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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근절’ 밝혔지만 … “소리 없는 보은 인사 진행 중”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국정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차관이 4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하자 일각에선 뒷말이 나왔다. “항공보다는 국토개발 전문가인데 정부 실세가 뒤를 봐준 것 아니냐.” 그가 박근혜정부 들어 약진한 성균관대 출신이란 점도 거론됐다. 민주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정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원지역 대선 캠프 인사여서 보은인사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강릉 출신인 정 사장이 대선 당시 지역정책 개발에 참여했다는 거다. 정 사장 임명 후 강원 지역 언론에선 ‘대선에 기여한 강원 출신들이 내각 구성 땐 홀대받았으나 공공기관장엔 다수 발탁될 것’이란 기대감을 표출했다.

#부산 BS금융지주 이장호 회장이 10일 끝내 사퇴하자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등 부산 지역 의원들은 당혹해했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이 이 회장 퇴진을 압박한다는 소문이 퍼져 의원들이 청와대 쪽에 “부산 민심에 어긋난다”며 재고를 요청했지만 묵살됐기 때문이다. 부산 출신이자 국회 정무위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11일 당 회의에서 “민간은행에 인사권 남용을 이렇게 무리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정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공기관장, 금융기관장 인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는)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일은 있어선 안 되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안팎에선 정권교체 때마다 으레 있었던 ‘코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가장 먼저 문제가 불거진 건 금융기관장 인사다. 박 대통령과 공부 모임을 해왔고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인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4월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임명된 게 시작이었다. 이때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고, 이후엔 박 대통령이 선호하는 그룹으로 알려진 관료 출신들이 대거 자리를 꿰차면서 ‘관치 금융’ 논란에 휩싸였다. 임종룡(농협금융회장), 임영록(KB금융지주 회장) 등 모피아 출신들이 금융기관에 잇따라 진출했다. <표 ② 참조>

청와대와 정부가 직·간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공기관장 인사도 우려 대상이다. 현재 공공기관은 관광공사 등 공기업 30개, 국민연금공단 등 준정부기관 87개, 서울대병원 등 기타 공공기관 178개를 포함해 총 295곳이다.

이들 기관장 인사 절차는 한창 진행 중이어서 중앙SUNDAY는 최근 한 달 새 임명된 신임 기관장 13명을 분석했다. 이 중 76%(10명)가 대선 캠프·인수위 출신이거나 박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표 ① 참조>

지난달 취임한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007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의 비공식 자문단으로 활동했다. 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은 지난해 대선 당시 제주도국민행복추진위 상임위원장이었다.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대선 때 박 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다. 김영목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유현석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도 지난해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다.

옥동석·곽병선 인수위원은 각각 한국조세연구원장과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장수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의 아들인 김준경씨가 선임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법인인 명동정동극장의 정동극장장에도 박근혜 캠프에서 문화예술계 정책 수립을 도운 정현욱씨가 임명됐다. 지난 3월 문화 분야 첫 공공기관장이 된 고학찬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도 대선 캠프 출신이다. 여기에 역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자니윤씨의 관광공사 사장 내정설도 무성하다.

이 중엔 성대 출신도 자주 눈에 띈다. 정창수 사장 외에 변종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행정학),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법학)이 성대 출신이다.
 
‘보이지 않는 손’ 놓고 說 분분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도 최근 줄줄이 보따리를 싸고 있다. 모양은 자진 사퇴지만 상당수는 우회적으로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명박(MB)정부 초 기관장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았던 것과 달리 겉은 조용하지만 속에선 갈등이 치열한 것이다. 한 민주당 인사는 “기관장 인사가 과거보다 늦어진 것도 나가라는 사람과 버티는 사람 간에 기싸움이 치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1개 산하기관을 거느린 산업통상자원부의 김재홍 차관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MB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을 향해 “(당사자들이 사표를 내야 할지 여부를) 정 모른다면 알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강제 퇴진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런 발언 뒤엔 청와대의 뜻이 작동한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공공기관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복수의 기관장 후보를 선정해 청와대에 올리기 때문에 ‘국정철학을 공유할 사람’을 최종 선정하는 과정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상당하다. 청와대 인사위원회 멤버는 허태열 비서실장(위원장)과 이정현 홍보수석,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곽상도 민정수석 외에 조원동 경제수석 등 관련 수석으로 구성된다. 실무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김동극 선임행정관 등이 맡고 있다.

기관장 후보들은 누가 인사에 영향력을 발휘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허태열 실장이 성대 인맥을 챙긴다더라”(금융권 관계자), “조원동 수석도 관료 출신들 인사에 관여했다더라”(민주당 관계자), “모피아 출신이자 대통령 자문그룹 ‘7인회’ 멤버인 김용환 고문도 힘이 있다더라”(새누리당 관계자) 등의 설(說)이 돈다.

본지는 허태열 실장 등에게 이 같은 루머에 대한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인사위원회 멤버인 유민봉 수석과 통화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특정 인사가 기관장 인사를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기관장 임기가 만료돼 몇 배수 후보들에 대한 보고서가 올라오면 그때그때 인사위에서 논의하고 공직기강에서 체크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을 뿐이다. 나나 다른 인사위원 중 개인 인연으로 인사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 후보 추천 과정에 다 관여할 수도 없지 않나.”

-성대 인맥이 눈에 띈다는 말도 나오는데. (※유 수석도 성대 출신이다)
“정창수 사장 등이 임명돼 그런 말이 나올 수는 있겠다 싶지만 나중에 (인사가) 다 끝난 뒤 학교별로 뽑아보라.”

-박 대통령이 정치인들을 배제해 관료 출신들이 약진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대통령이 정치인을 배제하라고 하셨다는 말을 저는 들은 적이 없다.”

-임기가 남은 일부 기관장이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데.
“오히려 내 주변에선 ‘대통령이 임명권자인데 이번 정부는 누구보고 나가란 이야기도 안 하나’라고 묻더라.”
 
20일 이후 물갈이 본격화될 듯
정부는 3월부터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해왔다. 그 작업이 20일 마무리되면 물러날 기관장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해임 건의’를 의미하는 E등급이나 ‘경고’인 D등급을 받으면 교체 대상이다. 여기에 임기 만료 기관장 등을 합하면 100명 이상이 올해 교체될 거란 예상이 나온다. 교체 기준은 ▶전문성 ▶경영평가 결과 ▶국정철학 공유다. 과거 정부 인사로 꼽히는 이들도 ‘국정철학’을 이유로 교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의원은 “BS금융지주 회장은 실적이 좋은데도 부산상고 출신이어서 노무현정부 인사로 분류돼 사퇴 대상이 됐다는 말이 있다”며 “MB정부 인사들도 타깃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은 책임, 높은 연봉’의 공공기관 감사들도 대거 교체될 전망이다. 이때 박 대통령의 지역 대선 캠프나 정책 자문 그룹에서 활동했지만 중앙 정치권과 언론에 부각되지 않은 이들이 쓰일 가능성도 크다.

출신 지역도 고려될 수 있다. 박근혜정부 1기 내각에서 소외된 강원·제주 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후보 경쟁에선 여전히 대구·경북(TK) 출신이 유리하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한 교육부 산하기관에선 청와대에 기관장 후보를 올렸지만 별 이유를 듣지 못한 채 반려됐다. 이에 기관 내부에선 “TK 출신을 뽑기 위해 물린 것”이란 말이 돈다.

최근 확대된 ‘관치 금융’ 논란도 변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 이사장, 손해보험협회장 등의 인사에서 관료를 배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전문성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관료 출신의 중용 가능성이 여전하다. 조원동 수석이 13일 기자들에게 “좋은 관치도 있고, 나쁜 관치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그런 기류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KT와 포스코 등도 최고경영자 교체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임기가 남아 있어도 정권 출범 후 수장이 바뀌는 사례가 잦은 편이어서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KT 등 민간기업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희(행정학) 한경대 교수의 조언이다. “정권 초기여서 청와대는 국정철학에 맞는 사람을 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성이 우선돼야 할 기관도 있는 만큼 이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청와대가 한걸음 뒤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는데 각 기관 임원추천위원회 회의 내용을 완전히 공개하진 못하더라도 속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럴 경우 기관장 선정에 참여하는 이들이 책임감을 더 느낄 것이다. 관료는 현상 관리엔 적합하지만 폐쇄적이어서 공공기관에 필요한 구조조정은 제대로 못할 수 있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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