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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머니볼, 가치투자 닮았네

야구는 투자와 참 닮았다. 일단 승부의 세계란 공통점이 있다. 매일 열리는 경기에서의 승패가 쌓여 승률과 순위가 결정되듯 하루하루 주식시장에서의 성과가 쌓여 수익률과 펀드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숫자의 세계라는 것도 비슷한 점이다. 타자와 투수의 성적이 타율·장타율·방어율 등으로 표현되듯 기업도 순이익·영업이익률 등의 숫자를 토해낸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야구라는 스포츠에 매력을 느끼나 보다. 버핏도 어린 시절 야구 데이터를 줄줄 외우고 다녔다고 한다. 필자 역시 야구를 좋아한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펀드매니저를 하다 보면 야구팀을 운영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코치와 스카우트의 도움을 받아 좋은 선수들로 팀을 구성한 후 팀을 승리로 이끌어 팬들을 기쁘게 하는 것처럼 펀드매니저 또한 애널리스트와 함께 좋은 종목을 발굴해 시장보다 앞선 수익률을 창출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자산증식의 기쁨을 돌려줘야 하는 사명이 있어서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가치투자자는 남들이 쳐다보지 않는 대상을 발견해 효율적인 운용을 하는 것을 스스로 기쁨으로 여긴다. 저예산으로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만든 빌리빈 단장과 오클랜드 구단의 스토리를 담은 『머니볼』(영화화되기도 한 책)을 야구계에서 발휘된 가치투자 철학이라고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머니볼의 사례는 마치 버핏의 코카콜라 투자 건처럼 남의 나라 먼 얘기로만 들리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구단 대부분은 대기업의 일방적인 지원으로 운영되어 이 같은 스토리가 탄생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한국판 머니볼 이야기를 갖게 되었다. 넥센 히어로즈와 이장석 구단주가 그 주인공이다. 2008년 국내 최초의 독립계 구단으로 출발한 히어로즈는 처음 접하는 운영방식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국 자본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재 리그에서 선두권을 질주하고 있다.

가치투자자가 종목 선택을 핵심으로 삼듯이 히어로즈의 강점도 선수들을 골라내는 안목에서부터 시작된다. 2011년 영입된 타자 박병호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타고난 힘과 체격조건으로 프로 입단 때부터 유망주로 각광받았지만 변화구를 치지 못하는 결정적인 약점으로 후보선수로 전락했다. 하지만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히어로즈는 낮은 가격으로 영입을 단행했고, 이에 화답하듯 박병호는 약점을 극복하고 4번 타자를 맡더니 급기야 지난해 MVP에 올랐다. 신생팀인 NC를 제외하고 히어로즈의 연봉 총액이 8개 구단 중 꼴찌지만 연봉 총액 1위인 삼성과 자웅을 겨루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가치투자의 성공 방정식과 닮았다.

투자 성공은 공부하는 자세에 달려
저평가 종목만을 산다는 건 가치투자에 대한 오해 가운데 하나다. 예측 가능한 성장 종목을 제 가격에 사서 장기보유하는 것 또한 가치투자 전략의 두 기둥 중 한 축이다. 이장석 구단주는 마치 가치투자를 배우기라도 한 듯 두 가지 전략을 모두 사용한다. 박병호·이성열이 저평가된 종목이었다면 각각 50억원과 16억원을 주고 영입한 이택근과 김병현은 예측 가능한 성장주 투자에 해당한다. 이건 거물 신인에게 베팅하는 개념과는 다르다. 두 선수 모두 오랜 기록으로 검증된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 덕분에 히어로즈는 저평가된 유망주와 검증된 스타 선수들로 구성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주변의 우려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남과 다르지만 일관된 원칙을 유지한다는 점도 주식투자자로서 배울 만한 대목이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서 마음 편한 결정이 되레 최악의 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투자 세계에서의 역설이다. 2007년의 중국펀드, 2011년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주)이 그 증거다. 몸값이 비싼 선수를 팔고 유망주로 그 자리를 메우는 이장석 구단주의 결정은 야구계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누가 뭐라 하건 나의 길을 걸은 보답은 결국 2013년이 되어서야 빛을 발하고 있다.

경험이 부족한 무명의 염경엽 코치를 감독으로 임명했을 때도 온갖 설이 난무했다. 하지만 이장석 구단주는 당시 가진 인터뷰에서 그가 공부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감독으로 선임했다는 말과 함께 염경엽 감독을 지지했다. 투자에 있어 성공 또한 공부하는 자세에 달려 있다. 많은 종목을 뒤져보는 투자자가 더 좋은 종목을 발굴할 확률이 높은 법이다. 또한 공부하지 않으면 숨은 본질을 보지 못하고 지명도에 좌우되는 함정에 빠진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전설적 투자자 짐 로저스도 성공 투자법을 묻는 청중에게 “충분히 공부하라. 내 말만 듣지 마라.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필자는 연고가 부산이라 히어로즈의 팬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개념을 깨고 자기만의 길을 가는 모습만큼은 가치투자자이자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하고 싶다. 또한 한국의 머니볼로서 투자자들이 배울 만한 교훈을 계속 선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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