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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센과 치히로 … 신화가 곧 콘텐트다

진중권 교수(左), 정재서 교수(右)
아시아 시대를 열 상상력을 모색하는 ‘아시아 창의 리더십 포럼’ 7번째 시간이 14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미술관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디지털 시대와 신화의 의미에 대한 고찰이 이어졌다.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가 ‘미래를 생각하다: 디지털 혁명 이후’를, 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가 ‘신화, 잃어버린 상상력’을 주제로 강연했다. 포럼은 서울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한샘·중앙일보가 후원한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 여제인 헤라와 중국 무속에서 인류의 창조자로 나오는 여와, 사랑의 여신 비너스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서왕모(西王母).

 정재서 교수는 위의 두 이미지를 나란히 보여줬다. 여와·서왕모가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정 교수는 이를 ‘상상력의 제국주의’라 지적했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서양동화가 상상력의 표준처럼 된 시대다. 그런 상상력은 강대국의 문화산업을 통해 광범위하게 균일화되고 있다. 우리는 아시아 신화에 얼마나 무지한가.”

 그렇다면 왜 신화일까. 신화는 인류가 일찌감치 뇌리에 떠올린 가장 오랜 이미지가 저장돼 있는 보고, 즉 상상력의 원천이다. 상상력이 곧 창조능력인 시대, 신화는 오늘날의 스토리가 갖는 모든 작용의 예시다.

신화는 상상력의 원천이다. 동서양에서 인어를 다르게 형상화했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그림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인어’(1901, 런던 로얄 아카데미 오브 아트 소장), 중국 신화 속 저인(?人), 그리고 지난해 ‘강남 스타일’로 히트를 친 싸이 6집 앨범에서 ‘6’자에 착안해 만든 인어 캐릭터. 저인은 물 속에서 살며 비단을 짜서 육지로 팔러 다닌 ‘인어아저씨’다. 그릇에 눈물을 흘려 만든 진주를 여관 숙박료로 지불했다.
 정 교수는 신화 이미지를 잘 활용한 예로 사이렌(Siren·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바다 요정)을 차용한 스타벅스 커피의 로고를 들었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도 신화에 기반한 문화 산업의 성공 사례다. 일본도 요괴 이야기 같은 자체 전승 신화를 애니메이션에 활용(스튜디오 지브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하고 있다.

 정 교수는 “바로 그런 점에서 중국의 신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엔 한족을 비롯한 55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그는 “근래의 고고학적 발굴 결과에 따르면 중국 문명은 황하 유역에서 기원해 변방으로 파급된 것이 아니라 요녕이나 장강 유역 등 변방 여러 지역에서 일찍부터 발달한 여러 문명이 다원적으로 결합한 형태”라고 했다.

즉 중국 신화는 다양한 지역 및 주변민족 신화의 총체이자 동아시아 문화의 원천인 것, 우리는 이 같은 잊혀진 신화 속 사라진 신들과의 교신을 시도해야 한다.

 진중권 교수의 강의도 궁극적으로 ‘상상력’에 대한 얘기였다. ‘디지털 시대의 사진’을 주제로 시작된 강의는 ‘파타피직스(Pataphysics)’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그는 이미지의 역사를 회화의 시대(1900년대까지), 사진의 시대(2000년대 초반), 이후 디지털 이미지의 시대로 나눴다. 과거의 사진은 현실의 기록이었지만 디지털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파타피직스’가 나온다. 파타피직스는 패러디와 비슷한데, 현실 너머의 세계에 대해 다룬다. 프랑스 극작가 알프레드 제리(1873∼1907)가 만든 것으로 초현실주의의 동력이 됐다. 단적으로 없는 걸 믿는 척하는 것을 말한다.

 진 교수는 ‘나는 꼼수다’ 열풍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들은 정보전달의 플랫폼이 바뀌었음을 정확히 파악했다.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와 사운드의 시대, 음모론으로 치고 들어갔다. 현실의 팩트에는 구멍이 나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음모론을 이를 메워주기 때문에 각광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꼼수’는 음모론을 펼친 뒤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로 맺었다. 하는 이도 듣는 이도 가짜인 줄 알면서 믿는 척 해 주는 ‘파타피지컬’ 놀이였다. 진 교수는 “여기서 더해 가짜를 말하는데 듣는 이가 믿어 버리는 ‘선동상황’이 됐다. ‘나꼼수’가 실패한 것은 놀이를 넘어 그걸 갖고 정치로 들어가려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호주의 미디어 아티스트 제프리 쇼는 “미래 인류는 파타피지컬한 종(種)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지의 욕망을 대중에게 안겨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이가 성공한다는 것이다. 관건은 이를 실현할 기술과 상상력이다.  

정리=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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