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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빙탄간(氷炭間)이라는 말이 있다. 차가운 얼음과 뜨거운 숯불 사이란 뜻이다. 글자 그대로 성질이 정반대여서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관계를 가리킨다. 이 말은 초사(楚辭) 칠간(七諫)의 자비(自悲)에 나온다. 칠간은 문장과 해학으로 유명한 한(漢)대의 동방삭(東方朔)이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을 추모해 지은 것이다. 빙탄(氷炭)이라는 말이 나오는 대목은 아래와 같다. ‘얼음과 숯이 같이할 수 없음이여(氷炭不可以相並兮) 내 처음부터 목숨이 길지 못할 것을 알았노라(吾固知乎命之不長) 홀로 고생하다 죽어 낙이 없음이여(哀獨苦死之無樂兮) 내 나이를 다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노라(惜予年之未央)’. 얼음과 숯불이 서로 용납하지 못한다는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 또한 자주 쓰이는 말이다.

歲月不待人 <세월부대인>

최근 갑작스레 대화 분위기를 연출하다 회담 대표의 격(格)을 둘러싸고 갑작스레 등을 돌리고 만 남과 북의 현 상황이 꼭 빙탄간을 닮은 듯하다. 본디 한 뿌리에서 나왔거늘(本是同根生) 서로 기(氣)싸움을 하는 탓인지 남과 북의 대화에서는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아마도 얼음이 석 자나 언 것이 하루 동안의 추위로 인해 얼어 이뤄진 게 아니듯(氷凍三尺 非一日之寒) 남과 북 사이에 파인 불신의 골 또한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참으로 중요한 시기에 또 정말 오랜만에 열리는 남과 북의 당국 간 회담이라아쉬움도 크다. ‘시기는 얻기 어렵지만 잃기는 쉽다(時難得而易失)’는 말이 입안에서 뱅뱅 돈다. 중국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흘러가는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노래했다. “한창 시절은 거듭 오지 않으며(盛年不重來) 하루에 아침을 두 번 맞을 수는 없다(一日難再晨)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힘써라(及時當勉勵)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 남과 북의 당국이 이 말을 흘려듣지 말고 좀 더 성의를 갖고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던 남과 북의 흩어진 가족 입장에선 이렇게 흐르는 세월이 얼마나 야속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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