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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주’의 숨은 매력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난 주식거래인으로 일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엔 그 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열네 살 무렵 고향 동네 편의점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아르바이트를 했다(미성년이라 불법이었다). 시간당 3500원가량을 벌었다. 얼마 안 되는 금액을 저축해 주식을 샀다. 너무 어린 나이였기에 아버지 명의로 샀다.

 열일곱 살 무렵엔 모든 걸 다 잃었다. 하지만 난 주식거래를 계속 고집했고 영국·미국, 그리고 서울에 온 이후론 한국 주식을 사고팔았다. 대부분의 경우 돈을 잃었다. 주식시장에서 백만장자가 되려면 200만 달러를 갖고 시작하라는 말도 있다. 감사하게도 내겐 그렇게 큰 액수의 돈이 없다.

 모든 종류의 전략을 다 써봤지만 주식 거래를 시작한 지 약 15년이 지난 지금, 천재가 아닌 이상 (난 아니다) 최고의 투자법은 장기 투자라는 말을 믿게 됐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묵혀둔 후 자신이 ‘공정하다’고 여기는 가격으로 오르면 팔라는 얘기다.

 주식 투자에 성공한 많은 이가 이런 충고를 했지만 난 듣지 않았다. 고평가된 주식을 사서 돈을 잃어가며(‘강남스타일’이 떴으니 싸이 아버지 회사의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식의 논리 말이다) 먼저 자신이 부딪쳐가며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중에야 그 반대의 방법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약 4개월 전, 난 우연히 한국 주식시장에서 굉장한 가치를 가진 주식을 발견했다. 투자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지난 몇 주간 ‘우선주’에 대한 모든 뉴스를 접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우선주를 사기 시작했을 당시엔 아무도 우선주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거래량이 너무 적어 사고파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주란 무엇인가? 한국에서 우선주는 보통주와 기본적으로는 같지만 주주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게 다르다. 하지만 사실 재벌의 ○○○ 회장을 주주의결권 행사를 통해 쫓아내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결권 자체는 가치가 없는 것과 같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똑같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해당 기업의 자산과 장래 수익에 대한 권리를 똑같이 주장할 수 있으며 똑같은 (혹은 조금 더 많은) 배당금을 받는다. 그럼에도 우선주의 주가는 보통주에 비해 굉장히 낮은 선에서 책정된다. 지난 3월, 두산의 보통주는 12만5000원 선이었던 반면 두산의 우선주는 주당 약 3만9000원 선에 머물렀다. 그 ‘이유’는 우선주 거래량이 적어 거래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우선주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 발행돼 은행이나 대규모 투자자들로서는 유의미한 양을 사들일 수가 없다.

 이는 소규모 투자자들에게 기회다. 우선주를 구매하면 보통주와 똑같은 장기적 경제 가치를 훨씬 더 낮은 가격에 얻는 셈이다. 이 점을 알고 나는 두산 우선주와 대덕GDS 우선주를 샀다. 전자는 거의 8%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샀고, 후자는 대덕GDS라는 회사가 꽤 괜찮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우선주는 급등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만큼이나 인기 없는 주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선주는 갑자기 네이버의 주식투자 관련 사이트에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5월의 첫째 주, 둘째 주에 우선주는 거의 매일 올랐다.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하지만 기자들은 처음부터 돈이 별로 없어서 이익도 크지 않다) 급작스러운 우선주 열기가 걱정돼 손을 뗐다. 어떤 주식이 아무런 뉴스가 없는데도 이틀 만에 30%가량 오른다면 뭔가 이상한 거다.

 지금의 우선주는 과거의 우선주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투자자로서 나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주식을 좋아하고, 누구나 사는 고평가된 주식은 피한다. 그렇기에 우선주가 매력 있는 주식으로 떠오른 건 내겐 우선주를 멀리할 이유였다. 역설적이게도 우선주는 여전히 높은 가치를 갖고 있다. 그 열기는 잦아들고 있고 난 다시 우선주 거래를 시작했으며, 장기적으로 유지하려 한다.



다니엘 튜더 옥스퍼드대(학사)·맨체스터대(MBA) 졸업 후 2010년부터 서울에서 일하며 『코리아: 불가능한 나라』를 썼다. 한국어판 6월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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