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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짜리 영상에 인생 담은 6070들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영상미디어센터 강당에서 영화제작수업에 참여한 12명 전원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두번째 줄 왼쪽부터) 박경자·홍성희·엄순이·김연웅·김미자·한정남·이경종·박경숙·김시종·이성태, (맨 앞줄) 홍한선·고경진씨. [김경빈 기자]

“여보, 지난번처럼 편집한 거 다 날리면 안 돼요.”

 24일 낮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서울영상미디어센터. 조그만 편집실에서 엄순이(63)·홍성희(63) 부부가 진지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내 엄씨가 1주일간 남편의 일상을 담아낸 영상이다. 글씨체는 뭘로 할지, 무슨 음악을 넣을지 티격태격하면서도 부부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이들이 만든 영상 제목은 ‘오지라퍼(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아내 엄씨는 “남편은 오지랖이 워낙 넓다”면서도 “작은 일에도 매사 즐겁게 의미를 찾는 사람”이라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부부가 이렇게 감독과 배우의 관계로 거듭나게 된 건 딱 두 달 전의 일이다. 중구청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영상제작 수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함께 신청했다. 엄씨 부부 외에 총 12명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영상미디어센터에서 장비지원과 교육을 맡았다. 이날은 그동안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촬영한 각자의 영상물을 최종 편집하는 자리였다. 기계가 익숙지 않은 초보라 작업시간이 길어졌지만 이들의 표정에는 생기가 넘쳤다.

 10분 남짓 분량의 영상 속엔 주로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의류도매업으로 대성공을 거뒀지만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추락을 겪었던 박경숙(60)씨는 원래 꿈이었던 요양보호사 일을 하면서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었고 대학 진학도 이뤘다.

박씨는 ‘하늘로 향한 계단’이라는 영상에 자신의 삶을 담아냈다. 그는 “하늘만큼 멀리 있는 꿈을 향해 조금씩 올라가는 나에게 스스로 보내는 격려”라며 수줍게 웃었다.

 ‘아름다운 동행’의 시나리오 작업을 맡은 이성태(64)씨는 “이번에 꿈을 이뤘다”며 만족해했다. 마음속 소망으로만 간직한 채 틈틈이 습작했던 시나리오를 이번에 작품으로 선보인 것이다. 비정규직 청소부와 정규직이지만 퇴직을 앞둔 공무원인 두 주인공이 서로 공감과 동행을 모색하는 내용이다. 주인공 역시 수강생들이다. 다른 이들도 촬영과 조명을 도우며 ‘품앗이’로 제작했다.

 암벽등반이 취미인 자신의 모습을 담은 김시종(65)씨는 “교육기간이 짧아 많이 아쉽다”며 “심화교육을 받아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교육이 끝난 후에도 따로 동아리를 꾸려 영상제작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오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강나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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