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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쓰레기통은 세균 창고 … 여름엔 그때그때 비우세요

무덥고 습한 여름철 음식물쓰레기는 세균의 온상이다. 과일껍질을 오래 놔두면 초파리가 꼬여 세균을 옮기는 주범이 된다. [김수정 기자]

#서울 공덕동에서 신혼집을 꾸민 사영은(여·29)씨. 집안일에 서투른 그녀는 얼마 전 음식물쓰레기통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초파리 수백 마리가 바글거렸기 때문. 수박 껍질을 말리지 않은 채 버린 게 화근이었다. 초파리들은 사씨의 팔다리를 스치며 온 집 안을 날아다녔다. 급한 대로 살충제 자동 분사기를 음식물쓰레기통 위에 설치했다. 초파리들은 죽었다. 하지만 피부가 민감한 사씨는 며칠간 피부 발진으로 고생했다.

여름철엔 음식물이 쉽게 상한다. 그만큼 집안 음식물쓰레기에 의한 폐해가 심각해진다. 음식물이 공기 중 미생물과 만나면 발효돼 시큼한 냄새를 풍긴다. 냄새가 심한 원인은 무엇일까.

음식물쓰레기는 대부분 탄수화물·단백질·지방으로 이뤄진 유기물이다. 이 유기물이 공기 및 음식 속 미생물과 반응하면서 냄새를 유발한다. 쉽게 말해 음식물 썩는 냄새는 미생물이 밥을 먹고 내뿜는 ‘방귀’다. 유기물 영양소 중에서도 단백질이 분해되면 제일 역한 냄새를 낸다. 홍어 삭힌 냄새나 두부·고기 썩은 냄새를 떠올리면 된다. 단백질은 보통 질소(N)나 황(S)과 결합돼 있다. 이땐 냄새가 안 난다. 미생물이 단백질을 먹으면 분자가 점점 쪼개져 질소화합물 혹은 황화합물을 만들어낸다. 계란을 먹고 나오는 독한 방귀 냄새가 바로 황화합물이다. 질소화합물 중에는 암모니아질소와 질산성질소가 있다. 음식물이 썩는 동안 암모니아질소가 많이 나온다. 악취의 큰 원인이다.

반면 시간이 더 지나 음식물이 완전히 푹 썩으면 질산성질소가 나온다. 이땐 오히려 냄새가 적다. 미생물이 더 이상 먹을 게 없어 발효를 멈췄기 때문이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김정헌 식의약품부장은 “음식물이 썩는 냄새는 불쾌한 기분이 들게 할 뿐 배기가스처럼 인체에 악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냄새가 줄어들었다는 건 그만큼 음식물쓰레기가 오래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벌레마다 좋아하는 음식은 따로 있다. 흔히 날파리라고 부르는 ‘초파리’(공식 학명)는 과일 도둑이다. 과일의 신맛을 좋아해 이름에 초(醋)자가 들어갈 정도다. 초파리는 평소 아파트 화단 같은 수풀에 숨어 지낸다. 후각이 발달해 과일 냄새를 잘 맡는다. 특히 과일을 깎으면 공기 중 미생물과 과일 껍질이 발효해 시큼한 냄새를 풍긴다. 아파트 10층에서 과일을 깎으면 1층 화단에 있던 초파리가 냄새를 감지해 날아간다. 몸집이 작아 방충망 구멍을 통해 집안으로 침입한다.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이동규 교수는 “초파리가 알을 낳은 지 보름 후 성충이 된다”며 “초파리들이 집안에 이상하게 많다면 음식물쓰레기, 특히 과일 껍질을 2주가량 방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2층에 거주한다면 초파리가 접근하기 매우 쉽다. 파리 중 쉬파리(회색 가슴에 검정줄무늬가 있음)는 된장·간장 등 장류를 좋아한다. 장독대에 몰려드는 이유다. 검정파리(초록빛이 나며 날 때 시끄러운 소리를 냄)나 쉬파리는 상한 고기를 좋아한다. 바퀴벌레는 가리는 것 없이 다 먹는다.

반면 모기나 하루살이는 음식물쓰레기에서 서식하지 않는다. 모기는 물이 많은 곳에서 알을 낳는다. 음식물쓰레기 속 축축한 정도의 수분량으로는 번식할 수 없다.

이동규 교수는 “음식물쓰레기에 번식하는 벌레는 세균을 집안 곳곳에 옮기는 주범”이라며 “여름철 음식물쓰레기는 모아 두지 말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균 덩어리 접촉하면 피부염·장염 등 유발

음식물쓰레기는 ‘세균덩어리’다. 화장실·주방보다 세균 수가 훨씬 많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세균내성연구소 정석훈 교수는 “세균은 따뜻한 온도(35도)에서 먹잇감이 있는 축축한 곳이면 천국”이라며 “물기를 말리지 않은 채 음식물을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렸다면 세균의 온상이 된다”고 말했다.

세균은 빠르면 20분 만에 두 배로 불어난다.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균보다 수백 배 혹은 무한대로 많다. 가령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 중 식중독 원인균이 있다 하더라도 그 수가 적을 땐 인체에 무해하다. 위산 및 장관 상재균을 만나면 식중독 원인균이 사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물쓰레기통에 들어가는 순간 식중독 원인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쓰레기통 속 균은 대부분 기회감염균이다. 건강한 사람에겐 문제없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졌거나 피부에 상처가 난 사람에겐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상처가 난 피부에 황색포도알균이 접촉되면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만약 실수로 어린아이가 일부 섭취했다면 살모넬라균·이질균·독소를 내는 황색포도알균이 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정 교수는 “만약 과일 껍질을 길게 깎아 무심코 버렸는데 쓰레기통 밖으로 삐져나왔다면 20분 후 세균에 감염돼 있을 확률이 높다”며 “아이가 있는 가정에선 음식물쓰레기통을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멀리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정심교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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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