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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섹시한 교방춤 뒤엔 굳은살투성이 발바닥이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사무치다’를 국어사전에서는 ‘깊이 스며들거나 멀리까지 미치다’라고 풀이한다. 우리는 그리움에 사무치고 사랑에 사무치고, 반대로 누군가를 사무치게 미워하기도 한다. 걸출한 전통공연 기획가 진옥섭(49) 한국문화의집(KOUS) 예술감독이 그제 저녁 푸짐한 놀이마당을 베풀었다.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열린 ‘책굿 노름마치’ 공연. 무대 위에 내걸린 문구가 ‘진옥섭의 사·무·치·다’였다.



 ‘노름마치’는 최고의 연주자를 뜻하는 남사당패 용어다. 진씨가 저서 『노름마치』(문학동네)를 재출간한 기념으로 꾸민 이날 행사는 많은 이가 탐을 낼 만했다. 박경랑의 교방춤, 하용부의 밀양북춤, 이정희의 도살풀이춤, 김운태의 채상소고춤, 여기에 인간문화재 정영만의 구음 시나위와 장사익의 ‘찔레꽃’ ‘봄날은 간다’ 노래.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깝다. 좌석이 만원사례를 이룬 것도 당연. 진옥섭씨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극장은 손님이 꽉 찬 극장”이라며 싱글벙글이었다.



 나는 무엇에 사무쳤나. 영남교방청춤을 춘 박경랑(52·한국영남춤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선생의 춤사위에 사무쳤다. 교방청은 옛날 기녀들을 가르치고 관장하던 기관이다. 조선시대 남성들 마음 설레게 하고 애간장 녹인 게 교방춤이다. 보라색 치마, 연노랑 저고리 차림에 부채 하나 들고 추는 춤이 그렇게 섹시할 수 있다니 신기할 정도였다. 느릿느릿 천천히 움직이다 막판에 팽이처럼 휘돌 때 보라색 치마 안에 숨어 있던 분홍 속치마, 다시 그 속의 옥색 속치마가 원심력을 업고 훤히 드러났다. 나도 아직은 남자구나 싶었다. 공연 후 박 선생에게 물었다. “조선시대 섹시함과 요새 섹시함이 어떻게 다를까요.” “글쎄요. 그때는 시(詩)·서(書)·화(畵)와 함께 어우러져 절제와 격조가 있었다고 봅니다.”



 성적인 매력도 사람의 중요한 본질 중 하나일 텐데, 요즘 우리는 너무 곧이곧대로 발산하려는 것 같다. 더 보이고 더 벗고 더 흔들어야 섹시하다고 쉬이 생각하는 듯하다. 영남교방청춤은 우리 전통춤 중 가장 섹시한 춤에 속한다. 그러나 그 섹시함을 얻기 위해 박경랑씨는 엄청나게 노력했다. 젊은 시절엔 하루 2시간씩 자며 연습에 몰두했다. “제 발은 엉망이에요. 발 보일까 봐 짧은 치마를 잘 못 입어요”라고 박 선생은 말했다. 무릎보다 발목을 많이 놀리는 교방춤의 특성 때문에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다 못이 박이고, 겹버선에 조여진 발등과 뒤꿈치까지 굳은살투성이란다.



 어느 분야나 일인자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박지성(축구), 강수진(발레)은 발이 못생긴 것으로 유명하다. 극한의 훈련을 견딘 대가다. 박경랑 선생도 그렇다. 덕분에 나 같은 문외한도 ‘사무치게 섹시한’ 전통춤의 정수를 맛볼 수 있었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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