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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 막히고 벽에 갇힌 산하 우린 지금 비무장지대로 간다

강원도 고성 육군 제22사단의 한 초소에서 바라본 금강산 해금강. 철조망 뒤로 녹음 우거진 비무장지대(DMZ)가 펼쳐져 있고 금강산 관광도로가 해금강 봉우리들 사이를 지나 북쪽으로 뻗어 있다. 오른쪽 호수는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전해지는 감호다. 최정동 기자
삼엄한 경계의 선(線)과 차단의 벽(壁)에 갇힌 산하! 우리는 지금 DMZ(비무장지대)로 간다. 정전협정 60주년에 즈음한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다.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이지만 발걸음이 그리 무겁지만도 않다. 오랜 세월 동안 당연시해 와서 체감이 무뎌진 터에.

DMZ와 민통선은 1950년 한국전쟁의 산물이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맺으며 남과 북의 접촉선은 군사분계선이 되었다. 그 전까지는 38선만 있었다. 1945년 8월 16일, 미국과 소련은 일본군의 항복접수와 무장해제를 위해 한반도 중간에 38선을 확정했다. 남한에는 미군이, 북한에는 소련군이 상주하며 한반도를 분할 점령했다.

군사분계선 1292개 표지판은 DMZ 중심을 남북으로 가른다. 경기도 파주 임진강 변에 세워진 제0001호 표지판을 기점으로, 강원도 고성 동해안에서 끝난다. 이 군사분계선에서 양측이 각각 2㎞씩 물러나 비무장지대를 만들었다. 155마일(248㎞) 휴전선이다. 여기다 서해 42.5마일, 동해 218마일의 NLL(북방한계선)을 그어 바다의 경계선이 되었다. 민통선은 군사작전과 보안유지를 위해 휴전선 아래쪽에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고자 그은 선이다.

지난 12일 새벽, 는개 같은 비가 내렸다. 궂은 날씨만큼이나 남북관계도 불투명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모처럼 재개된 남북대화는 수석대표의 급(級) 문제로 어긋났다. 원칙과 관행의 충돌이었다. 전날, 북측이 대표단 파견을 보류했다. 그래도 이견을 좁힐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서울을 벗어나 진부령을 향해 달렸다. 볼 때마다 늘 새로운 풍광이다. 굽이쳐 오는 산마다 깨끗하고 힘차다. 산허리를 휘감고 돌아 흐르는 강물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천하절경 금강산 가는 길은 어디나 빼어나다. 동행 취재한 안성규 외교·안보 에디터 말마따나 ‘강원도의 힘’이다.

진부령 아래 황태마을에서 아침을 먹고 제22사단 정훈장교 이성재 중위와의 약속 장소로 갔다. JTBC 사회탐사팀이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수속을 밟고 곧바로 DMZ박물관으로 향했다. 여행할 때, 가능하면 맨 먼저 꼭 찾아보는 곳이 박물관이다.

DMZ박물관에서는 ‘종이폭탄 삐라’를 기획 전시하고 있었다. 삐라는 심리전단을 일컫는데 6·25전쟁 중, 양측에서 모두 28억 장이나 뿌렸다. 한반도를 20번 뒤덮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고귀한 생명들을 제물로 바치고 치른 ‘불의 제전(祭典)’에서 삐라는 소지 역할도 축문 역할도 하지 못했다. 총질할 수 없는 상대를 유혹하고 교란하는 그야말로 ‘종이 폭탄’이었을 뿐이었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남북에서 서로 ‘종이 폭탄’을 뿌린다. 북쪽의 유혹에 넘어갈 한국인은 없어 보이지만, 1달러짜리 지폐나 라면을 덤으로 받는 북쪽 사람들은 탈북자가 되기도 한다. 북한 당국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험악한 공갈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다.

통일전망대는 금강산 한 모퉁이와 해금강을 누구나 쉽게 조망할 수 있는 명소다.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이 깃든 호수 감호와 구선봉이 비 개인 하늘 아래로 말끔하게 드러났다. 마치 비로봉에서 내려와 바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신선들의 무리처럼 보인다. 오른쪽 모래사장으로 백사자의 갈기 같은 파도가 출렁거렸다. 비경이다. 포토존을 차지한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시끌벅적하다. 동해선 철로와 금강산 가는 도로가 다시 열리기를 바라며 전망대에서 내려오는데 매점 간판에 써놓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이 웃음을 자아낸다.

육군본부의 허가를 받아 내륙 5초소로 들어간다. 아무나 접근할 수 없어 더욱 신비롭기만 한 남강(南江)을 찾아서. 논길을 지나고 가풀막을 오르니 왼편으로 완만한 녹색 계곡이 나왔다. 작은 독수리 계곡이다. 남북의 계곡이 만나는 지점에 은어처럼 하얀 뱃살을 드러내는 남강.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남강은 DMZ 155마일을 관통하는 여러 강 가운데 유일하게 남한 땅을 적셨다가 다시 북한으로 흐르는 얕은 강이다. 금강산 서쪽 기슭에서 발원하는데 금강산 동쪽 기슭 구룡연에서 발원한 적벽강과 만나 동해로 빠진다.

▶ 관계기사 8, 10~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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