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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고수익’ 노리고 펀드 설정액 2조원 돌파



‘돈 굴리기 참 어려운 때다’. 재테크 관련 전문가들이 최근 시장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뜩이나 약세를 면치 못하던 코스피 지수는 21일 1822선에 장을 마감했다.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 탓에 은행에 돈을 넣어두어도 별다른 재미를 보긴 힘들다. 부동산도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안정적으로 배당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배당형 금융상품’들이 인기를 얻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레버리지 펀드(leverage fund)’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일본 아베노믹스 실패 우려 등 악재가 불거지면서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지만 앞으로 증시 반등을 기대하는 자산운용사와 펀드 투자자들이 꾸준히 늘면서 레버리지 펀드에 시중 자금이 유입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최근 거듭된 주식시장 약세로 대형 우량주들의 값이 바닥에 다다랐다는 시장 관측도 레버리지 펀드에는 호재다. 증시가 저평가된 지금이 레버리지 펀드에 투자하기에 적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월 초 1조707억원이었던 레버리지 펀드 설정액은 이달 21일 현재 2조1047억원까지 늘었다.

시장 수익률 이상의 수익 올릴 수 있어 매력
레버리지 펀드의 정식 명칭은 ‘레버리지 인덱스 펀드(leverage index fund)’다. 코스피 지수 같은 주가 지수의 등락에 따라 그 등락폭만큼만 수익을 거두거나 손해를 입도록 만들어진 인덱스 펀드와 달리 주식시장 지수 등락률의 1.5~2배의 고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됐다는 게 특징이다.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에 ‘레버리지(지렛대)’ 역할을 해줄 주가지수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상품을 적절히 섞는 방식으로 변동성을 키운 게 특징이다. 기존 인덱스 펀드는 딱 주가지수의 움직임만큼만 수익을 낼 수 있어 ‘화끈한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이를 꺼렸었다.

레버리지 펀드의 경우 투자금의 일부는 변동성이 작은 상품에 넣어 원금을 보존하는 한편 나머지는 주가지수선물 같은 파생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한다. 이 두 가지를 합산한 수익률은 설정된 배수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1.5배 레버리지 펀드라면 코스피200 등 지수를 따라가되 지수가 1배 상승할 때 1.5배가량 오르는 수익을 내도록 설계돼 있다.

국내에서는 2009년 9월 코스피 수익률의 1.5배를 추구하는 레버리지 인덱스 펀드가 처음 출시된 이래 최근에는 2.2배 레버리지 펀드까지 출시된 상태다.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펀드를 많이 사면 지수를 추가로 견인하는 효과가 있어서 펀드 투자자 수익은 그만큼 더 올라가게 된다. 레버리지 펀드에 유입된 자금 중 일부는 지수 선물 매수에 쓰이는 만큼 결과적으로 선물가격이 오르는 효과도 있다. 이상적인 경우를 가정한 것이지만 선물가격이 오르면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프로그램 차익 거래’가 발동돼 주식 현물을 구입하게 되고, 이에 따라 주가지수도 추가 상승하게 된다.

반대로 주가지수가 박스권에서 머물거나 떨어지면 레버리지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액은 더 커지게 된다. 레버리지 펀드의 인기는 운용실적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9년 6월 출시됐던 레버리지 인덱스 펀드(수익률 1.5배 설정)는 출시 이후 2년 만에 주가 상승률보다 83%포인트의 초과 수익을 거둔 바 있다.

가짓수 늘고, 투자 지역도 다변화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800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달리 레버리지 펀드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반년 만에 설정액이 두 배가량 뛰어올랐다는 게 그 방증이다.

이에 맞춰 자산운용사들도 관련 신상품을 속속 출시 중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운용 중인 레버리지 펀드 42개 중 17개가 올해 새롭게 출시된 것이다. 매달 3개꼴로 신상품이 나온 것으로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출시된 것(10개)보다 더 많다.

기존 레버리지 펀드 시장에선 대부분 1.5배와 2배, 2.2배 등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 중심이었다. NH-CA자산운용이 2009년 가장 먼저 출시해 시장을 선점한 상품(1.5배 레버리지 인덱스 펀드)도 1.5배짜리였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현물과 주가지수선물에 동시에 투자해 주식시장 일일 등락률의 1.5배 성과를 추구했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만큼 상승장에서는 복리로 효과를 거둔다. 레버리지 펀드 업계의 맏형답게 지난 4월에는 설정 규모 1조원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레버리지 펀드가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배수(레버리지)를 높이고, 투자 대상과 지역을 다변화해 더 높은 수익을 노리는 것도 특징이다. 동부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NH-CA자산운용은 지난 4월 지수가 올라가면 그 2배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레버리지 펀드를 잇따라 선보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은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펀드를 내놓았다. KB자산운용은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이 회사는 지난달 미국 S&P 500 관련 지수 수익률에 1.5배 내외로 연동하는 ‘KB미국 S&P 500 레버리지 펀드’를 출시했다. 그동안은 주로 국내 증시에 기반한 상품이 많았다.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펀드로는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삼성중국본토레버리지증권자투자신탁1’과 한화자산운용의 ‘한화차이나H스피드업1.5배증권자투자신탁’이 대표적이다. ‘삼성중국본토레버리지증권자투자신탁1’은 영국의 FTSE가 중국 본토의 상위 50개 종목 대형주를 대상으로 2004년부터 분석해 내놓은 지수인 ‘FTSE China A50’에 기반해 투자한다. 하이자산운용은 중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펀드를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레버리지 펀드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설정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버냉키 FRB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이후인 21일 하루에만 217억원가량의 자금이 새로 몰렸다.

상승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레버리지 펀드의 장점이 반대로 하락장에선 약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주가지수가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변동성 장세에서는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 레버리지 펀드를 두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대표적인 상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락장에서 느끼는 손실 폭은 투자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게 일반적이다. 특정한 투자기간 동안의 수익률이 아닌 일일 수익률에 연동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코스피200지수를 기초로 하는 2배 레버리지 펀드라면 하루(1영업일) 동안 코스피지수가 1% 떨어졌을 때 수익률은 -2%가 된다. 반대로 다음날 코스피지수가 1% 다시 오르더라도 레버리지 펀드는 원금이 전날보다 2%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전날 떨어진 2%가 온전히 메워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해당 레버리지 펀드의 기초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엔 일일 수익률의 복리로 기초 지수 대비 2배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변동성이 큰 횡보장에서는 재미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한 달 동안 기초 지수가 횡보를 거듭하며 10%가량 올랐다 해도 레버리지 펀드 투자자 개개인 입장에서는 지수 수익률만도 못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안정성 높인 개량형도 출시
최근에는 레버리지 펀드의 수익성은 높이면서 위험은 줄이는 형태의 상품이 출시되기도 한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지난달 27일 내놓은 ‘신한BNPP 1.3배 레버리지 인덱스 증권투자신탁 제1호’가 대표적이다. 코스피200 지수 일일 등락률의 1.3배 성과를 목표로 하는 이 펀드는 인덱스 포트폴리오 및 ETF와 코스피200 선물 등의 주식 관련 장내 파생상품을 활용한다. 여느 레버리지 펀드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 상승 시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한편 다른 레버리지 펀드보다는 낮은 수익률을 쫓는 대신 안정성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한마디로 조금 적게 먹는 대신 위험은 덜 감수해도 되는 개량형 상품인 셈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송영석 이사는 “주가 반등 시 고수익을 내고 싶어 하는 고객 못지않게 레버리지 펀드에 투자하기에 위험부담을 느끼는 고객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상품”이라며 “수익을 낮춰 잡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수 상승률의 1.3배로, 다른 금융상품보다 우월한 수익성과 안정성을 갖췄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우리자산운용의 ‘우리스마트인베스터 1.5배 레버리지분할매수증권1’은 시장 고점에 투자하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분할 매수 전략에 따라 펀드 내에서 자금을 운용 중이다. 또 매 4% 수익을 달성할 때마다 1.5배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20% 수준으로 낮춰 이익을 바로 실현하는 투자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일부에선 지금처럼 장이 출렁일 땐 헤지펀드 전략을 통해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에 투자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삼성증권은 롱숏전략(올라갈 주식은 매수, 내려갈 주식은 매도)을 기본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삼성 알파클럽 코리아롱숏’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이 펀드는 ‘시중금리+α’ 선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률이 올라가는 리버스 펀드에도 레버지리 펀드와 함께 병행해서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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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