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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대 다니며 디자인도 공부 … 다양한 관심 잘 융합해야 경쟁력"

김호승
“본사 사람들 모아놓을 테니 미국으로 와서 직접 설득해 보시죠.”

 2011년 6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고위 임원이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엔지니어 김호승(42) 부장을 찾아와 이같이 말했다. 김 부장은 당시 GE의 주력 제품인 양문형 냉장고에 부착될 액정화면 개발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초기 아이디어가 개발단계를 거치면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를 꾸준히 본사에 전달했다. 본사 임원의 제안에 따라 미국 GE 가전사업부로 건너간 김 부장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원만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모의실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하드웨어 개발단계를 거치면 어떤 결과물로 나올지를 컴퓨터로 간단히 예측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 덕에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불필요한 논쟁을 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

양면형 냉장고 액정화면 개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자 혁신적인 제품이 나왔다. 예컨대 냉장고에서 나는 알림음은 냉장고를 신경 쓰고 있는 주부의 귀에는 쏙 들어오지만, 집을 방문한 손님은 인지하기 어려운 종류의 음향을 찾아내 적용했다. 얼음제조 버튼을 누르면 나타나는 애니메이션도 과거보다 한결 부드럽고 화려해졌다. 이렇게 ‘한국인 김 부장’ 방식대로 생산된 액정화면은 GE의 양문형 냉장고에 장착돼 미국 전역으로 팔려나갔다. 김 부장은 “뒤늦게 경력직으로 입사한 ‘굴러온 돌’의 제안이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 도전하고 제안하면 윗사람까지도 진지하게 고민해주는 기업문화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방식을 바꾼 공로와 혁신적 제품을 개발한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한국인 최초로 GE 에디슨 파이어니어 어워드를 수상했다. GE 창립자인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이름은 딴 이 상은 30만 명의 GE 직원 중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기여한 엔지니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 1월엔 GE 가전사업부 수석 엔지니어 타이틀도 받았다. 이 역시 비(非)미국인으로선 최초다.

제품 아이디어, 본사 날아가 설득

 김 부장은 홍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게임회사에 들어가 ‘삼국지천명’이라는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벤처회사 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하지만 평범한 기계공학도 출신 엔지니어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김 부장은 “음악이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대학교 때 디자인 수업을 많이 듣고 교회에서 예배당 음향 담당을 하며 음향 관련 지식도 습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디자이너의 업무와 하드웨어 개발자의 업무를 아우르는 엔지니어가 될 수 있었다.

김 부장은 “‘내가 이공계 출신인데 예체능 같은 다른 분야에 관심 있어도 되나’ 이런 고민을 한다면 스스로 불행해지는 것”이라며 “다양한 관심을 잘 융합해야 새로운 서비스,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바로 요즘 말하는 창조경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GE 에디슨 파이어니어 어워드 상금 1만 달러(약 1100만원)를 모교인 홍익대에 기부할 예정이다. 그는 “시상식 참석을 위해 아내와 미국에 갔을 때 GE 본사에서 기사가 딸린 리무진까지 준비해 주더라. 아내가 남편을 자랑스럽게 여긴 것만으로도 보상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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