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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구원투수' 휘트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양 날개로 난다

HP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하드웨어 중심인 사업구조에 클라우드·빅데이터·보안 분야의 소프트웨어 능력을 보완하는 양 날개 전략을 제시했다. [블룸버그]


컨벤션 홀의 불이 꺼지고 무대 위에 파란색 조명이 쏟아지자 HP의 최고경영자(CEO)인 멕 휘트먼(57)이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휘트먼은 무대 좌우를 오가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정보기술(IT)이 우리 시대의 ‘게임 체인저’”라며 “HP는 수년간 준비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의 기술력을 결합해 고객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열어주는 해결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 '월드투어'서 SW 진출 선언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HP 월드투어 2013’은 하드웨어 제품 생산에 주력해 왔던 HP가 소프트웨어 서비스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과 비즈니스 파트너 등 300여 명이 모여 휘트먼의 기조연설을 경청했다.



클라우드·빅데이터·보안 분야 준비 마쳐



휘트먼은 “PC 접속에서 시작해 웹 1.0과 2.0을 거친 뒤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새로운 IT 시대에 살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성공 가도를 달리는 기업 중에 불과 2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기업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의 생존을 위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휘트먼은 역설했다. 그는 “클라우드·빅데이터·데이터 보안처럼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세 가지 영역에서 HP는 최근 수년간 착실한 준비를 마쳤다”며 “이제 이런 기술을 이용해 고객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는 일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기조연설이 끝날 무렵 휘트먼이 잠시 말을 멈추자 배경화면에 붉은색 수퍼맨 망토를 두른 소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소녀는 오른팔을 하늘을 향해 뻗어 비상하려는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휘트먼은 “고객사들은 우리에게 수퍼맨이 될 것을 요구한다. HP는 수퍼맨처럼 고객을 돕겠다. 하지만 HP가 아니라 우리의 고객들이 ‘히어로(영웅)’가 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PC 위축, 모바일 기기 대중화에 활로 찾기



 업계에서는 그를 ‘HP의 구원투수’라고 부른다. HP는 수십 년간 대형 서버와 PC·프린터 등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렸다. 창업자인 빌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잇따라 세상을 떠나자 1999년 칼리 피오리나를 CEO로 영입해 재도약을 노렸다. HP 최초의 외부 출신 회장, 대형 컴퓨터 업계 최초의 여성 회장, 세계 상위 20대 기업 최초의 여성 회장 등 여러 기록을 세운 피오리나는 컴팩과의 합병을 통해 PC 시장에서 경쟁자로 떠오르던 델과의 격차를 벌리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에 따라 PC시장이 위축되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결국 피오리나가 실적 부진과 주가 폭락으로 2005년 사임했다. 그 후에도 HP는 노키아나 모토로라와 같은 치명적인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성장의 전기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결국 HP는 전임 CEO 레오 아포테커를 영입한 지 10개월 만인 2011년 9월 휘트먼을 내세웠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휘트먼은 89년 월트디즈니 부사장, 91년 신발 제조업체인 스트라이드라이트 사장 등을 지냈다. 98년부터 10년 동안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를 이끌면서 직원 30여 명, 매출 8600만 달러(약 1020억원)의 회사를 직원 1만5000명, 매출 77억 달러(약 9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시켰다. 2004년 경제전문지 포춘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으로 휘트먼을 선정하기도 했다. 휘트먼은 2008년 이베이에서 물러난 뒤 2010년 캘리포니아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HP의 ‘SOS’를 받고 IT 업계에 복귀했다.



10년간 ‘이베이’ 이끌며 성공 신화



 휘트먼은 CEO 취임 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성장의 양 날개로 삼았다. 빅데이터 기술을 갖고 있는 ‘오토노미’, 데이터 보안 관련 업체인 ‘아크사이트’와 ‘티핑포인트’ 등 소프트웨어 업체만 20여 곳을 인수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한쪽의 기술만으로는 진정한 IT 강자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말에는 HP 조직을 재편했다.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PC와 프린팅 두 그룹을 프린팅퍼스널시스템(PPS) 그룹으로 통합했다.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등의 업무를 맡았던 엔터프라이즈 그룹에 클라우드·빅데이터·보안 업무를 추가했다. 지난해 HP의 전체 매출은 PPS가 52%, 엔터프라이즈가 나머지를 차지했다. HP는 앞으로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휘트먼의 전략이 성공을 거둘 경우 엔터프라이즈 그룹의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컴퓨터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IBM의 길을 따르겠다는 것이 HP의 전략이다.



프린터 등 기존 사업에도 모바일 접목



 휘트먼은 지난해까지 PPS와 엔터프라이즈가 별도로 진행하던 월드투어도 올해 하나로 통합해 ‘양 날개 전략’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 행사 첫날인 24일 이뤄진 세션도 오전은 엔터프라이즈, 오후엔 PPS 부문으로 나눠 진행했다. HP는 이번 행사에서 빅데이터 관련 신규 비즈니스 모델 ‘인프라 트랜스포메이션 체험 워크숍’을 공개했다. HP가 고객 기업의 빅데이터 컨설팅 서비스를 돕는 방식이다.



워크숍을 통해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방식과 데이터 축적 형태를 파악한 뒤 이를 분석해 새 사업 영역을 개척해준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하둡(hadoop)’ 설계도 돕기로 했다. 하둡은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를 위해 개발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다. HP가 기업의 상황에 맞춤화된 하둡 환경을 구축해 빅데이터를 쉽게 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것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기존 사업 부문에도 IT 환경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데 맞춰 변화가 도입됐다. 프린터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모바일기기에서 e메일이나 서류·사진을 곧바로 출력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데스크톱 제품군은 크기를 줄여 사용자 편의를 강화했다.



베이징=박태희 기자



HP(Hewlett-Packard)=전 세계 170여 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컴퓨터 사무기기 전문 기업. 1939년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서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 출신의 엔지니어인 빌 휼렛과 대학 동문인 데이비드 패커드가 차고를 빌려 음향발진기를 생산해낸 것이 모태가 됐다. 이들은 그해 HP를 설립한 뒤 기술은 휼렛, 경영은 패커드가 나눠 맡았다. 데이비드 패커드와 빌 휼렛이 각각 1996년, 2001년 세상을 떠난 후 성장 속도가 떨어진 데다 최근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PC 시장이 위축되면서 한층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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