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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의 핵심은 사람인데, 정부는 돈 푸는 얘기만 해"

‘미래창조 경제의 꿈과 도전’이란 주제로 20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89회 코리아리더스포럼’에서 창조경제의 실천방안을 놓고 벤처기업 대표 등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토론에 참여한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 신미남 퓨얼셀파워 대표,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왼쪽부터). [사진 한국공학한림원]




‘창조경제 꿈과 도전’ 코리아리더스포럼 … 쏟아진 현장의 쓴소리

“아무리 지적해도 고쳐지지 않아요. 우리 같은 벤처기업은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20일 오전 코리아리더스포럼이 진행된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2층. 패널로 참석한 파크시스템스 박상일 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옆자리에 배석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말없이 박 대표의 발언을 받아 적었다. 최 장관은 곤혹스러운 질문이 이어지자 어깨를 들썩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박 대표는 “벤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 그 다음이 기술·아이디어, 마지막이 자금이다. 그런데 지난달 발표한 정부의 창조경제 생태계 활성화 방안은 온통 자금시장 관련 정책뿐이라 실망했다”며 “에인절 투자와 기업인수합병(M&A) 활성화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우수한 인재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볼 줄 아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창조경제가 뭔지 잘 모르겠다”



 이날 포럼은 한국공학한림원이 주최하는 월례행사다. ‘미래 창조경제의 꿈과 도전’ 이란 주제로 중앙일보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의장을 맡아 행사를 진행했으며, 최 장관을 비롯해 전하진 새누리당 국회의원, 오제세 민주당 국회의원,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 등 산·학·연 관계자 130여 명이 참석했다. 최 장관의 주제 발표로 시작된 이날 포럼은 곧이어 ‘쓴소리 성토장’으로 변했다.



 최 장관은 30여 장의 슬라이드를 준비해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어떤 전략을 추진할지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 창조경제 역량은 OECD 31개 국가 중 20위, 즉중하위권으로 상상력과 창의성이 자유롭게 발현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창조경제 실천을 통해 ‘창업-성공-재도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달 중에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을 발표하고, 9월께 청년일자리 창출 연계 방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창조경제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바로 이어졌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창조경제가 뭔지 한번에 다가오지 않는다”며 “정부가 창조경제를 주도할 생각 말고, 화두만 던진 뒤 민간이 움직일 수 있도록 종합 지원에 힘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부에서 자체적으로 창조경제 관련 설문조사를 했는데 답변자 중 55%가 창조경제가 이전의 경제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는 설문 결과와, 스크린 골프·스마트폰 메신저 등 이미 성공한 사례들을 가져다가 생색내기식으로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실현 계획을 놓고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많이 하는데, 사실 상당한 수준의 상세계획들이 있다”고 답했다. 최 장관은 “그 부분을 먼저 다 발표하면 정부가 너무 세세한 것까지 이끌고 가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먼저 공감을 이루기 위한 큰 전략만 발표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추상적으로 보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창한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조정실장도 “30개 부처에서 받아서 만든 1800여 페이지의 실천 전략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국민체감 수준을 높이기 위해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실장은 “다양한 해석과 그림을 그려 민간에 활력을 채울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회사인데 벤처 대표에 대출 책임”



 기존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상일 대표는 “미국은 비상장회사의 경우 스톡옵션 발행에 대한 비용을 계상하지 않아도 되고 행사가격도 회사가 자율적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비용도 계상해야 하고 행사가격도 타율적으로 높게 책정해야 할 뿐 아니라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에 대해 소득세근로소득세를 내라고 한다”며 “비상장 회사에까지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창조경제 정책도 좋지만 이런 횡포부터 시정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한 해 5000억원가량 성공한 기업이 지원금을 토해내는 정부환수금 제도를 개선하고, 대기업에만 집중되어 있는 지적재산권 등록 등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중소·벤처업계까지 지원해야 진정한 상생 창조경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정동수 변호사는 “박 대표의 건의사항은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이런 이슈들에 대해 장관도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묻기도 했다. 이에 최 장관은 “거의 대부분의 내용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실제로 그런 부분들이 창조경제 실현 계획에 묻어나도록 했다”고 답했다. 최 장관은 “저도 공무원이 된 지 이제 두 달 남짓 됐다. 그간 정부의 문제점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패널로 참석한 신미남 퓨얼셀파워 대표는 “지금 벤처 창업자로서 가장 힘든 문제는 ‘주식회사’와 ‘개인회사’를 헷갈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주식회사인데 왜 벤처 대표들이 몇억에서부터 수백 억원씩 개인담보를 쓰고 대출을 대표가 책임져야 하는가”라며 “성공한 벤처인들이 스포츠 스타인 박세리·김연아만큼 존경받는 문화가 조성된다면 우수한 인재가 자연스레 모여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기 장관
최문기 미래부 장관 “실현 계획에 반영”



 정책에 대한 조언도 쏟아졌다. 김재학 하이젠모터 대표는 “지적재산권 보호도 좋지만 필요한 기술 및 특허를 서로 공유해 창조경제가 폭발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정부는 국가가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상당부분 공개해 시장에 개방하는 것이 창조경제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김도훈 원장은 “미래부가 이름 모양 그대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두 가지에만 한정된 창조경제 정책을 펼치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문화 같은 다른 여러 창조적 요소들을 흡수해 어떻게 창조경제를 꽃피울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꼬집었다. 전하진 의원은 “지금까지 한국이 악기(스마트폰 등 하드웨어)만 잘 만들던 나라였다면 앞으로 다가올 ‘창조경제’는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연구해야만 감동을 주는 시대가 됐다는 걸 의미한다”며 “국회에서 창조경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최 장관은 “창조경제는 지난 2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갑자기 생긴 개념이 아니라 지난 6년간 국민소득 3만 달러 고지를 넘지 못한 것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과거 정부가 주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민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코리아리더스포럼



한국공학한림원이 국내외 산업기술과 공학교육, 연구개발(R&D) 전략 등에 관한 최신 정보를 교류하기 위해 2003년 시작했다. 서정욱 전 과기부 장관,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이희범 경총 회장,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공동 의장이다. 회원은 3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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