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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시승차'…하루 손님 33차례 타니 입소문 빨라요


자가용 승용차로는 더 이상 팔지 않는 현대 NF쏘나타. 단종된 지 5년째지만 거리에선 윤기 나는 NF쏘나타의 새 차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택시 때문이다. NF쏘나타 택시는 올해 1~5월 2164대가 팔렸다. 현대 YF쏘나타(1만863대), 기아 K5(3609대)에 이어 셋째로 많이 팔린 택시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물결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YF쏘나타의 디자인을 지나치게 화려하다고 느끼는 택시기사가 꽤 된다”며 “이 때문에 직선의 단순미를 추구한 NF쏘나타를 선호하는 기사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장시간 운전하다 보니 화려한 것보다 무난하고 싫증이 덜 나는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현대차도 아쉬울 게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택시 한 대당 하루 평균 300㎞ 이상 주행하고 33.7회 승객이 탑승한다”며 “구형 모델이라도 현대차 택시가 많으면 그만큼 승용차 판매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의 ‘움직이는 전시장’인 택시를 잡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현대차의 아성에 기아차가 K5를 앞세우고 도전장을 냈다. 여기에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르노삼성이 뒤쫓는 형국이다. 한국GM 쉐보레는 빈틈 공략에 나섰다.

 전국에서 운행 중인 택시는 25만1123대(3월 말 기준)에 이른다.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통계를 본지가 종합 분석한 결과다. 이 가운데 현대차(16만5846대)와 기아차(5만4985대)가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이어 르노삼성 2만2230대(8.9%), 한국GM 4775대(1.9%) 순이었다.

 차종별로는 국민 중형차 쏘나타가 대세다. NF쏘나타가 1위(6만9120대), 현대 YF쏘나타가 2위(3만3138대)다. 다른 쏘나타 모델까지 감안하면 택시의 절반가량이 쏘나타인 셈이다. 특히 YF쏘나타는 1~5월 전체 판매량의 36.7%가 택시로 팔렸다. 현대차는 쏘나타가 ‘국민 중형차’가 된 데는 이 같은 택시 판매 영업이 기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측은 “택시기사는 운전이 생업이기 때문에 차 품질뿐 아니라 부품 조달이 빠르고 공식 수리점이 많은 차를 선호한다”며 “택시용 차량 판매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서비스망이 탄탄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쏘타나 왕국이었던 택시업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기아 K5다. 올 1~5월 차종별 택시 판매량에서 K5는 2위(3609대)에 올랐다. 현대 YF쏘나타(1만863대)와 격차가 있지만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K5는 쏘나타 택시에 질린 기사들을 사로잡았다. 뉴 EF쏘나타 택시를 몰다 지난해 4월 K5 택시를 구입한 개인택시 기사 강모(58)씨는 “쏘나타가 너무 흔해 K5를 골랐다”며 “쏘나타 못지않은 성능”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과거의 영광 재현을 노리고 있다. 르노삼성에 택시는 특히 각별하다. 자동차업체에 택시 판매의 중요성을 일깨운 것도 르노삼성이다. 1999년 법정관리로 이미지를 구긴 삼성자동차는 이듬해 르노삼성으로 새 출발하며 전략을 고심했다. 당시 르노삼성이 판매하는 차는 SM5가 유일했다. 마침 SM5는 금속 타이밍체인을 장착하고 있었다. 10만㎞마다 교환해야 했던 고무 타이밍벨트에 비해 교환 주기가 긴 금속 타이밍체인은 소모품에 민감한 택시기사의 눈길을 끌기에 딱이었다. 택시기사만을 위한 무상점검 서비스 등 마케팅도 실시했다. 이남석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시 르노삼성은 중형차 판매에는 택시기사 입소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전략적으로 택시 판매에 나섰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SM5는 프로야구팀 롯데처럼 오래된 골수팬이 많은 편”이라며 “지금 SM5 택시기사들 상당수는 과거 1세대 SM5 택시부터 타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택시로 일어선 르노삼성이지만 최근 SM5 택시의 실적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YF쏘나타, NF쏘나타, HG그랜저, K5, K7 등 다양한 택시 라인업을 갖춘 현대·기아와 달리 르노삼성은 뉴SM5 플래티넘 한 개 모델만 택시로 판매하고 있다. 올 1~5월 판매량은 520대에 그쳤다. 2010년 4505대를 팔았던 것과 비해 한참 낮은 수치다.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단점으로 꼽았다. 뉴SM5 플래티넘 택시는 1810만원짜리 고급형과 1975만원짜리 최고급형 두 가지로 판매 중이다. 최저 등급 가격이 각각 1620만원, 1545만원인 YF쏘나타나 K5 택시에 비해 가격 선택 폭이 좁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측은 “모든 뉴SM5플래티넘 택시에는 앞좌석 열선 시트나 최고급 인조가죽 시트가 장착됐다”며 “장시간 운전을 해도 상대적으로 덜 피곤하다는 택시기사들의 반응도 많다”고 설명했다.

 2010년 단종된 토스카 이후 택시를 내놓지 않던 한국GM은 지난해 11월 레저용차량(RV) 쉐보레 올란도를 택시로도 선보였다. 출시 이후 개인택시 기사들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250여 대가 팔렸다. 한국GM 관계자는 “세단형 택시가 점령하고 있는 시장 속에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올 1월부터 쉐보레 올란도를 몰고 있는 개인택시 기사 장모(59)씨는 “일단 시야가 넓어 운전하기 편하고 쉬는 날 짐을 가득 싣고 가족끼리 놀러갈 때도 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쉐보레 올란도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실내공간이다. 일반 택시가 트렁크 안에 있는 가스 탱크 때문에 짐 실을 공간이 협소한 데 반해 올란도 택시는 트렁크 적재용량이 812L에 이른다. 뒷자리를 접으면 적재공간이 최대 1667L까지 확보된다. 하지만 낯선 RV형 택시라는 점 때문에 해프닝도 벌어진다. 장씨는 “손님들이 일반 택시인 줄 모르고 콜밴이나 모범택시로 착각해 탑승을 안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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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