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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복지로 바꾸고 외국인 이민청 만들어라”

조용철 기자


권오규 전 재경부 장관 겸 부총리(61·사진)는 ‘모범생’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경기고, 서울대(경제학), 행시(15회)라는 스펙도 그렇지만 항상 뭔가를 공부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성격이어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 청와대 정책실장, 재경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명박(MB)정부 출범 이후 그는 KAIST에서 거시경제 연구에 전념해 왔다. 중앙SUNDAY는 작금의 경제상황을 진단하기 위해 그를 인터뷰했다. 권 전 부총리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 질곡에 빠져 중소득 국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일본 경제가 모두 하락 국면이어서 성장률 5%로도 부족한 우리 경제가 2%대 성장률을 헤매는 위기상황”이라는 것이다. 그 대책으로는 “정부규제를 완화해 잉여자본을 끌어내고 이민청을 신설해 성장동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반기업정서를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들의 부당한 관행을 없애고, 복지 지출을 늘리되 부가세 등을 올려 재정건전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이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어렵다. 앞으로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 등 4개국이 중요하고 베트남·캄보디아·파키스탄·필리핀·이란·방글라데시·이집트 등이 당분간 상승 국면을 이끌 것이다.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월 450억 달러 수준의 양적완화(QE) 정책을 펼쳐왔다. 첨단산업 경쟁력이 강하고 전 세계 인재들을 끌어모아 인구 구성이 젊은 게 강점이다. 일본에서 펼치는 아베노믹스의 전망은 불확실하다.”

-한국 경제에 대해 ‘정점에 왔다’는 설과 ‘더 성장할 것’이라는 설이 맞서고 있다.
“한국 경제는 2016년부턴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부양인구는 늘어난다. 인구 보너스 기간도 곧 끝난다. 올해 2% 성장은 경제위기라고 봐야 한다. 심각한 상황이다. 성장을 말하면 구닥다리처럼 여기는 풍조는 빨리 사라져야 한다. 2016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 성장률은 더 떨어지고, 사회적 비용은 급증할 것이다. 지금 5% 성장을 한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성장률을 높이려면 ‘자본+노동+α’가 있어야 한다. 자본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은.
“국내에 잉여자본이 많다. 현재 자본투자율이 20% 안팎인데 1970년대에는 30% 정도였다. 자본투자율을 다시 올리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전 국토의 5%만 쓸 수 있는 걸 확대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고 2개 한강 수계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한류, 해양 레저, 유통, 학교, 병원, 물 산업, 공항, 보안, 법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신흥산업에 자본이 흘러가도록 물꼬를 터야 한다.”

-출산율 저하로 노동 투입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
“이민청을 만들어야 한다. 외국 노동력 없이 성장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미국은 이민의 나라다. 독일은 8000만 인구 중 950만 명, 프랑스는 6000만 중 650만 명, 스웨덴은 950만 중 400만 명이 외국인 노동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가 11∼12%인데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600만 명 정도가 있어야 한다. 지금 150만 명이니 450만 명이 더 들어와야 한다. 한 해 35만 명이 유입되면 연간 7.5%의 성장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럴 경우 2025년께 국민소득이 8만 달러까지 갈 수 있고, 남북 통일에도 대비할 수 있다.”

-복지와 재정건전화는 어떻게 봐야 하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이 7.5%인데 너무 미약하다. 복지제도 틀을 다시 짜야 하는데 보편적 복지란 말을 없애고 ‘족집게 복지’란 말을 만들어야 된다. 현재 재정 위험성이 크다. GDP 대비 중앙정부 부채비율이 36%라고 하나 우리는 각종 연금과 21개 공기업 부채, 지방정부 부채를 합치면 총 1273조원이나 된다. 거기에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이다. 심각하다. MB 정권 말에 LH공사의 부채가 138조원인데, 5년 전에는 66조원이었다. 가스공사는 8조원에서 32조원으로, 수자원공사는 1조6000억원에서 14조원으로 각각 늘었다.”

-그렇다면 재정건전화 대책은 뭔가.
“족집게 복지와 함께 증세가 불가피하다. 부가세를 인상해야 한다. OECD 국가들도 고민 끝에 부가세를 인상한 것이다. 그 다음은 환경세. 셋째는 담배·주류의 세금을 더 올려야 한다. 경기가 나빠져 세금이 안 걷힌다. 이미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을 쓰기 때문에 80% 이상 세원 노출이 됐다. 세제 개혁을 해야지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하는 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역대 정부가 펼친 경제정책의 공과는 뭔가.
“김대중(DJ)정부에선 구조개혁과 사회안전망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노동개혁이 부족했다. 노무현정부 시절엔 미국·유럽연합(EU)과의 FTA 추진 등 국가발전 전략의 큰 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노동개혁이 미진해 비정규직 등이 양산됐다. MB정부는 토목공사에 집중한 데다 금융 몰이해 등으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국가부채가 급증했다.”

-남북경제 협력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추가해야 하지 않나.
“통일을 염두에 둬야 한다. 북한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 그러나 통일 비전을 지켜나가야 한다. 통일은 우리 경제의 성장에 폭발적인 기폭제가 될 것이다. 정경분리 원칙이 반드시 필요하다. 개성공단도 마찬가지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해야 한다. 독일통일의 사례를 보면 주변국과의 전략적 경제협력 계획이 필요하다. 첫째, 중국은 미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체제의 변화를 꾀할 것이다. 무역결제대금 중 위안화 결제 부분은 2%에 불과하다. 유로본드가 있는 것처럼 아시아본드 시장을 만들 때가 왔다. 둘째, 러시아는 에너지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중·일이 원전 건설 대신 천연가스 발전을 늘릴 경우 북한을 관통하는 가스관 사업을 추진할 것이고 이는 좋은 협력 기회가 될 거다.”

-한·일 관계는 참으로 난이도가 높은데.
“정경분리 원칙이 필요하다. 동일본 대지진 위기 당시 일본 기업이 KT에 클라우딩 시스템을 맡긴 적이 있다. 지진에 대한 일본인의 위기의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본 지바현은 부품·소재산업이 강한 곳인데 부산에 일본 전용 산업단지를 만들고, 한·일 해저터널을 건설해 심리적 공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신공항을 만들 요인도 커진다. 우리 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킬 협력관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언할 말이 있다면.
“첫째,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건설·조선·해운 분야의 부실을 조기에 과감하게 처리해야 한다. 둘째, 재정건전화를 위한 증세가 불가피하다.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는 사민당임에도 노동유연성을 꾀했다. 그러다 정권을 잃었지만 그랬기에 오늘날 독일 경제가 튼튼해졌다. 그런 각오로 증세를 해야 한다. 셋째, 창조경제를 얘기하는데 교육문제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프랑스 교육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 그랑제콜이라는 엘리트 교육시스템에선 교육 내용의 90%가 수학·물리·화학이다. 90%가 이공계다. 이런 바탕 위에서 프랑스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었다. 창조경제를 하려면 창의적 인간이 나와야 하는데 교육개혁을 시작하는 게 창조경제의 시작이다.”



권오규 1952년생. 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74년 행정고시(15회)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과 차관보·조달청장을 지냈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정책실장을 거쳐 2006년 7월부터 20개월 동안 재경부 장관 겸 부총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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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