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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 생각없다" … 중국 인민은행발 블랙먼데이

엎친 데 덮쳤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얼어붙은 국내 금융시장에 중국발(發) 악재가 엄습했다. 성장 둔화에 신용경색 우려마저 커지면서 중국 상하이 증시가 5% 넘게 하락했다. 이 여파로 코스피지수도 1800선을 내줬다. 중국의 돈 가뭄이 심해져 은행들의 유동성이 나빠질 경우 중국 기업실적과 실물경제가 침체되고 한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24일 전 거래일보다 5.3% 하락한 1963.24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가 20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6개월여 만이다. 중국 증권사 객장에서 한 투자자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상하이 신화=뉴시스]▷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단기자금 시장 마비 상태

 24일 중국 증시의 폭락은 신용경색 심화와 경기 부진이란 ‘쌍끌이 악재’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결과다. 최근 중국에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긴축기조를 고수하면서 ‘10년 만에 닥친 최악의 신용경색’이란 말까지 나온다. 인민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뒤 과도하게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돈 가뭄이 극심해졌고, 단기자금 시장은 거의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7일짜리 단기 자금을 공급하면서 적용하는 금리는 지난 20일 연 10.8%까지 솟았다. 24일에는 7.3%로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2006년 이후 평균치가 2.7%였음을 감안하면 아직 한참 높은 수준이다.

 경기 부진에 돈 가뭄 공포 겹쳐

 인민은행은 이날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현재 중국 금융시스템의 유동성은 합리적 수준”이라며 유동성 공급에 나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논평에서 “중국 금융에서 자금이 부족한 게 아니라 자금이 제자리에 없는 게 문제”라면서 “단기금리 급등은 투기와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이라 불리는 비은행권의 대출 탓”이라고 지적했다.

 동부증권 가오징(高晶) 연구원은 “중국 인민은행은 필요하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미 유동성이 충분하니 지원을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며 “앞으로 중국의 신용 문제가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이달 말부터 문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이 이달 말 환매해줘야 할 자산관리 상품 규모가 1조5000억 위안(약 285조원)에 이른다. 자금 공급 없이는 중국 은행들이 환매 요구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올 성장률 전망 7.8 → 7.4% 하향

 그렇잖아도 중국은 실물경기에 먹구름이 낀 판이다. 지난 20일 발표된 중국의 6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48.3으로, 2개월 연속 경기둔화를 의미하는 50 이하에 머물렀다. 중국의 주요 수출 대상지역인 유로존 수요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위안화 절상으로 인해 대외 수출여건까지 좋지 못하다. 여기에 중국 금융시장 불안까지 가세하면 간신히 회복세를 보이는 글로벌 경제에 암초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굳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따지지 않더라도, 중국은 그 자체로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가전제품과 모바일 기기 완제품 16조원어치를 팔았고, 현대·기아자동차 전 세계 판매 대수의 20%를 차지하는 소비시장이 중국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3일 펴낸 보고서에서 중국의 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국내 GDP 성장률은 0.4%포인트 꺾일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으로 인해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국내 경기가 영향을 받으면 주식시장이라고 괜찮을 리 만무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이나머니는 이미 국내 금융시장의 큰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 채권 보유액은 12조원을 넘어 미국·룩셈부르크에 이어 3위다. 주식 보유액도 8조원을 넘어섰다. 중국 내부가 흔들리면 일단 현금을 보유해 만일에 대비하자는 생각에 이런 차이나머니가 썰물을 이룰 수 있다. 그렇잖아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한국을 떠나고 있는 판에, 중국마저 한국을 등지면 주식·채권 시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증권사, 코스피 전망 줄줄이 낮춰

 미국과 중국이란 G2발 리스크가 본격화하자 증권사들은 잇따라 하반기 코스피지수 범위를 조정하고 있다. 코스피지수 예상 최저치인 하단만 내리는 게 아니라 최고치인 상단까지 낮추고 있다. 현 상황이 단기 악재가 아니라 주가지수 회복에 영향을 줄 장기 요인이란 분석이다. KTB투자증권은 기존 1900~2250선이던 코스피 전망을 1750~2100으로 조정했다. 상단과 하단 지수를 모두 150포인트씩 내렸다. SK증권도 1950~2250에서 1800~2150으로 조정했다.

윤창희·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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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