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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생각 말고 느낌 믿어" … 모두를 쓰러뜨린 무심 퍼팅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인비가 트로피를 보이며 웃고 있다. [로저스 AP=뉴시스]
“우승을 자주 하지만 저도 사람이죠. 파이널 라운드 때마다 심한 압박을 느끼곤 해요. 당연히 엄청 떨리죠. 모든 시험은 다 떨리고 긴장되는 것 아닌가요.”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시즌 5승을 달성한 뒤 한 얘기다.

그는 “내 속에도 두근거리는 심장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인비의 경쟁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언론도 그에게 ‘조용한 암살자(Silent Assassin)’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24일(한국시간)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나클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최종일. 18번 홀에서 박인비는 2m 버디 퍼팅을 남겨 놓고 있었다. 4시에서 11시 방향으로 스트로크를 해야 하는, 측면 라인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표정이 읽혀지지 않았다. 퍼터를 떠난 공은 스윽~ 스쳐가는 바람처럼 홀로 사라졌다. 박인비는 이 퍼트의 성공으로 합계 12언더파를 기록,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우승했다. 첫날은 4타 차로 뒤졌지만 마지막 날 승부를 뒤집었다.

 박인비는 5승째를 따내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2001년과 2002년에 세운 시즌 5승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개인 통산 8승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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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US여자오픈(6월 28일~7월 1일·뉴욕)에서 한국 선수 한 시즌 메이저 최다승(3승) 기록도 달성할 태세다. 지난 4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2주 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2연승을 한 박인비가 US여자오픈마저 석권하면 LPGA 투어 사상 두 번째로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개 대회를 휩쓰는 선수가 된다.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가 당시 메이저 대회로 열린 타이틀홀더스 챔피언십, 웨스턴 여자오픈, US여자오픈을 연달아 우승한 바 있다. 박인비는 자하리아스 이후 63년 만에 대기록 달성의 기회를 잡았다.

 자신의 우상 박세리를 넘어 세계의 골프여왕으로 박인비를 이끈 일등 공신은 아버지 박건규(51)씨와 퍼팅이다.

 “인비야, 아빠랑 연습장에 가지 않을래?” 아버지 박씨는 열 살이던 딸 인비를 골프의 세계로 이끌었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우승하면서 아버지(박준철씨)와 포옹하는 장면이 너무 부러웠다고 한다. 박씨는 “나중에 딸과 함께 라운드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비에게 골프를 시켰다”고 했다. 아버지의 꿈은 2008년 이뤄졌다. LPGA 투어 데뷔 2년차 박인비가 그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이후 끝 모를 슬럼프가 찾아왔다.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때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 박씨는 “ 내가 죄인 같았다”고 회상했다.

 박인비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퍼팅이었다. 그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나흘 동안 98개의 퍼트수를 기록했다. 라운드 평균 24.5개였다. 타이거 우즈(38·미국)도 72홀 동안 퍼트 수 100개 밑으로 친 적이 없다. 우즈는 지난 3월에야 캐딜락 챔피언십에서 정확히 100개를 기록했다.

 유소연은 연장전에서 패한 뒤 “인비 언니의 퍼팅 때문에 연장에 갔고, 또 그 퍼팅 때문에 졌다”고 말했다. 그는 “연장전 세 번째 샷에서 공을 핀에 더 가까이 붙이려다 실수가 나왔다. 그건 인비 언니의 퍼팅 때문에 받는 압박감이었다”고 했다. 박인비의 퍼팅에서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느낌’이고 ‘감각’이다. 그는 “가끔 10m가 넘는 거리에서도 라인이 딱 보일 때가 있다. 난 거리감과 그린 읽는 능력이 다른 선수에 비해 좋은 것 같다. 또 생각을 적게 하고 느낌을 믿는다”고 했다.

 임경빈 J골프 해설위원은 “박인비 퍼팅에서 아마추어 골퍼가 따라 해야 할 것은 그의 ‘퍼팅 템포’다”고 말했다. 임 위원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그립을 가볍게 잡기 때문인지 헤드의 무게가 느껴질 정도다”라고 했다.

 또 전문가들은 박인비의 ‘크로스 핸디드(cross handed·역그립)’에 주목한다. 이 그립은 일반적인 오버래핑 그립과 달리 왼손이 밑에, 오른손이 위에 있는 그립으로 PGA나 LPGA 투어의 많은 선수가 사용한다. 그런데 박인비만큼 이 그립을 잘 소화하는 선수도 드물다. 이 그립은 왼손 전체로 잡는 형태로 왼손등이 꺾이지 않아 짧은 거리에서 공의 방향이 좋다.

 박인비는 “이 기분에 들뜨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선수로서 첫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겠다는 포부는 숨기지 않았다. 박인비는 지난해 스테이시 루이스(28·미국)에게 밀려 이 상을 놓쳤다. 현재 박인비는 이 부문에서 포인트 221점으로, 2위 루이스(92점)에게 무려 129점 차로 앞서 있다. 올해의 선수상을 위해 박인비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활동도 당분간 접기로 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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