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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에 무너진 미 명문 애스터가

21일(현지시간) 뉴욕 형사법원에 출두한 애스터 가문의 상속자 앤서니 마셜(오른쪽)과 부인 샤를렌. [뉴욕 AP=뉴시스]
19~20세기 미국 뉴욕을 호령하던 애스터 가문의 명성이 추악한 탐욕에 얼룩졌다. 애스터 가문의 상속자인 앤서니 마셜(89)은 2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법원에서 법정 구속돼 단기 1년 장기 3년의 징역 형기를 시작했다. 마셜은 여러 나라 미국대사를 지냈고 브로드웨이 제작자로 토니상을 받기도 했다.

 애스터 가문은 독일계 미국인으로 뉴욕에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뉴욕 최고의 호텔 워도프 아스토리아의 주인이었고 퀸스 아스토리아 등 애스터 가문의 이름을 딴 지명도 많이 남아 있다.

 애스터 가문의 마지막 장손 빈센트 애스터가 1959년 사망한 뒤 가문은 그의 부인 브룩 애스터가 이끌었다. 브룩은 남편의 유지를 따라 자선사업을 정력적으로 벌이며 뉴욕 사교계를 주름잡았다. 생전에 2억 달러(약 2300억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해 98년엔 미국시민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대통령자유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비극은 브룩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서 시작됐다.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외아들 앤서니 마셜이 어머니의 재산을 노렸다.

 앤서니는 알츠하이머와 빈혈로 정신이 오락가락한 어머니를 난방도 안 되는 허름한 아파트로 옮기고 학대했다. 의사의 방문도 막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심지어 그는 변호사 프란시스 모리시와 짜고 2004년 3월 어머니의 유언장에까지 손댔다. 1억9800만 달러에 달하는 어머니의 재산관리인으로 자신을 지명해 애스터가의 상속자가 됐다.

 그러자 앤서니의 아들이자 자연보호주의자였던 필립 마셜이 아버지를 사법 당국에 고발했다. 아버지가 할머니를 학대했고 유언장을 위조해 애스터가의 재산을 가로챘다는 혐의였다. 이 사실이 2006년 뉴욕데일리뉴스에 보도되면서 자선사업으로 존경받았던 애스터가는 하루아침에 추문에 휩싸였다. 아들에 의해 감금되다시피 했던 브룩은 보도 후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가 지내다 2007년 쓸쓸히 여생을 마쳤다.

 3년여 소송 끝에 앤서니는 2009년 대배심에서 절도·사기 등 16개 혐의 중 14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과 함께 단기 1년 장기 3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애스터가의 재산도 JP모건은행이 맡도록 했다. 앤서니는 배심원단 중 한 명이 유죄 평결을 내리도록 외부의 압력을 받았다며 재심을 청구하는 등 버텼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병 보석을 받아 징역형이 미뤄지자 결국 법원이 21일 그를 출두시켜 법정에서 구속했다.

  브룩의 유언장 서명을 위조해 마셜과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변호사 모리시는 하루 앞선 20일 수감됐다. 마셜은 뉴욕주 교도소에서 네 번째로 나이 많은 수감자가 된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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