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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의 우리 역사 속의 미소] 희망을 노래하는 동심의 미소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예부터 동심은 천심이라 하였다. 어렸을 적에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는 항상 희망의 미래를 노래한다. 여기 웃고 있는 동자상은 명부전에 안치된 목각으로 된 조형물이다. 명부전은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구원하는 지장보살과 생전의 죄업에 따라 심판하는 시왕(十王), 그리고 동자와 권속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장보살은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육도를 관할하며 지옥에 떨어진 중생이 한 사람이라도 남아있다면 자신은 결코 부처가 되지 않으리라는 서원(誓願)을 가진 보살이다. 바로 동자는 이를 조력하는 역할을 한다.

 명부신앙은 조선 후기로 들어서서 더욱 성행하였다. 임진왜란·병자호란 등 외적의 침입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생활의 변화 속에서 영혼 위로의 기능이 절실히 필요하였다. 유교는 사회의 기본질서와 도덕적 준거를 확실히 제공하나 죽은 후의 내세구원이나 명복을 비는 종교는 아니다. 명부전은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동시에 살아있는 나 자신의 극락왕생을 위해 마음을 닦는 수행 공간이기도 하였다.

작자 미상 ‘목조 동자입상’ [본태박물관 소장]
 동자상의 형식은 대체로 어린이 형상을 하고 있고 지물이 들려 있다. 지물은 명부, 벼루, 붓, 경판, 연꽃, 과일, 서수 등 종류가 다양한데 옆의 동자는 연꽃봉오리를 들고 있다. 머리는 앞가르마를 타고 쌍상투를 틀었다. 복식은 색깔도 화려한 바지저고리를 입고 무릎을 약간 굽힌 공양동자상이다. 장화를 신은 모습이 늠름해 보이며 얼굴은 천진난만한 예쁜 미소를 띠고 있다. 연꽃의 의미는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를 맺는 속성으로 인해 끊임없는 정진과 깨달음에 비유되기도 한다. 진흙탕에서 피어도 때 묻지 않는 순수함과 멀수록 은은한 향기가 퍼져나간다는 고고함의 상징이 있다.

 동자상은 어린아이의 맑고 순진한 모습을 통하여 불교의 청정한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비록 명부전은 죽은 자의 공간이라도 온화한 지장보살과 친근한 동자들이 있기에 두려움을 떨치고 안도감과 위안을 주는 것이다. 그 시절 동자의 희망을 노래하는 미소에서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용기를 찾았으리라 여겨진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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