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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칼럼] 박 대통령, 휴가 땐 소설 읽어라

벌써 한여름 날씨다. 워싱턴 특파원을 지냈던 필자는 매년 이맘때면 미국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는 ‘대통령이 여름 휴가에 들고 갈 책’ 목록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여름 휴가 때 탈북자 출신 강철환씨가 쓴 『평양의 어항:북한 강제수용소에서 보낸 10년』을 골랐다. 북한 인권 문제로 워싱턴이 시끌시끌할 때였다. 북한의 첫 핵실험이 임박했던 이듬해 여름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핵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택했다. 부시는 그런 독서 목록을 통해 미국인들과 국제사회에 여러 각도로 해석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전기물을 선호한 부시와 달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소설을 많이 읽는다. 2011년 여름휴가 땐 5권 중 4권이 소설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을 다룬 르포소설 『땅끝까지』부터 추리소설 『베이유 3부작』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논픽션이나 사상서도 즐긴다. 퓰리처상을 탄 유명 논객 토머스 프리드먼의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 미국 남부 흑인들의 북부 이주 과정을 추적한 이사벨 윌커슨의 『다른 태양의 따뜻함』 등이다. 문학과 비문학을 막론하고 양서(良書)를 섭렵하는 오바마의 독서 습관은 정쟁으로 몸살을 앓는 워싱턴 정가에 청량제 역할을 한다. ‘교양 있는 대통령을 가진 나라’란 국가 이미지는 덤이다.

 우리 대통령들도 나름의 독서스타일을 자랑한다. 성격과 독서 습성이 흡사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비즈니스 서적 중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읽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회과학서를 비롯한 다방면의 책을 비판적 안목으로 읽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3만 권이란 장서량이 말해주듯 엄청난 독서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떨까. 그는 의원 시절 “무슨 책을 읽으면 좋겠느냐”는 유권자의 질문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중국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열국지』를 추천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선 『정의란 무엇인가』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을 소개했다. 육영재단을 떠나 야인으로 지내던 시절엔 『법구경』 『금강경』 같은 불교 경전과 『정관정요』 『명심보감』, 인도철학자 오쇼 라즈니쉬의 저서 등을 읽었다고 밝혔다. 가장 좋아하는 책으론 중국 철학자 펑유란의 『중국 철학사』를 꼽았다. 감성보다 이성을, 여성적인 주제보다 제국과 전쟁 같은 남성적인 주제를 좋아한다고 볼 수 있다. 약육강식 정치판에서 철학·종교 서적으로 심신을 달래며 단련해온 모습도 비쳐진다.

 취임 넉 달째로 접어든 박 대통령은 요즘 너무 바쁜 것 같다. 스스로도 “신이 하루에 48시간을 주셨으면…”하고 한탄할 만큼 꽉 짜이고 긴장된 나날이라고 한다. 그의 저녁과 주말 일정은 베일에 가려 있다. “대통령이 주말엔 뭐 하며 보내느냐”고 문의했더니 ‘얘기해줄 내용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여름휴가는 제대로 갈까 의문이다. 대통령이 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며칠만이라도 국사를 잊고 훌훌 떠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국민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휴가를 간다. 그게 복지고, 경제민주화다.

 휴가 때 들고 갈 책도 이왕이면 국민들이 한 번쯤 읽고 싶은 책을 골랐으면 한다. 정치·철학 서적도 좋지만 괜찮은 소설이나 시집을 한두 권 들고 가면 어떨까. 캐나다 문인 얀 마텔은 박 대통령에게 “위대한 대통령 반열에 올라서길 원하는 마음에서 조언하자면 소설이나 시집, 혹은 희곡을 침대 옆 탁자에 놓아두는 걸 잊지 말라”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그는 정치인에게 문학서만을 추천한다. “광적인 정치적 상황에서 벗어나 냉철한 판단을 하고 새로운 세상을 구상하려면 오히려 픽션(소설)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외출 때 들고나온 백, 꽂고 나온 브로치는 세간의 관심을 끌며 ‘완판녀’ 소리를 들어왔다. 불황에 빠진 출판계를 위해서라도 양서를 골라 ‘완판’시켜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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