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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줄게 활력 다오 … 늙은 일본 해법은 '세대 공존 타운'

일본은 노인의 나라다.

 일본 내각부가 14일 발표한 ‘2013년 고령자 백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3079만 명(2012년 10월 현재)에 달한다. 사상 최초로 3000만 명을 돌파한 것이다. 전체 인구 1억2752만 명 중 차지하는 비중도 24.1%나 된다. 인구 4명 중 1명이 노인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2050년엔 38.8%, 2060년엔 39.9%로 높아질 전망이다.

일본 도쿄도 히노시의 고령자 주택단지 유이마루에서 최근 열린 ‘기모노 입기’ 교실. 외국인 유학생이 할머니에게서 기모노 입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 유이마루]▷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전되며 고독사(孤獨死)처럼 불행한 뉴스가 늘어났다. 아무도 모르게 숨을 거두고, 몇 달씩 방치되기까지 하는 사례가 매년 2만7000건씩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하고 쾌적한 노후, 행복한 종말’이 일본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인 이유다. 일본 정부나 지자체나 민간 부문 모두 이 숙제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도쿄도 히노(日野)시에 위치한 유료 고령자 주택 ‘유이마루(ゆいま~る)’ 역시 이런 노력의 현장이다. 22일 도쿄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을 달리자 녹음이 우거진 공원 옆에 나지막하게 솟아있는 4층짜리 아파트 두 동이 나타났다. ‘인생 마지막까지 나답게 생활할 수 있는 곳’ ‘혼자서도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슬로건이 눈에 띄었다. 월세·관리비·생활비·간병비를 합쳐 한 달 20만~25만 엔(약 240만~300만원)이 드는 중상위급 시설이다.

세대별 동 배치 … 젊은층엔 월세 할인도

 이곳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건 ‘세대 공존형 하우스’란 컨셉트 때문이다. 고령자들이 20~30대 젊은 층과 교류하면 활력을 찾고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발상에서 착안됐다. 고령자 아파트 2개 동과 불과 30여m 떨어진 곳에 젊은 층이 거주하는 아파트 3개 동이 차례로 늘어서 있다.

 이 중 1개 동은 30대 직장인 부부가 거주하는 아파트, 나머지 2개 동은 20대 학생들이 한 집에 3~4명씩 함께 사는 일본식 셰어 하우스다. 일상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세대 간 접촉 외에 교류를 더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있다. 한두 달에 한 번씩 고령자들이 젊은이들에게 기모노 입기나 뜨개질을 가르치는 교실이 열린다. 함께 영화를 보거나 식사를 하는 이벤트도 있고, 연말연시와 명절 때는 떡방아 찧기도 함께 한다.

 지난해 교류 행사에서 바텐더 역할을 맡아 젊은이들에게 칵테일을 대접했다는 남성 입주자 미야모토 요시오(宮本義男·83)는 “아들이나 손자뻘 나이의 젊은이들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젊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77세 여성 이치가와 후미코(市川富美子)는 “아침부터 활기차게 인사하고 누구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 때문에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시설관리자인 구시비키 준코(櫛引順子)는 “전통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층, 특히 셰어 하우스에 입주한 해외 유학생들까지 교류에 적극적”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정부 설문조사(2010년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중 “젊은 세대와 교류하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62.4%에 달한다. 2011년 10월 문을 연 뒤 입소문이 퍼지면서 고령자 세대 63가구는 이미 만원이고, 입주를 기다리는 대기자도 40명을 넘는다.

 도쿄도 주변엔 유이마루보다 한발 더 나간 세대 공존형 하우스도 있다. 고령자들과 젊은 세대가 아예 아파트 한 동에서 함께 거주토록 하고, 교류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젊은이들에게 월세를 깎아주기도 한다.

 도쿄 북동쪽 도치기현의 대표적 휴양지 나스(那須)엔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유이마루-나스’가 있다. 이곳에서도 특별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끝까지 일하는 노후’를 기치로 내건 이곳은 고령자들에게 젊은 시절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미용사 출신 할머니는 입주자들의 머리를 깎고, 식당을 운영했던 할아버지는 식당에서 소바를 만들어 파는 식이다.

기모노 등 전통 배우려 유학생도 입주

 기자가 방문한 날 다카키 마키코(高木まき子·78)는 자신의 방에서 ‘입주자 손님’들에게 커트와 드라이를 해주고 있었다. 그는 요코하마에서 46년간 미용사로 일했던 베테랑이다. 단지 내에서 통용되는 대용화폐로 1000엔(약 1만2000원) 정도를 받지만 돈보다 값진 것은 넘치는 의욕이다.

 그는 “매일 하지 않으면 실력이 주는 게 기술인데 그렇지 않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웃인 우메다 가쓰에(梅田勝江·64)는 보육사 시절의 취미였던 봉제 인형 만들기를 다시 시작했다. 현관과 마루 사이의 작은 공간을 봉제실로 개조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방 안에 앉아 있으면 점점 더 보잘것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데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그렇다면 일을 하면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걸까. 도쿄대 고령사회 종합연구소 아키야마 히로코(秋山弘子) 교수는 주민 3분의 1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지바(千葉)현 가시와(柏)시의 아파트 단지를 타깃으로 삼아 일자리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 중이다.

 그는 “노인들이 자신의 체력에 맞는 일을 시작했더니 비만이 줄고 심혈관계 질환이 호전되는 등 건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건강과 경제활동을 연결시키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유치원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는 기무라 도시에(木村利江·78)는 “일을 시작하니 마치 흑백의 세상이 컬러 세상으로 바뀐 느낌”이라고 말했다.

단지 내 대용화폐 거래 … 재능 상부상조

 현재 일본에서 질병 유무, 간병 서비스의 종류와 간병 보험 적용 여부, 입주금액과 월세 수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고령자 거주시설의 종류는 10개가 넘는다. 일시금이 1억 엔(약 12억원)이 넘고, 월세만 100만 엔(약 1200만원) 이상 드는 최고급 실버타운부터 가장 저렴한 특별양호 노인홈까지 다양하다. 국가나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특별 양호 노인홈은 전국 6250개소, 수용인원은 44만 명 정도다. 상대적으로 싼 비용(월 100만원)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 대기자가 42만 명을 넘는다. 도쿄 등 도시 지역에선 300명 이상이 줄을 서 입주를 기다리는 곳도 있다.

 시설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민간기업들이 고령자 주택 건축에 뛰어들도록 유도하고 있다. 유이마루처럼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유료 노인홈’은 전국에 7600개소, 입주 고령자는 32만 명이다.

히노(도쿄도)·나스(도치기현)=서승욱 특파원

고령자 위한 지자체 노력은 …

1. 도쿄도 미나토(港)구 ‘마음을 터놓는 상담원’ 제도=독거 고령자 가정에 구청 사회복지사 10명이 돌아가면서 예고 없이 방문, 고충을 들어주고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추천. 구내 독거 고령자 6000명 중 간병보험이나 배식 등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던 4000명 대상. 2011년 도입.

2. 도쿄도 다치카와(立川)시 오야마 단지 ‘가까운 이웃집’ 작전=이웃에 우편물이 쌓이는 등 이상이 감지되는 경우 자치회에 꼭 연락하도록 하는 시스템. 신문배달원이나 수도·가스검침원에게도 정보 제공을 의뢰, 연간 3~4회 발생하던 고독사를 없앰. 2003년 시작.

3. 도쿄도 신주쿠(新宿)구의 고령자 상담 카페=병이나 외로움을 겪는 고령자들이 가볍게 들러 상담할 수 있는 장소. 고령자들의 인적 교류를 촉진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관계 정립에도 기여. 비영리단체인 ‘자립지원센터-고향회’ 등과 구청이 연계해 2013년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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