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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의 세 박자 '글로벌 전략' 결실


제일기획은 프랑스 칸에서 폐막한 칸 글로벌 광고제에서 티타늄·금·은·동 등 20개 상을 수상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제일기획이 세운 역대 최다 수상 기록(12개)를 1년 만에 갱신한 것이다.

 특히 제일기획이 2009년 인수한 미국 디지털 광고회사 더바바리안그룹(TBG)은 ‘신더(Cinder)’라는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툴로 올해 신설된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신더는 디지털 광고물에 적용되는 터치 기술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TBG는 신더를 오픈 소스 형태로 무료 공개해 광고는 물론 디자인, 디지털 콘텐트 등 다양한 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제일기획은 이번 칸 광고제에서 한국 본사뿐 아니라 TBG를 비롯한 미국·독일·영국·홍콩 등 전 세계 네트워크에서 고루 수상했다. 제일기획 측은 “이는 2009년 부임해 제일기획의 해외 시장 공략을 이끌고 있는 이서현(40) 부사장의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의 글로벌 전략은 크게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키우기, 핵심 인재 유치, 글로벌 광고주 확보 등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달에 절반은 해외로 다니며 주요 사업을 직접 챙긴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세계 광고 시장의 양대 산맥인 미국과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 매키니와 중국의 브라보 인수를 주도했다. 브라보는 중국에서 포르쉐·헤네시·AIA생명·미닛메이드·뉴발란스 등의 광고를 맡고 있던 회사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삼성 계열사에만 집중하지 않고 글로벌 광고주를 확보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유럽 최대 철도회사인 도이치반을 비롯한 60여 개 현지 글로벌 광고주를 영입했다. 매주 하나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한 셈이다. 올해에도 사우디 국영 정유사인 아람코,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등을 광고주로 끌어들였다.

 광고는 창의적인 인재가 큰 자산인 분야인 점을 감안해 이 부사장은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힘을 쓰고 있다. 영국 리테일 마케팅의 최고 전문가인 사이먼 해서웨이, 중국 광고계의 대가 아론 라우 등이 제일기획에 영입돼 제일기획 영국법인과 제일기획이 인수한 브라보 등에서 활약 중이다. 이에 따라 제일기획은 국내외 32개국에 37개 거점을 보유한 글로벌 광고회사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광고회사 순위도 매년 올라가고 있다. 2010년 미국 애드에이지 발표 순위 19위였던 것이 올해는 15위까지 올라갔다.

 앞으로 지속적인 관건은 인수한 업체와 영입한 인력에 제일기획의 유전자(DNA)를 심는 일이다. 이 부사장은 이를 위해 지난달 회사의 슬로건을 ‘세상을 움직이는 아이디어(Ideas that Move)’로 바꾸고, 새 기업이미지(CI) 디자인도 내놓았다. 이 부사장은 지난달 창립40주년 기념식에서 “그냥 광고주 마음에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소명을 갖고 임한다면 한국뿐 아니라 현지 법인이 있는 30여 개국의 문화와 미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경영 전략의 큰 방향부터 광고의 디테일까지 직접 챙기는 경영 스타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칸 광고제에서는 100건이 넘는 국내외 출품작을 일일이 점검했다. 17일 칸에서 열린 김홍탁 제일기획 마스터 등 한국·영국·미국을 대표하는 제일기획 크리에이터 3인의 세미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연사들과 함께 발표 자료를 수차례 검토하고 세미나 포스터와 홍보물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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