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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랭커셔의 민담·미신이 내 이야기 소재

글로벌 문화상품의 저력을 설명할 때 단골로 인용되는 사례가 ‘해리 포터’ 시리즈다. 소설과 영화로 이어지는 대성공은 출판계에서 찬밥 신세이던 아동문학, 나아가 영 어덜트 문학(young adult,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킬러 콘텐트로서의 폭발적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해마다 열리는 ‘세계 어린이책 장터’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영미권 대형 출판사들이 내놓는 판타지 소설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세계 최대 단행본 출판사 렌덤하우스가 낸 『일곱 번째 아들』(원제 The Wardstone Chronicles)도 한 권씩 신작이 더해질 때마다 주목받는 시리즈 중 하나다. 2004년 시작돼 현재 12권까지 나온 이 시리즈는 29개 언어로 번역돼 300만 부 넘게 팔렸다. 할리우드에서 제프 브리지스와 줄리언 무어, 벤 반스 주연으로 영화화돼 올 하반기 개봉된다. 책은 13권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1『일곱 번째 아들』 국내판 표지 삽화.
최근 1권 ‘마녀의 복수(The Spook’s Apprentice)’가 국내에도 소개됐다. “왜 이 시리즈가 ‘해리 포터’만큼 인기를 못 얻는지 궁금하다” “‘해리 포터’를 그리워하는 독자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해외 독자들의 인터넷 댓글과 언론 평이 영 호들갑만은 아닌 것이, 간결한 문장과 속도감 있는 전개, 비주얼한 묘사가 비교적 잘 어우러져 있다. 판타지에 호러 색채를 가미한 『일곱 번째 아들』은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다’는 미신을 출발점으로 했다.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은 일종의 돌연변이 같은 존재로,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혼령을 보고 물리치는 능력을 지녔다. 어머니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13세가 되자 유령사냥꾼의 견습생이 된 소년 톰이 주인공. 무덤 속에 갇혀 있던 대마녀 멀킨 대모에게 케이크를 갖다 주는 실수를 저지른 소년은 곧 커다란 위험과 대적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일곱 번째 아들』은 영 어덜트 판타지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첫째, 선명한 악의 존재다.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자’인 ‘해리 포터’ 속 볼드모트의 역할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사악한 존재 그 자체”로 묘사되는 멀킨 대모가 맡는다. 멀킨 대모는 출산을 앞뒀지만 남편이 없어 딱한 처지에 놓인 산모들에게 거처를 제공한 뒤 신생아의 피를 빨아먹어 자신의 주술 능력을 키우는 끔찍한 마녀다. 둘째, 주인공의 성장담이다. 재능을 타고났지만 아직 미완의 존재인 주인공이 악과 싸우는 과정에서 스승에게 인정받고 독립적인 주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셋째,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생하고 디테일 강한 묘사다. 할리우드 영화화가 결정되는 작품이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2 영화 ‘일곱 번째 아들’. 제프 브리지스, 줄리언 무어, 벤 반스 주연으로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3 29개 언어로 번역·출간된『일곱 번째 아들』시리즈. 총 13권으로 완간된다.
올 초 이탈리아 볼로냐 도서전에서 만난 작가 조셉 덜레이니(68ㆍ사진)는 상상력의 원천을 묻자 “어렸을 때 듣고 자란 랭커셔 지방(블랙풀·프레스턴 등 영국 잉글랜드 북서부 지역)의 설화와 민담, 미신”등을 꼽았다. “내가 랭커셔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책을 쓸 수 없었을 것 같다. 랭커셔 지방 아이들은 마녀와 악마, 유령과 보가트(boggart·일종의 집요정으로 식사를 차려주거나 애완동물 역할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취한다) 등이 등장하는 무서운 이야기를 매일같이 듣고 자란다. 나도 어릴 적에 유령이 나타나 나를 번쩍 들어 지하실 계단으로 내려가는 악몽을 끊임없이 꿨다. 내가 4형제 중 맏이였는데, 나이를 먹은 후 동생들한테 물어보니 다 비슷한 꿈을 꾸고 자랐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마녀의 복수’는 자료 조사를 할 필요가 별로 없었다. 소설 속 유령의 집은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수로 옆 연립주택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사실 내 고민은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 묻혀 있는 옛날 기억들이 잘 나지 않는 거다. 그래서 샤워하거나 산책하는 동안 어린 시절 생각이 떠오르면 즉각 메모를 해놓곤 했다.”

마녀를 돌 밑에 가둘 때 머리부터 거꾸로 처박아 묻는다든지, 유령사냥꾼이 보가트를 구덩이에 묻을 때 소금과 쇳가루를 쓴다든지 하는 식의 디테일이 설화와 민담에 근거한 상상력에서 탄생했다.

판타지 작가치고 그는 데뷔가 매우 늦은 편이다. 29년간 블랙풀의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와 영상미디어 등을 가르치다 환갑이 다 된 2004년 『일곱 번째 아들』을 발표했다.

“판타지 작가라면 누구나 그렇듯 나도 『반지의 제왕』을 읽으며 ‘제 2의 톨킨’이 되길 꿈꿨다. 교직에 있는 동안 틈틈이 글을 썼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에이전트를 정식으로 구한 게 1990년이었는데 그때부터 10년간 출판사들한테 줄곧 퇴짜를 맞았다. 어느 날 내 에이전트가 ‘독자 연령층을 낮춰 ‘해리 포터’ 같은 영 어덜트물을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2권이 나온 후부터는 항상 꿈꾸던 전업작가가 될 수 있었다. 나이가 많다고 상상력이 무뎌지는 건 아니다. 나는 해마다 이 시리즈를 한 권씩 썼다. 오히려 다른 작가들처럼 20∼30대에 일찍 유명해졌다면 지금쯤은 글쓰기가 좀 싫증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부터가 시작 아닌가 싶다.”

그는 “손자 손녀 여섯 명이 내 책의 애독자”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할아버지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으스스한 얘기의 맛이 보통 아니어서일까. 이 시리즈는 출간될 때마다 랭커셔 지방 고등학생들이 투표하는 ‘올해의 랭커셔 책’으로 선정됐다. 1권 ‘마녀의 복수’는 2006년 햄프셔 북 어워드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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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