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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많은 요구 쏟아내 … "청을 드리겠다" 저자세 논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오른쪽)이 25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남 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회의록 열람을 허용한 건 누가 승인했나”라는 질문에 “제가 승인했다. 독자적인 판단이었다”고 답했다. 왼쪽부터 민주당 유인태·추미애 의원. [오종택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에 집착한 듯한 인상을 줬다.

 회의록 전문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오전 정상회담 시간의 연장에서부터 남북 경협, 북·일 관계, 회담 합의문 명칭에 이르기까지 김 위원장에게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청을 드리겠다’와 같은 표현을 쓰고, 미국을 향해 ‘제국주의’라고 했다. ‘각측(各側)’ 같은 북한식 회담 용어를 쓰기도 했다.

 민주당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협상 현장의 테크닉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도저히 대통령의 발언으로 볼 수 없다”(김진태 의원, 25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면서 국가관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회담 시작 때 “내가 상당히 긴장한 모양입니다. 내가 서류를 바꾸어 가지고…”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자신의 스타일을 회복했고, 발언시간도 길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오전 9시34분 시작된 회담이 오찬 시간으로 향하자 “한 번 만나고 가면 (언론에서) 노무현 쫓겨 왔다고 쓸 텐데 위원장께서 날 그렇게 할 겁니까” “오후에 시간 내주시는 게 그렇게 어려우시면 나도 내려갈랍니다”라고 회담 연장을 요청했다. 앞서 개성공단에 적용되는 북한 법률과 북한 내 특구가 화제에 오르자 “위원장께서 혁명적 결단을 하셔야 합니다. 특구를 하시든 특구 이외의 것을 하시든요”라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했다.

 오후 들어 김 위원장이 남한 조선업체의 북한 진출을 요구하는 노 전 대통령에게 바다 오염 문제를 거론하자 “지금 그 마산 앞바다 진해만이 청정지역인데요 바다에 전혀 오염이 없습니다”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이산가족 상봉 얘기가 나왔을 땐 “화상상봉은 병행하고 면회소 상봉은 상시적으로 해 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그러다 갑자기 “참 일본 문제는 어떻게 하실랍니까”라며 북·일 관계 개선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막판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정상회담 합의문의 명칭으로) 원래는 선언문을 좀 토론했는데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하자 김 위원장에게 “선언으로 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요구하는 과정에서 북한 입장에 서서 미국이나 일본 등을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미국의 계좌 동결을 들며 “BDA 문제는 미국이 잘못한 것인데 북측을 보고 손가락질하고, 북측 보고 풀어라 하고, 부당하다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라거나 “동북아시아에서 앞으로 평화를 해롭게 할 국가가 어디냐, 평화를 깰 수 있는 국가가 어니냐 했을 때 미국이 1번으로 나오고”라는 등의 논란을 빚은 발언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미국이 1번으로 나오는) 이러한 것이 우리 민족이 자주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환경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라고도 부연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우리가 미국에 의지해 왔습니다. 그리고 친미국가입니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표현 하나가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이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반미 분위기가 남한에 확산되는 게 한반도에 자주를 가져오는 여건이냐”(홍지만 대변인)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방북을 희망하며 “위원장께 청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평양 좀 자주 들락날락할 수 있게 좀…”이라고도 했다. “우리는 위원장하고 김대중 대통령하고 6·15 때 악수 한 번 했는데, 그게 우리 남쪽 경제에 수조원, 수십조원 번 거 거든요. 어제 사진도 어제 내가 분계선을 넘어선 사진으로 남측이 아마 수조원 벌었습니다”라고 말한 것도 새누리당에선 저자세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화록 발췌본 열람 후 “대화가 아니라 보고하는 수준이었다”고 했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일 위원장은 회담장에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불러 ‘6자회담 결과 보고’를 하게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상세하게 보고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표현은 김 부상의 ‘보고’ 직후에 나온 만큼 김 부상의 설명을 지칭했던 것으로 보인다.

글=정용수·이소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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