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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유전자는 특허대상 안 돼" 독점권 풀려 유전자 검사 싸진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인간 유전자(DNA)는 ‘자연의 산물’이므로 특허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영국 유전학자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지 60년 만에 유전자 특허와 관련해 내린 미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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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대법원은 13일(현지시간)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등이 생명공학 업체 미리어드 지네틱스를 상대로 낸 유전자 특허권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의 대상은 미리어드가 유전성 유방암을 유발하는 두 개의 BRCA 유전자에 대해 2015년까지 보유한 특허권 7건이었다. 이 유전자에 돌이변이나 이상이 발생하면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률이 3~7배까지 높아진다. 할리우드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최근 BRCA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검사 결과에 따라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았다고 공개해 주목받았다. 당시 졸리는 3000달러(약 340만원)에 달하는 검사 비용을 암 예방의 장애물로 꼽았다.

유전자 검사로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돌연변이 보유 사실을 확인한 뒤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은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
 미리어드는 BRCA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와 염기 배열을 발견한 뒤 1990년대 후반 두 개 유전자에 대해 특허를 받았다. 특허권 덕에 BRCA 유전자를 인체로부터 분리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유방암·난소암 발병 위험률을 측정하는 검사는 미국에서 미리어드만 실시할 수 있었다. 검사에 드는 비용은 최고 4000달러(약 450만원)였다. 비슷한 연구를 하는 다른 생명공학 업체나 의료기관은 특허 침해 소송에 시달렸다.

 ACLU는 미리어드가 비싼 검사를 독점하면서 관련 분야 연구개발 을 막는다며 2009년 특허권 취소 소송을 냈다. 소송의 쟁점은 인체에서 분리시킨 유전자가 인위적 창조물(invention)인지, 아니면 자연의 산물(products of nature)인지 여부였다. 1심은 자연의 산물로 판결했고, 2심은 인위적 창조물로 판단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1심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을 작성한 클러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DNA는 자연의 산물로, 단지 인체에서 분리했다는 이유만으로 특허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미리어드가 이 유전자를 변형하거나 만들어내지 않은 것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원고 측은 “많은 환자가 낮은 비용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뉴욕타임스는 판결 직후 최소 세 개의 생명공학업체와 두 개의 대학 연구소가 유방암 발병 위험 진단을 위한 유전자 검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 생명공학 업체는 현재의 4분의 1 수준인 995달러에 유방암 유전자 검사를 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인간 유전자 특허를 인정해 온 미 특허청은 즉시 성명을 내고 특허 적정성 심사 기준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특허청이 지난 30년 동안 인간 유전자에 대한 특허권을 최소 4000건 내줬다고 보도했다.

 미리어드 역시 이번 판결을 ‘일부 승리’로 받아들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대법원이 BRCA 유전자를 분리해내는 기술과 인위적 조작을 통해 만들어낸 유전자는 특허권을 줄 수 있는 발명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수현 연세대 의대(종양내과) 교수는 “국내에서도 앞으로 3~4년이면 유전자 검사가 활성화할 것”이라며 “그러나 유전자 검사결과 판독과 전문적 치료 조언 등이 미비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유방암 발병 가능성을 알아보는 BRCA 유전자 검사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139만원이 든다. 최근 검사기관이 늘며 검사 비용도 수십만~10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라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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