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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의 취리히통신] 홀로코스트를 농담거리로 … 심상찮은 독일의 젊은이들

스위스 최대 정당인 스위스국민당의 ‘안전을 지키자’ 캠페인 포스터. 검은 양 한 마리를 하얀 양이 발로 차 내쫓고 있다. [스위스국민당 홈페이지 캡처]
얼마 전 독일인 몇몇과 식사를 했습니다. 이곳 스위스에도 여름 날씨가 한창이라 야외 테라스에서 햇살을 즐기며 고기를 구워 먹었죠. ‘어느 나라 사람이 바비큐 요리를 잘 하나’가 화제가 됐습니다.

유럽 각 나라의 고기 굽는 방식에 대해 한창 얘기를 나누는데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바비큐 하면 우리 독일인이지. 한꺼번에 대량으로 바비큐 만드는 데 독일인 따를 사람이 있겠어?” 모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왜 그리 웃긴지 몰라 어리둥절하는데 다른 독일인이 말을 이었습니다. “그럼, 우린 숯도 필요 없어. 가스만 있으면 되니까.”

 맙소사, 그들은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농담거리로 삼고 있는 거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의 가스실에서 나치에 살해당한 사람들을 바비큐에 비유한 거죠. 얼굴이 굳어진 제게 또 다른 독일인이 덧붙였습니다. “(침략을 뜻하는) 독일어 ‘Invasion’엔 ‘많은 사람이 몰려간다’는 뜻도 있어. 침략이 아니라 그냥 몰려간 거라고, 하하.”

 한국인인 제게 그건 농담이 아니라 ‘망언’이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치의 범죄 행위에 대해 몇 번이고 사과 했다지만 평범한 독일인의 역사 인식은 다른 듯 싶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독일인이 ‘스킨헤드족’이 아니라 대학 교육을 받고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20대 후반의 젊은 남성들이라는 점이 제겐 더 충격이었습니다.

 유럽의 극우주의 물결이 심상찮습니다. 그리스에선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이 세력을 확장 중입니다. 사실상 ‘네오 나치’를 표방하는 황금새벽당은 그리스에 재정위기가 발생한 이후 지지율이 치솟았죠. “그리스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외국인 이민자들을 몰아내자”며 경제난에 시달리는 그리스 국민의 귀에 솔깃한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정부도 남미와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에게 보상금을 얼마씩 쥐여주며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정책을 시행했지요.

 스위스 정부는 최근 유럽연합(EU) 국가들로부터의 이민을 제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동유럽 8개 국가에 대해 이민을 제한한 조치를 1년 더 연장하기로 했고, 이번달 부터는 영국·독일·그리스·스페인 등 17개 선진 EU 국가에 대해서도 5년짜리 장기 거주증 발행을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EU 국가들의 반발이 만만찮지만 스위스 정부는 “외국인 이민자 때문에 스위스 국민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며 물러설 기미를 안 보입니다.

 스위스 최대 정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은 한 술 더 떠서 “장기 거주증뿐 아니라 단기 거주증 발행도 제한해 이민자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정당의 각종 캠페인 포스터는 ‘지금이 21세기가 맞나’ 의문을 갖게 합니다. 스위스 국기를 밟고 지나가는 검은 발들, 하얀 양떼 사이의 검은 양…. 검은 발과 검은 양은 이 나라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저와 가족을 겨냥한 것 같아 더욱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경제위기와 함께 찾아온 이런 변화는 그러나 새로운 현상은 아닙니다. 야릇한 기시감과 함께 제겐 두 가지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그 분노를 유대인에게 돌렸던 1930년대의 독일 나치, 다른 하나는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국내 극우 사이트 ‘일베’ 입니다.

김진경 특파원 jeenkyung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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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