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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도너츠의 하루

도너츠의 하루 - 조인호(1981~ )


잘 튀겨낸 도너츠일수록 구멍은 둥글다

팔팔 끓는 기름마냥 꿈자리가 사나운 밤 속에 몸을 담갔다가 일어난 아침 둥근 창문을 열면

바람은 밀가루 반죽처럼 배배 꼬이면서 불어온다

소용돌이치는 바람의 지문이 내 몸에 하얀 밀가루 자국을 남기는

오늘은 이상도 하지

바로 시원하게 구멍 난 도너츠의 하루이다

옷을 입으면 툭툭 떨어지던 단추들은 모두 어디로 굴러갔을까

우유배달원 대신 현관문을 두드리는 건 옆집 아줌마의

둥근 훌라후프 사이로 빠져나온 뱃살 소리

나는 그 출렁출렁한 물소리를 들을 때마다

오늘 내 목에 얹힌 둥근 올가미 같은

하루를 꾸역꾸역 삼켜야 한다

목마른 듯 덜 깬 잠은 커피처럼 하루 내내

몽롱한 향기를 풍긴다 혹은 도너츠에 솔솔 뿌린 설탕가루를 입가에 잔뜩 묻힌 채 지하철 입구로 들어서면 (…)

바로 시원하게 구멍 난 도너츠의 하루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사람이 반드시 빈손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은 아니다. 텅 빈 것이나 사라진 것을 생각하여 마음 한구석을 메우는 일을 했다면 말이다. 그 구멍에는 실로 많은 것들이 살고 있다. 과거를 사랑하자거나 잃어버린 꿈을 추구하자는 말이 아니다. 도달하지 않은 날들에 드리운 장밋빛 청사진에 가린 어두운 일상, 전진하라고 외쳐대는 이데올로기의 채찍질 때문에 차마 불러내 영위하지 못하는 세속적인 욕망이 거기에 있다. 지금-여기에서 할 수도 있었던 일들을 취소하라고, 사유의 편린들을 말끔히 닦아내라는 재촉이 매일 마음에 커다란 구멍을 낸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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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