어 TV와 스크린에선 브로맨스가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올 상반기 한국 영화계의 두 흥행작이 ‘남-녀’ 조합이 아닌 ‘남-남’ 조합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건 눈여겨볼 만하다. 올 초 460여 만 관객을 끌어들인 영화 ‘신세계’가 그 하나다. “어이, 브라더! 우리 브라더는 그냥 딱 이 형님만 믿으면 돼야”라며 자성(이정재)을 아끼던 폭력조직 골드문그룹 2인자 정청(황정민)은 이 ‘브라더’가 경찰 신분을 속이고 잠입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후에도 비밀을 끝까지 지켜주며 숨을 거둔다.



다른 하나는 최근 6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동네 바보로 위장한 남파공작원 원류환(김수현)과 그를 신처럼 떠받드는 부하 조직원 리해진(이현우)이 나오는데 이들은 국정원과 북측 암살단에 쫓기다 건물 옥상에서 서로 껴안고 추락한다. 이들의 관계 역시 리해진을 여성으로 치환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로맨틱한 정서가 은밀하게 느껴진다.



이런 브로맨스에 열광하는 특정 층이 있다. 주로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인데, 이들은 영국 드라마 ‘셜록’을 보며 홈즈와 왓슨을, 할리우드 영화 ‘스타트렉’을 보며 커크와 스팍을 짝짓는다. 그게 그들에겐 ‘놀이’인 셈이다.



브로맨스의 유행은 그저 꽃미남 선호 취향이 빚어낸 우연만은 아닌 듯싶다. 그보다는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 유행하는 ‘동인녀’ 문화가 한국에서도 점점 퍼지고 있으며, 이를 간파한 기획자들이 한 번 꽂히면 폭발적 구매력을 보이는 그들을 위한 코드를 집어넣었다는 분석이 더 흥미롭게 들린다.



동인녀(同人女)란 남성 동성애 만화를 즐겨보는 여성 오타쿠를 가리키는 말. 동성애 작품에 열광할 뿐 아니라 작품 속 주인공들이 서로 사랑하는 만화나 소설 등 새로운 콘텐트, 즉 2차 창작에 몰두한다. SNS 등을 통해 이를 교환하고 서로의 열광을 공유한다. 젊은 여성이 성에 대한 흥미를 보이는 게 아직 자유롭지 못한 사회 분위기에서 남-녀의 성보다 남-남의 성에 대한 선호를 표시하는 게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그럴 듯하다.



물론 반대의 현상도 있다. 여성판 ‘브로맨스’를 뜻하는 ‘워맨스(womance, woman+romance)’가 그것이다. 하지만 여성 주도가 뚜렷한 한국 대중문화 시장에서 워맨스의 가능성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TV와 스크린에 넘실대는 ‘남자들의 로맨스’. 수요와 공급의 원칙상 여배우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현실적인 문제는 논외로 한다 치자. 정작 남성 소비자들이 이 현상을 어찌 보는지 궁금하다. 남자들끼리의 애틋하고 진한 감정, 남자들이 보기에도 멋진가요?



기선민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