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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처럼 … 할렘의 고교 졸업반이 해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앞줄 왼쪽 둘째)과 부인 유순택 여사(맨 왼쪽)가 미국 뉴욕의 데모크라시 프렙 고등학교 제1회 졸업식에 참석해 세스 앤드루 총교장(둘째줄 야구모자 쓴 남성),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 우리 데모크라시 프렙 고등학교에 모시게 돼 정말 영광입니다.”

 24일(현지시간) 흑인음악 거장들을 배출해낸 뉴욕 할렘의 아폴로 극장. 2006년 중학교로 시작, 첫 입학생을 받은 지 7년 만에 1회 졸업생을 배출하는 데모크라시 프렙 고교의 졸업생 대표 스티브 메디나는 또렷한 한국말로 반 총장을 소개했다. 학생의 80%가 흑인, 나머지는 히스패닉인 학교에서 1회 졸업생 46명 전원이 두 곳 이상 대학에 합격하는 기적을 이뤘다. 모두 대학을 졸업하라는 뜻으로 졸업생에겐 ‘2017년 졸업반’이란 이름이 붙었다. 메디나는 “7년 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며 “할렘 학생이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게 차별화의 포인트가 돼 장학금도 받았다”고 자랑했다.

 박수와 환호 속에 연단에 오른 반 총장은 대뜸 “여러분에게 고백할 게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곤 “사실은 아폴로 극장에서 라이브 공연을 해보는 게 꿈이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이어 “그렇지만 노래를 못해서 여러분에게 좋은 노래 한 곡을 선보이겠다”며 뮤직비디오를 틀었다. 지난해 8월 세계 인도주의 날을 기념해 비욘세가 유엔총회장을 배경으로 부른 ‘아이 워즈 히어’ 동영상이었다. 반 총장은 “세상엔 여러분보다 훨씬 가난하고 불운한 사람이 많은 만큼 이제 미국 시민을 넘어 글로벌 시민이 돼 그들을 도우라”고 격려했다.

 반 총장이 6·25전쟁 후 책상도 없이 맨바닥에서 공부했던 초등학교 시절 일화를 소개하자 숙연해지기도 했다. 그는 “교육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내 신념을 여러분이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유엔은 여러분과 같은 인재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졸업식엔 반 총장의 부인 유순택 여사도 참석했다. 학교 측은 반 총장에게 즉석에서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데모크라시 프렙은 현재 7개 학교 체인으로 성장했다.

 세스 앤드루 총교장은 “60년 전 한국은 세계 10대 빈국에 속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리더”라며 “한국이 이룬 기적을 2017년 졸업반이 똑같이 해냈다”고 감격했다.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했던 그는 한국식 교육에 매료됐다. 2005년 할렘으로 돌아온 그는 팸플릿 한 장을 달랑 들고 투자자를 찾아 다녔다. 한국어를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고 봉산탈춤·태권도는 물론 한국식 예절까지 익히게 하는 데모크라시 프렙 창립 계획서였다. 첫 졸업생을 배출한 그는 올해 총교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데모크라시 프렙 졸업생은 물론 가난한 대학생을 돕는 기금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 예정이다.

 연설 사이사이 후배들의 축하 공연도 이어졌다. 중학교 학생들이 스텝 댄스를 선보이자 고교생 두 명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부채춤 등 한국 고전무용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졸업생 알렉산드리아 노튼은 “한국에 갔을 때 많은 분이 따뜻하게 대해준 게 감명 깊었다”며 “꼭 한국에 다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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