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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찔린 민주당 "새누리와 야합 국정원 국기 문란 사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대화록’ 발췌본을 가져와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에게 보여준 뒤 돌아가는 한기범 국정원 1차장의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왼쪽 사진). 정 의원은 한 차장이 민주당 쪽에는 알리지 않고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만 발췌본을 공개한 뒤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계단으로 도망치듯 국회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오른쪽 사진은 서상기 정보위원장 보좌관이 민주당 측에도 열람 계획을 알렸다고 반박하며 공개한 휴대전화 통화 내역. 김경빈 기자


국정원 댓글 사건을 놓고 새누리당을 압박하다 20일 ‘북방한계선(NLL) 대화록’으로 허를 찔린 민주당은 “제2의 국정원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정청래 "내용 왜곡 … 진본 아니다"
여야, 열람 법적 근거 놓고 충돌
6월 국회 일정 전반 후유증 클 듯



 국회 정보위의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과 김현·김민기 의원 등은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물타기하려고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야합했다”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발끈했다. 이들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봤다는 (국정원의) 문건은 남북 정상회담의 진본이나 원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보여줬다는 축약본은) 내용을 왜곡하고 훼손한 것”이라며 “허위 사실 유포에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또한 이들은 “새누리당은 민주당 정보위원들에게 NLL 축약본을 같이 보자고 요청했다고 했지만 우리는 들은 바 없다”며 “국정원 1차장이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만 축약본을 보여준 것은 국정원법 위반”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정치 관여를 금지하고 있는 국정원법 제9조를 위반해 특정 정치집단에 유리한 행동을 했다는 얘기다. 민주당 정보위원들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퇴진도 요구했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이날 발췌록 열람의 법적 근거를 놓고도 충돌했다. 새누리당 소속의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37조에 따라 열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37조는 ‘공공기관에서 직무수행상 필요에 따라 열람을 청구한 경우, 해당 기록물이 아니면 확인이 불가능할 때 제한적으로 열람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 정보위원들은 “정상회담 대화록은 기밀사항인 ‘대통령기록물’로 열람과 자의적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만 열람이 가능한 대화록을 새누리당이 본 것은 불법이란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검찰이 2월 NLL 고소사건 수사 발표 때 국정원에서 보관 중이던 회의록을 대통령 지정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로 판단했으며, 관련 법률에 근거해 적법 절차를 거쳐 회의록 전문과 발췌본에 대한 정보위의 열람을 허용했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민주당에서 축약본이 왜곡된 것이라고 반격한 데 대해서도 “문건은 전혀 왜곡된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문건의 진위에 대한 논쟁을 불식시키기 위해 국회 요청이 있을 경우 적법 절차를 거쳐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의 공개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까지 밝혀 사실관계에 따라 새누리당과 민주당 중 한쪽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NLL 포기 발언과 관련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 참가했던 한 인사는 “NLL 관련 내용은 단어 하나가 아니라 전체 발언의 맥락을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정부는 NLL은 논의하지 않는 게 낫고 논의해도 우회적인 방식을 통해서라도 양보 없이 유지한다는 입장이었다”며 “그래서 사실상 NLL을 기준선으로 했던 서해평화협력지대 방안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담 대화록에 ‘보고’란 단어가 들어가긴 했지만 당당하게 썼다. 여당 주장처럼 그런 게 아니다”면서도 “새누리당의 물타기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해 대선 때 새누리당의 폭로전으로 시작됐던 NLL 포기 발언 공방은 민주당의 고소와 새누리당의 맞고소로 번지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했던 사안이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라면 책임지겠다”고 밝히면서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NLL 공방의 재점화는 6월 국회 운영에도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는 6월 국회에서 국정원 국정조사에 노력하고 정치 쇄신과 민생 관련 법안도 차질 없이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개할 수 없는 사안을 공개한) 국정원의 실정법 위반이자 또 다른 국기 문란 사건”이라곤 했지만 “우리가 호들갑을 떨 일은 없는 만큼 국회 상임위가 파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의원 측도 언급 자체를 피했다. 그러나 NLL 공방은 민주당 내 강경론에 불을 댕길 수 있어 6월 임시국회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21일 정보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내놓기로 했다.



채병건·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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