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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경제팀 시험대에 … 환율 1200원 잠깐 찍을 수도



양적완화 축소·중단을 예고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이 미국·유럽에서 인도·브라질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한국도 직격탄을 맞았다. ‘BB(벤 버냉키) 쇼크’로 주가·원화가치·채권값 모두 떨어졌다. 이틀 연속 하락했던 미 뉴욕증시가 21일(현지시간) 소폭 오르며 진정세를 보였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향후 글로벌 경제는 어느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들다.

중앙SUNDAY는 국내의 대표적인 경제·금융 전문가에게 버냉키 발언 이후 글로벌 경제의 향방과 앞으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물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실장,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박원암(한국국제경제학회장) 홍익대 교수,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양적완화 해소 예고는 시기가 문제일 뿐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하는 비정상적인 글로벌 경제가 언제가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운·건설 경기회복 늦어질 듯
시장 불안요인이 상당하지만 다섯 명 모두 기본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앞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긍정적인 방향에 무게를 뒀다. 워낙 재료가 큰 만큼 단기 요동은 불가피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의 급락세는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 거란 시각이다.

신민영 부문장은 “버냉키의 발언은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며 시장에 미래를 준비하라는 사인을 보낸 것”이라며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긍정에 무게를 두지만 전제가 있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라는 버냉키의 판단에 대한 시장의 신뢰다. 권순우 실장은 “버냉키 발언이 실물 분야에서 평가받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지금은 시장 참여자들이 버냉키의 판단을 얼마나 신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안 요인도 상당하다. 미 경기가 반짝 회복됐다고 출구전략을 예고하고 이로 인해 신흥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원암 교수는 “버냉키의 예고는 경제회복 신호이자 그간의 막대한 양적완화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가 있다”며 “긍정, 부정 어느 방향일지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그래도 긍정 쪽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버냉키의 예고는 일종의 예방주사인데, 글로벌 경제가 큰 병을 앓는 것을 미리 막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원화가치·채권값 급락세는 조만간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장보형 연구위원은 “채권금리가 단기적으로 3%가 넘더라도 3%대에서 고착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화가치도 1180원까지 떨어질 수 있지만 역시 고착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주가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신민영 부문장은 “원화가치가 12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겠지만 하락세가 더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의 관심인 자금 유출도 ‘우려보다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이후 국내로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은 300조원 규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보유액은 2008년 말 208조1743억원에서 올해 5월 말 512조7150조원으로 304조원5407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미국이 114조원가량을 차지한다. 장 연구위원은 “다른 신흥국과 비교할 때 주식 분야에는 상대적으로 국내에 유입된 돈이 적고 채권에는 상당액이 들어왔지만 단기 자금이 아니라 보유자산을 다변화하려는 외국 중앙은행의 장기 투자가 많아 빠져나가는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 예고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부정의 요소가 혼재한다고 봤다. 출구전략의 전제인 미 경기회복은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에 긍정 요인이다. 원화가치 하락은 수출 기업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로 옮겨가면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태국, 멕시코 같은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펀터멘털이 좋은 한국경제가 주목받을 수 있다는 풀이도 있다.

이런 긍정론의 바탕에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되지 않는 지금의 외환보유액(3281억 달러), 15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가 있다. 신민영 부문장은 “남아공을 비롯한 상당수 신흥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자본수지로 메워 왔는데 한국이 이번 기회에 좋은 대조군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순우 실장은 “긍정, 부정 요인이 모두 있어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미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 국면을 유지하면 큰 그림에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수봉 본부장은 “해운·건설 분야는 금리상승 등으로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면서 회복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며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옮겨가는 데는 버냉키 쇼크뿐 아니라 중국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받쳐주면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 불안과 맞물려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중소기업 지원책 등 검토해야
외국인들이 신흥시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거시경제 관리능력인 만큼 정부가 정책적 실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높았다. 금융시장 불안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면서도 정부와 기업은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시장불안을 가라앉히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ATM코리아’라 불릴 정도로 외화 유출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권순우 실장은 “대외 변수에 특히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한 유동성 지원 대책 같은 비상계획을 마련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영 부문장은 “만일의 위기에 대비해 통화스와프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장보형 연구위원은 “단기 요동에 그치더라도 기업들은 자금 조달 여건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과도한 빚은 없는지, 사업이 신흥시장에 너무 쏠려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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