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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군 589명 넋 여기 잠들라

6·25전쟁 당시 임진강 일대에서 성공적인 방어작전을 펼쳤던 영국군 참전용사들이 지난 4월 23일 경기도 파주시 ‘설마리 전투’ 기념비 앞에서 헌화한 뒤 경례하고 있다. [사진 국가보훈처]

1951년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 동안 경기도 파주군 적성면 설마리 235고지에서 영국군 3개 대대(4000여 명)와 중공군 3개 사단(4만2000여 명) 간의 전투가 벌어졌다. 한국에서는 ‘설마리 전투’로, 영국에선 ‘임진강 전투’로 부른다. 영국군 가운데 글로스터 대대의 피해가 가장 컸다. 나폴레옹을 몰락시킨 워털루 전투에도 참가한 유서 깊은 이 부대는 652명 가운데 63명만 중공군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나머지 589명은 전사하거나 포로가 됐다. 이 작은 전투는 제2의 1·4후퇴를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는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변변한 기념공원조차 없었다.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 건립사업이 정전 60주년을 맞은 올해 본격 추진된다. 경기도 파주시는 24일 235고지 인근에 영국군 희생자를 위한 추모공원을 조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추모공원은 국비와 지방비 등 13억원을 들여 6059㎡ 규모로 꾸민다. 시는 영국대사관 측과 협의를 거쳐 다음 달 말 착공해 내년 3월 문을 열 계획이다. 추모공원에는 영국군을 상징하는 베레모 모양의 전적기념물을 설치한다. 또 영국군 전사자 등 589명의 이름을 새긴 추모벽도 만든다.

 이인재 파주시장은 “세계평화와 자유수호를 위해 몸을 바친 영국군의 숭고한 뜻을 후세에 전하는 안보교육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설마리 전투 현장에는 영국군 참전용사와 한국군(육군 25사단)이 57년 6월 세운 전적비(높이 1m)만 있다. 68년 한국군 공병부대가 전적비 주변에 국기게양대와 쉼터 등을 만들었다. 국방부와 보훈처는 76년부터 매년 4월 영국군 참전용사 등을 초청해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한편 영국 런던 중심가에도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세워질 전망이다. 영국은 한국전 참전 16개국 중 유일하게 본국 수도에 참전기념비가 없는 국가다. 영국은 미국에 이어 둘째로 많은 5만6000여 명의 장병을 한국전에 보냈다. 주영 한국대사관은 참전기념비 건립 신청서를 다음 달 중순 런던 웨스트민스터 시청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측은 8월 말께 건립 승인이 나면 곧바로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비 20억원은 모금으로 마련됐다.

 글로스터 대대의 근거지인 영국 남서부 글로스터시에는 6·25박물관 건립이 추진 중이다. 이인재 시장은 지난 3월 글로스터시를 찾아 시민과 공무원 등이 모은 박물관 건립기금 1억5600만원을 전달한 바 있다.

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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