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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고 풀고… 마음 다스리는 법 배웠다

박인비가 지난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 로커스트힐 골프장에서 열린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3라운드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날리고 있다. [뉴욕=AP]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지난 10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지난 4월 열린 시즌 첫 메이저 대회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이어 메이저 대회 2연속 우승으로 시즌 4승째다.

시즌 4승, 박인비의 무서운 상승세 비밀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박인비에 대한 기대는 반반이었다. 지난해 2승을 거두며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받았지만 올해는 지난해 이상의 활약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더 많았다. 박인비 스스로도 “지난해 최고의 해를 보냈기 때문에 올해는 편안하게 치겠다. 1승 정도만 해도 만족하겠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시즌이 절반도 치러지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11개 대회에 출전해 4승. 또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포인트 11.17점을 기록하면서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8.55점)를 멀찌감치 제치고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퍼팅에 쇼트 게임까지 좋아져 난공불락
여자 골프 세계랭킹은 최근 2년(104주) 성적에 따른 점수를 부여하고 이를 출전 대회 수로 나눈 평균 점수로 정해진다. 메이저 대회와 최근 13주 이내의 성적이 좋을수록 가산점을 받는데 출전 대회 수가 많을수록 불리한 점이 있다. 박인비는 지난 2년 동안 66개 대회에 출전해 여자 선수 중 가장 많은 대회를 소화하고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랭킹 2위 루이스가 55개, 3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52개, 4위 최나연(26·SK텔레콤)이 55개 대회에 출전한 것을 감안하면 쉴 새 없이 투어를 누빈 셈이다.

에너자이저 같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은 아버지 박건규(51)씨와 어머니 김성자(50)씨로부터 물려받았다. 대학 산악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한 부모는 등산 외에도 테니스, 스키 등을 즐겼고 박인비도 스키를 오랫동안 타면서 체력을 다졌다. 부모를 따라 비바크(야영)를 자주 하면서 남다른 환경 적응력도 갖게 됐다.

어머니 김씨는 “(박)인비는 워낙 체력이 좋아 하룻밤만 자고 나면 피로가 회복되는 건강 체질이다. 2010년부터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도 힘들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강철 체력은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확실한 무기가 됐다. 대회 첫날 악천후로 경기가 취소돼 마지막 날 36홀을 돌아야 했던 강행군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루 36홀도 모자라 연장 3홀까지 치러야 했던 마라톤 레이스. 하지만 박인비는 이를 이겨냈다.

그는 “힘들긴 했지만 지난해 비바람 속에서 36홀을 돌았던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골프채널은 박인비에 대해 “로커스트힐 골프장의 거친 러프에서 전혀 다치지 않고 어려운 순간을 빠져나왔고 자신의 하루를 구해냈다”고 극찬했다.

박인비를 구해낸 건 위기 때마다 나온 리커버리 샷도 있었다. 박인비는 최종 라운드에서 페어웨이 적중률 42.8%(6/14), 그린 적중률 44%(8/18)에 그쳤지만 3타만 잃었다. 13번 홀(파4)에서 티샷을 오른쪽 러프로 보낸 데 이어 두 번째 샷을 왼쪽 러프로 보내고도 파를 기록하자 미국 골프채널의 해설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채널의 골프칼럼니스트 랜돌 멜(미국)은 “(박)인비는 파 세이브를 대단히 잘했다. 마법의 퍼팅 실력을 갖춘 박인비에게 샷 난조는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고 평했다.

박인비의 퍼팅은 정평이 나 있지만 동계훈련을 거치면서 더 좋아졌다. 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자동차로 1시간반이나 더 들어가는 외딴 시골 마을 테미큘라에서 동계훈련을 하면서 쇼트 게임에 공을 들였다. 퍼팅은 물론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긴 30~40야드 어프로치 샷을 강화하면서 난공불락이 됐다.

박인비의 올 시즌 온 그린 때의 퍼팅 수는 1.71개로 1위다.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3라운드 때는 가장 길었던 파 퍼팅이 60㎝에 불과했다. J골프의 임경빈 해설위원은 “박인비는 다른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4~5m 퍼팅도 척척 성공시킨다”며 “박인비의 섬세한 쇼트 게임 감각은 다섯 살 때부터 친 피아노 영향도 커 보인다”고 해석했다.

목표를 향한 무서운 집중력
박인비의 무서운 상승세는 심리적인 변화에도 이유가 있다. 박인비는 지난해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 이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까지 22개 대회에서 6승을 포함해 열여섯 차례나 톱10을 기록했다. LPGA는 박인비에 대해 “불안감을 다스리고 긴장감을 즐길 준비가 다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박인비가 원래 긴장감에 잘 대처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US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한 박인비는 이후 우승 없이 4년여의 슬럼프를 겪었다. 잘 치다가도 갑자기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티샷이 나오면 속절없이 무너졌고 우승 문턱에서 수차례 주저앉았다.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노려볼 만
박인비의 불안감은 심리전문가인 조수경 박사를 만나면서 녹아내렸다. 조 박사는 “골프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매니지먼트(Energy Management)다. 내 공 앞에서 집중과 이완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한데 박인비는 해마다 에너지 매니지먼트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실패를 통한 경험도 약이 됐다. 박인비는 지난 해 LPGA 투어에서 2승을 했지만 준우승도 여섯 차례나 했다. 그러나 아쉬움을 통해 오히려 업그레이드됐다. 조 박사는 “박인비는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회복 탄력성’이 아주 좋다.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 샷, 다음 홀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로 빨리 돌아온다. 홀과 홀, 시합과 시합 사이의 회복 탄력성이 확실히 좋아진 게 상승세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박인비는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1라운드 18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하지만 이튿날 바로 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실수를 만회했다. 박인비는 “더블보기를 해도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골프장을 벗어나면 경기 내용을 잊는다. 그러면서 골프가 더 재밌어졌다”고 했다.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메이저 3승을 기록한 박인비는 카리 웹(호주)의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기록(26세7개월)에 1개 대회만을 남겨뒀다. 지난해까지는 4개 메이저 대회가 있었지만 올해 에비앙 챔피언십이 메이저에 추가되면서 브리티시 여자오픈이나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게 되면 역대 일곱 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한 시즌 이상에 걸쳐 5개 중 4개 이상 우승하는 것)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박인비는 커리어 그랜드슬램보다 ‘올해의 선수상’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루이스에게 밀려 아쉽게 수상을 놓쳤던 박인비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언제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올해의 선수상은 늘 꾸준히 쳐야 하기 때문에 올해가 기회인 것 같다. 한국 선수로서 첫 수상자가 되면 그 의미가 더 클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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