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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센터 지으려 109억 들인 땅인데… 서초구 7년째 속앓이

원래 강남교육청 소유였던 방배3동 판자촌 부지. 7년 전 서초구가 4000만원을 더 주고 양재2동 부지(현 매헌초등학교)와 맞교환했다. 매입 금액으로 총 109억 2600만원이 든 셈이다. 서초구는 이곳에 종합복지문화센터를 세우려 했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김경록 기자

고급 빌라촌인 서초구 방배3동. 이곳에 30년 된 허름한 판자촌이 있다. 회색빛 슬레이트로 얼기설기 올려진 지붕, 비틀어진 나무 기둥만 남아 있는 무허가 주택들에 20여 가구가 모여 산다. 이달 초 이곳을 찾았을 때 다 쓰러져 가는 집도 집이지만 각목 조각과 깨진 유리, 버려진 옷가지 등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는 골목길 탓에 도저히 사람 사는 동네로 보이지 않았다. 집 문마다 붙어 있는 새 주소 표지판과 보드마카로 써 놓은 이름이 그나마 누군가 살고 있는 집이라는 걸 알려 줄 뿐이었다.

 이렇게 버려지다시피 했던 낡은 동네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서초구가 이곳에 방배종합복지문화센터를 짓겠다고 나서면서다. 서초구 관계자는 “지난해 타당성 조사를 맡겼고, 지금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이곳 주민들은 반발한다. 30여 년간 이곳에서 살았다는 한 주민은 “여기 주민은 대부분 독거노인 같은 저소득층 가구”라며 “나도 난치병에 걸려 일도 못 나가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청에선 무단 점거를 이유로 계속 벌금을 때리는데 누군들 난방시설도 없는 이런 데서 살고 싶겠나, 나갈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라고 하소연했다.

 서초구는 7년 전 문화센터를 지으려고 이 땅을 샀다. 정확히 말하면 원래 구 소유였던 양재2동 공원 부지에다 차액금 4000만원을 더 얹어 주고 강남교육청과 이 부지를 맞교환했다. 강남교육청은 구청으로부터 사들인 양재2동 부지에 계획대로 2008년 매헌초등학교를 세웠다.

 하지만 서초구 계획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판자촌 주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다. 해당 부지의 토지 감정가액은 109억2600만원. 결과적으로 서초구는 100억원이 넘는 주민 세금을 들이고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만 떠안은 셈이다. 지난 7년 동안 서초구가 내놓은 방안은 지난해 의뢰했다는 타당성 조사가 전부다. 그렇다면 매입 후 6년 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걸까.

 김영기 서초구 문화행정과장은 “잘 모르겠다”고만 했다. 판자촌 주민 반대에 대해 뚜렷한 해결방안을 마련한 것도 없다. 오히려 “반대 같은 거 없다. 그 사람들이 왜 반대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강남구 구룡마을 사례에서 보듯 무허가로 입주한 판자촌 주민이라고 해도 거주 문제 해결방안 없이 개발계획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방배3동 판자촌 골목
 서초구의회 공유시설설치부지매입조사특별위원회 소속 강성길 의원은 “서초구가 거액의 혈세를 들여 토지를 구입하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서초구가 공공시설 목적으로 땅을 사고도 수년째 방치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사례는 또 있다. 7700여㎡(약 2355평) 부지의 내곡동 체육시설이 그중 하나다.

 이곳은 본래 재활용집하장으로 쓰기 위해 역시 세금을 들여 매입했다. 매입비로 53억여원이 들었다. 그러나 주민 반대로 집하장을 짓지 못했고 현재는 12억여원을 들여 체육시설을 조성했다. 결국 세금 65억원을 들여 계획에 없던 꼭 필요하지 않은 테니스코트와 족구장만 건립한 셈이다.

 구청이 구의회에 보내 온 자료를 보면 테니스장이 문을 연 지 3개월 후인 지난해 7월부터 월 200만~400만원대의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이 수익금에는 이 시설 관리를 위해 파견 와 있는 구청 7급 공무원 1명과 공공근로자 1명, 공익근무요원 4명의 인건비는 제외돼 있다. 정밀한 이용자 수요 예측 없이 시작한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운 이유다.

 서초구청 생활운동과 관계자는 “체육시설 건립은 시설 수익보다 구민 건강 증진 측면에서 바라봐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이외에도 충북 충주시 신니면에 서초구연수원·납골당 건립을 위해 6만5000여㎡(약 1만9815평) 부지를 10억6300만원에 샀다. 하지만 횡성과 태안에 이미 연수원을 운영 중이고 납골당 역시 수도권에 많이 있는 데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빈 채로 방치되고 있다.

 구청 측은 땅을 놀리는 이유에 대해 “담당자가 오면 자료를 보고 말해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정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서초구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구청이 공공성을 위해 시설을 설립하려 해도 주민들의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현상에 번번이 발목이 잡히기 때문이다. 양재동 양재우성아파트 앞 수목지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구청이 9억8100여만원을 들여 주차장을 조성하려고 2004년 12월에 매입했다. 그러나 2010년 관리부서를 주차관리과에서 공원녹지과로 옮기고 나무 40~50그루를 심었다. 주민 반대 때문이다.

 근처 산비탈에서 남편과 채소밭을 일구던 주민 이모(71)씨는 “예전에 주차장 조성 얘기가 있었지만 주민뿐 아니라 외지 사람까지 주차할 수 있다고 해 주민들이 반대한 것으로 안다”며 “외진 곳이라 평소 조용한데 아무래도 차가 많이 드나들면 시끄럽고 위험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주민 탓으로만 돌리기엔 구청의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행정부서가 토지 매입 이전에 사전 타당성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한양대 유재원(행정학) 교수는 “철저한 계획 없이 주민 혈세를 방만하게 사용한 결과”라며 “보다 중요한 곳에 쓰일 돈을 쓸데없는 곳에 쓴 꼴”이라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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