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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맹북 통일교육

이영종 정치국제부문 차장
금강산 관광이 적자에 허덕이던 김대중 정부 말. 통일부는 초·중·고생과 교사 수학여행 아이디어를 짜냈다. 이들을 관광객으로 보내 머릿수를 채우고 그 비용은 남북 협력기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 연간 수백억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됐고, 공짜 관광을 유혹하는 브로커의 검은손이 전국의 학교를 휩쓸었다. 정부는 청소년들에게 북한의 실태를 보여주는 현장 통일교육이라며 대국민 홍보에 나섰다.



 실태 취재차 당시 현지에 간 기자가 한 초등학생에게 북한에 처음 와본 소감을 물었다. 그런데 학생의 입에서는 “저는 북한이 더 좋아요”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기자는 물론 이를 지켜보던 교사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유를 물었다. 그 학생은 “여기선 아침에 계란 프라이와 햄소시지도 나오고 오렌지주스도 먹을 수 있어요. 잠도 침대에서 잤고요”라고 답했다. 시골 학교에서 온 학생의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인솔 교사는 물론 관광업자나 통일부 등 어느 누구도 금강산이 북한 지역이지만 먹고 자는 관광시설은 한국 기업인 현대아산이 제공한다는 걸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이다. 관광객 숫자 채우기에 급급했던 ‘체험형 통일교육’의 결과는 이처럼 참담했다. 햇볕정책의 어두운 그늘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학교 통일교육에 드리워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며칠 전 이런 통일교육의 문제점에 강도 높은 개선책을 지시했다.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 고교생 69%가 ‘6·25는 북침’이라고 답한 걸 두고 “교육현장의 교육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남침·북침의 의미를 몰랐기 때문이지 실제 문제가 그리 심각한 건 아니란 주장을 편다. 하지만 이건 사태의 본질을 애써 물타기하려는 뜻으로 들린다. 고교생들에게 북한의 6·25 도발을 가르치면서도 남침·북침의 의미는 빼고 가르쳤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통일교육의 현주소가 어떤지는 서울 수유리 통일교육원만 들여다봐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통일교육의 신기원을 이루겠다며 탈북자 출신인 조명철 전 김일성대 교수를 2011년 6월 원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불과 9개월 만에 새누리당 비례대표가 되면서 물러났다. 후임엔 국방연구원 출신 전경만 박사를 기용했지만 반년 남짓 만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곧바로 짐을 싸야 했다. 새 원장 임용 절차를 밟고 있다지만 벌써 넉 달째 수장이 공석이다. 한 울타리 안에 있는 통일연구원까지 원장들이 추문과 부적절한 발언 논란에 휩싸여 줄줄이 낙마하면서 장기간 대행체제가 됐다. ‘수유리 통일 쌍둥이가 중병에 걸렸다’는 우스개가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미래세대들이 깨어 있지 못하면 통일은 없다. 남북통일 시대를 열어 갈 주역들을 청맹과니로 만든 책임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맹북(盲北)은 종북·친북으로 가는 중간 정거장이다. 우리 아이들을 북한 색맹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통일교육에 지금껏 없던 혁명이 필요하다.



이영종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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